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러시아 체제경쟁 대리 시험장으로

노르딕 등 접경국 나토로 기울며 전선 늘어나

러시아-중국 관계 급속히 가까워져

러 안보이해·우크라 주권 충족할 방법 난해

18일(현지시각) 뮌헨 안보 회의(MSC)가 열린 독일 뮌헨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평화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전날 개막한 올해 뮌헨 안보 회의의 주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변화된 핵질서 등 글로벌 안보 지형이다. 2023.02.19 로이터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각) 뮌헨 안보 회의(MSC)가 열린 독일 뮌헨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평화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전날 개막한 올해 뮌헨 안보 회의의 주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변화된 핵질서 등 글로벌 안보 지형이다. 2023.02.19 로이터 연합뉴스

오는 24일로 1년을 맞게 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한 전망과 여러 관점의 평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세계의 압도적 여론은 조속한 전쟁 중단을 바라고 있으나, 정전 전망은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이미 정전 이후의 국제정세 변화를 전망하는 관측들까지 나오고 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8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 안보 회의(MSC)에서 연설하고 있다. 왕 위원은 연설에서 자국의 풍선을 미국이 '정찰 풍선'으로 규정하고 격추한 것에 대해 '히스테리적'이라고 규탄했다. 이는 해당 풍선이 기상관측용 민간 무인 비행선으로, 바람의 영향으로 표류했을 뿐이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2023.02.19 로이터 연합뉴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8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 안보 회의(MSC)에서 연설하고 있다. 왕 위원은 연설에서 자국의 풍선을 미국이 '정찰 풍선'으로 규정하고 격추한 것에 대해 '히스테리적'이라고 규탄했다. 이는 해당 풍선이 기상관측용 민간 무인 비행선으로, 바람의 영향으로 표류했을 뿐이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2023.02.19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왕이의 평화안?

지난 18일 뮌헨의 유럽 정례 안보회의에 참석한 왕이 중국 국무원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원)은 전쟁 1년을 맞아 나름의 평화안을 내놓겠다는 의향을 보이면서 영토와 주권 보전 원칙 및 유엔 헌장 준수와 동시에 러시아쪽의 “합법적 안보 이해”에 대한 존중도 강조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쪽과의 협의 뒤에 나온 그의 이런 발언은 그 의미가 명료하진 않으나, 그가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극소수의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가디언> 2월 18일)

중국의 이런 자세 변화는 정전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이 전쟁 이후 국제적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관심을 끈다.

서방과 러시아 간 이데올로기 체제 시험장

<이코노미스트>는 18일 온라인판에서 개전 1주년을 앞두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통칭)으로 인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정세변동과 향후 미국과 유럽의 위상 및 역할 변화, 국제여론 추이 등을 전망한 글(A year of war: Geopolitics in flux/ What Ukraine means for the world)을 실었다. 유럽의 일반적·보수적 시각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는 기사는 먼저 1967년 유럽동맹국최고사령부(SHAPE)가 파리에서 벨기에로 옮겨간 뒤 처음으로 확 달라진 분위기를 전하면서 “2022년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동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썼다. 그 전쟁이 1967년 이래 처음으로 나토에게 새로운 임무로 무장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는 더 큰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전격적인 기습을 통해 젤렌스키 정부를 전복해 크림과 돈바스 지역을 점령했던 2014년의 공세를 완수하기를 바랐던 푸틴의 계획대로 되진 않았다. 나라는 온통 파괴되고 요새화했지만 오히려 더 단합되고 더 서구 지향적이자 더 민주적인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이 잡지의 진단이다. 반면에 러시아는 제재를 받고 가장 교육을 잘 받은 시민들의 러시아 탈출은 러시아 경제에 장기적인 타격을 가할 것이다. 러시아는 군사독재가 더 강화됐고, 그것은 나토의 활기 및 우크라이나의 변화와 더불어 이 전쟁을 경쟁적인 이데올로기 체제 시험장으로 만들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왼쪽)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오른쪽)가 18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 안보 회의(MSC)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뮌헨 안보 회의는 40여 개국 정상과 100여 명의 외교 및 국방장관 등이 참석하는 세계 최대 안보 분야 연례 국제회의다. 2023.02.19 로이터 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왼쪽)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오른쪽)가 18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 안보 회의(MSC)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뮌헨 안보 회의는 40여 개국 정상과 100여 명의 외교 및 국방장관 등이 참석하는 세계 최대 안보 분야 연례 국제회의다. 2023.02.19 로이터 연합뉴스

