21대총선 때 분당→부산, 2022년 보선 때 부산→분당
분당 집 놔둔 채 '정치의 계절'마다 이주 거듭
의원 때는 "공소시효 없다" 위장전입 강하게 비판
시세조종 엄단 강조하더니 변호사 땐 주가조작 변호
박민식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는 22일 열릴 예정이다. 국회는 지난 2월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로 박민식 현 국가보훈처장을 지명했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를 쉽게 넘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갖가지 의혹과 언행에 대한 해명과 설명을 해야 한다. 건너야 할 물이 깊고 올라야 할 산이 높다. 결코 만만치 않다.
박 후보자는 정치인 시절의 ‘위장 전입’ 의혹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변호사 시절의 ‘주가조작 기업인 변호’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
야당에서는 박 후보자의 정치 편향성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 그는 대놓고 이승만과 백선엽을 존경하는 인물이다. 게다가 그는 ‘또 검사 출신?’이다.
17세 아들 ‘아파트 세대주’ 만들어준 과정…‘정치적 위장전입’ 의혹
과거 정치인으로 활동할 당시 박 후보자는 위장 전입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고교 재학중이던 박 후보자의 아들은 혼자 경기도 분당 아파트에 세대주로 등록돼 있었다. 그때 아들은 17세(2002년생)로 미성년자였다. 박 후보자의 아들은 세대주로서 2019년 4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분당 아파트에 혼자 거주했다. 박 후보자 등 다른 가족은 거주지를 부산으로 옮겼다.
이 시기 박 후보자의 ‘정치 행보’를 보자. ▲2019년 1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부산 북·강서 갑 당협위원장 ▲2019년 4월, 자유한국당 부산광역시당 21대 총선 공약준비위원회 부위원장 ▲2020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 부산 북·강서 갑 미래통합당 후보 출마(낙선) 등으로 아들의 ‘세대주 시기’와 겹친다. 아들이 혼자 분당 아파트 세대주로 등록됐던 기간은 21대 총선 전후 시기였음을 알 수 있다. 박 후보자가 부산에서 총선 출마를 하려고 위장 전입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아들은 왜 분당에 남겨뒀을까. ‘상황에 따라 분당을 지역구 삼아 출마하려는 의도’였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박 후보자측은 “2019년 4월~2020년 7월, 아들이 학업 문제로 혼자 분당 소재 아파트에 살았던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배우자는 박 후보자의 의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주소지를 부산으로 옮겼지만, 아들이 분당에 거주해 당시 분당과 부산을 왔다갔다 했다”고 해명했다. 이 해명은 시원치 않다. 한국의 입시 풍토에서 대입 시험을 앞둔 고교생이 1년 3개월동안이나 부모와 떨어져 혼자 입시준비를 하며 학교를 다녔다는 것은 얼른 이해하기 어렵다.
21대 총선에 실패한 뒤의 거주지 이전 과정도 특이하다. 박 후보자는 낙선 1년 뒤인 2021년 4월 9일 거주지를 본인 명의 분당 아파트로 옮겼다. 그러나 불과 11일 만에 어머니와 여동생이 거주하는 부산의 한 전셋집으로 다시 옮겼다.
그즈음 박 후보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에서 선거대책본부 전략기획실장 등을 맡았다. 캠프의 중책을 맡고 있으면서 부산에 거주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때문에 ‘실거주지는 분당인데도 전입신고를 부산에 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위장 전입’이 된다. 박 후보자측은 이 의혹에 대해 “부산으로 거주지를 신고했을 당시 대선 캠프 활동도 했지만, 지역구 당협위원장으로 부산에서도 활동을 했다”고 해명했다.
박 후보자는 2022년 5월 2일 또다시 거주지를 부산 전셋집에서 분당 아파트로 옮겼다. 전셋집에서 산 지 1년여 뒤였다. 이번에는 왜 옮겼을까. 지난해 6월에 있었던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때 박 후보자는 김은혜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자의 출마로 공석이 된 경기 성남 분당갑 지역구에 출마할 계획이었다. 그때 그가 공개적으로 밝힌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같은 지역구에 출마하면서 출마를 포기했다.
박 후보자의 거주지 이주사(移住史)를 보면 전반적으로 부산과 분당에 ‘정치적 양다리’를 걸친 행보라는 의혹을 피하기 힘들다.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이에 대해 ‘정치적 위장전입’이라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박 후보자는 과거 국회의원 시절,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그 누구보다 강하게 비판했던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날을 세웠다. 지난 2011년 당시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던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를 거론한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청문위원이었던 박 후보자는 조용환 후보자의 위장전입 의혹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당시 박 후보자는 “위장전입이 십수년 전의 일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입장에서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며 “여기에 대해서는 유구무언이다, 이렇게 정리해도 되겠느냐”고 질책했다. 당시 박 후보자는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박 후보자는 분당에 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다. 대통령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된 아파트들이다. 101.76㎡(30평), 170.07㎡(51평) 짜리로 올해 공시지가 기준 각각 6억6700만 원, 12억9500만 원을 신고했다. 재산은 가족 명의 포함 약 30억 원이다.
‘주가 조작’ 변호인으로 활동…의원 시절 주가조작 엄단 ‘먹튀 방지법’ 발의
박민식 후보자는 과거 주가조작 범죄자의 변호를 맡은 전력도 있다. 박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부산 지역 금융그룹 성세환 전 BNK 회장이 주가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을 때 변호인 가운데 하나였다. 박 후보자는 성 전 회장의 1심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성 전 회장은 계열사와 거래처까지 동원, 조직적으로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를 받았다. 소송이 이어졌지만, 결국 대법원도 성 전 회장의 범죄 사실을 확정했다. 한데 박 후보자는 과거 국회의원 시절 주가조작에 대한 엄단 필요성을 강조하며 ‘먹튀 방지법’을 발의한 장본인이다.
박 후보자측은 “회사 주가를 방어하려는 경영 행위는 무죄일 것이라 확신했으며 1심 유죄판결 이후에는 변호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금도 왜 그 사건이 유죄인지 이해 못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 해명과 입장이야말로 이해하기 어렵다. 성 전 회장의 주가조작 사건은 1심부터 3심까지 내리 유죄가 나왔다. 1~3심부터 대법원까지 유죄 판결이 난 사건인데 검사 출신의 법조인이 이해 못 한다니, 납득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사법부의 판결도 의심하느냐”는 취지의 비판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박 의원은 “특히 박민식 후보자는 변론 과정에서 부산 엘시티 사태와 관련된 성세환 회장의 300억 부당대출 배임혐의, 비록 대법원에서 무죄가 나왔지만 실제로 은행 대출규정은 위반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승만은 처칠, 드골, 모택동, 스탈린에 꿀리지 않는 인물…백선엽 동상 세우게 돼 뿌듯”
박민식 후보자의 이념 편향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실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지난해 5월 13일 국가보훈처장 임기 시작 뒤로 최근까지 페이스북에 이승만 전 대통령 관련 글을 18번이나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일에는 “이승만에 대한 4가지 왜곡, 친일파? 미국의 앞잡이? 분단의 원흉? 6·25전쟁 도망자?…이 4가지에 대해 과감하게 돌직구식 질문을 던졌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조선일보의 <“친일? 미국 앞잡이? 이승만 비판 4대 주장은 왜곡”>이라는 기사가 붙어 있다. 그런가하면 그는 “이승만의 역사적 공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처칠, 드골, 모택동, 장제스, 스탈린 등과 대적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걸출한 인물”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박 후보자는 월간조선 5월호 인터뷰에서 “진영을 떠나 이제는 후손들이 솔직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업적을 재조명할 때…그것이 건국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의무일 것이고, 자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백선엽도 존경한다. 지난해 2022년 12월 24일에는 “드디어 백선엽 장군 동상을 세웁니다! 당당하게 국가예산을 투입해서 말입니다. 정말 뿌듯합니다^^. 그동안 영웅을 영웅으로 맘껏 부르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었던 잘못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백선엽은 대한민국을 구한 호국의 별입니다.”라는 칭송의 글을 올렸다. 백선엽은 일제 때 간도특설대를 이끌고 만주 일대에서 무장 항일투쟁을 하던 동북항일연군, 팔로군 등 독립군들을 토벌한 인물이다.
김한규 의원은 “박 후보자의 이념편향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이승만 띄우기에 대해서는 “이미 역사적으로 평가가 끝난 대통령을 끄집어내 이념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위한 것 아니겠나”고 저격했다.
박민식 후보자는 지난 2021년 10월 “일부 편향적 시각을 빌미로 위헌적 법률을 제정한다면,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는 도리어 퇴색될 것이며 통합을 가로막는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 ‘5.18 왜곡 처벌법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 지원 및 5·18행사 기념’은 보훈처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다.
또 실수? 또 검사? 또 특수부?
청문회에서는 최근 보훈처의 ‘이상한 실수’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보훈처는 최근 정전 70주년 관련 사업 과정에서 사업 대상에 선정된 6·25 참전 영웅의 계급을 대위에서 하사로 강등시킨 사진을 배포해 물의를 빚었다. 보훈처는 지난 11일 첫 사업 대상자로 6·25전쟁 참전 유공자 고 김한준 대위를 선정,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첨부된 사진 속의 김 대위는 ‘하사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관련기사 ‘대위를 하사로…화천 고지전 영웅 계급 바꾼 보훈처’)
보훈처는 일주일만에 또 ‘이상한 실수’를 저질렀다. 보훈처는 18일 5·18광주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 홍보물을 뿌렸다. 계엄군 시각에서 광주 시민을 바라보는 구도의 사진이었다. 게다가 사진 밑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켜낸 오월 정신’이라는 글까지 쓰여 있었다. 마치 계엄군이 시민들의 민주화 운동을 막아내 오월 정신을 지켜낸 것처럼 오해할만한 홍보물이었다. (관련기사, <‘오월정신’ 전두환 계엄군이 지켰다?…얼빠진 보훈처)
물론 실무자의 실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최종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보훈처의 현재 수장인 박민식 후보자다.
박 후보자는 1993년 사법고시에 합격, 연수원 수료 뒤 서울지방검찰청 소속 검사가 됐다. 2000년에는 부산지방검찰청 특수부 주임검사, 2004년에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 수석검사를 역임했다. 이런 이력과 경력 때문에 ‘또 검사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미 대통령실과 정부부처 도처에 검찰 출신들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일일이 거명하기도 숨이 가쁠 정도다. 대통령실에는 복두규 인사기획관·이원모 인사비서관·윤재순 총무비서관·강의구 부속실장·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주진우 법률비서관 등이 있다. 정부 부처에는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을 비롯,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완규 법제처장·박성근 국무총리비서실장·김남우 국정원 기조실장 등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3월 참여연대와 민변은 ‘대선 1년, 검찰공화국을 말하다’ 토론회에서 검사 등 검찰 조직 출신이 모두 136명에 육박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여권에서도 볼멘 소리가 삐져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검찰 출신들이 대거 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