제2의 이스라엘 동유럽에 출현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앞으로도 몇 년 간 그런 상태가 지속되겠지만, 어느 시점에서 푸틴은 휴전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러시아는 국내적으로는 완전히 억압 쪽으로, 대외적으로는 침략 쪽으로 방향을 더욱 굳히고 있다. 따라서 전쟁을 멈추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강력한 안전보장과 대규모의 지속적인 무기 및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유럽의 동부 국경지대에 지금의 이스라엘보다는 더 큰 제2의 이스라엘이 출현하는 것과 같다. 일부 유럽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정식으로 가입시켜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재건에 실패하면 민주주의도 실패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3~5년만에 힘을 회복해 언젠가는 다시 침공할 기회를 엿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18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 안보 회의(MSC) 중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왼쪽 첫 번째)과 회담하고 있다. 2023.02.19 AFP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18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 안보 회의(MSC) 중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왼쪽 첫 번째)과 회담하고 있다. 2023.02.19 AFP 연합뉴스

 

시험을 좌우할 세 가지 문제

1. 유럽 안보에 미국은 어떤 역할을 할까?

그리하여 우크라이나는 전시든 평시든 서방의 결의, 통합과 산업역량까지 걸린 시험장이 될 것이라면서 다음 3가지 근본적인 지정학적 질문을 던진다.

유럽의 안보에 미국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은 유럽 방위에 스스로 더 큰 책임을 질 수 있을까? 나머지 세계의 여론은 1945년 이후 유럽에서 일어난 이 가장 큰 전쟁에서 어디로 향할까?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퇴조기를 맞고 있다는 결론을 내려 왔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실패,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와 연이은 파업과 포퓰리즘 등에서 보인 서방의 실패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손에 넘어간다면 서방의 몰락은 더욱 가팔라질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번성한다면 그 반대로 그 교훈이 세계(서방)에 울려퍼질 것이다. 그것은 독재적인 러시아와 서방이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간의 싸움이 세기를 결정지을 중국과 미국 간 경쟁의 서전(緖戰, prologue)으로 보이게 만들 것이다.

유럽에서의 미국 역할과 관련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와 도널드 트럼프 정권 때 미국이 유럽에 등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나토가 “뇌사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건대 미국의 그런 결정은 잘못된 것이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이 18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긴급 회동을 열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규탄하고 3국 간 협력 의지를 다졌다. 2023.02.19 AFP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이 18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긴급 회동을 열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규탄하고 3국 간 협력 의지를 다졌다. 2023.02.19 AFP 연합뉴스

미국을 유럽 최강국으로 복귀시킨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을 다시 유럽의 최강국으로 복귀시켰다. 미국은 지금까지 무기를 포함해 480억 달러어치의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미국이 없었다면 유럽이 단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전직 관리로 지금은 미국기업연구소에 있는 코리 셰이크는 말했다. 미국 연간 예산의 약 5%의 비용으로 우크라이나군은 개전 1년도 되지 않은 기간에 1000여대의 러시아 전차들을 파괴하며 러시아의 군사적 위용이라는 신화에 구멍을 냈다.

문제는 전쟁이 끝났을 때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것,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중무장 상태의 평화를 다시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역할을 감당해 온 미국은 이 재건과 재무장 비용의 대부분을 유럽이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고,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의 지상군이 파괴된 만큼 미국이 유럽에 대군을 계속 주둔시킬 필요가 없어졌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제 중국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계산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유럽 주둔 미군을 급속히 줄이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다. 유럽이 미국의 안전보장을 신뢰할 수 없다면 아시아-대만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국은 “비용 분담”(burden-sharing)이 “비용 이전”(burden-shifting)으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할 것이다. 그것은 미국은 핵 억제와 다른 첨단기술로 유럽방위를 지원하는 대신 재래식 전력의 대부분은 유럽군에게 맡기겠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는 비용 분담이 미국의 입장에서는 비용 삭감을 의미했다면 이제는 더 폭넓은 전략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문제는 미국을 여전히 유럽 점령군이며, 나토를 이를 위한 미국의 도구로 보는 러시아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이 모든 걸 장악하지 않고도 우크라이나와 그 주변 유럽에 어떻게 다시 대응체제를 갖추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2. 유럽은 자체 안전보장을 책임질 수 있나?

두 번째 문제는, 유럽은 자체 안전보장을 책임질 수 있을까, 라는 것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총리는 전쟁 발발 뒤 ‘시대 전환’을 선언하고 글로벌적 관점에서 1000억 유로를 독일연방군 강화를 위해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터키가 동의한다면. 아마도 동의할 것이다)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은 더 많은 장병과 장비와 전투 전문가들의 합세를 의미한다. 예컨대 핀란드는 몇 주 만에 영국 상비군과 예비군 총수의 2배가 넘는 28만명을 모병할 수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벨라루스와 칼리닌그라드로 좁혀진 발틱해 해상공급망을 틔워줄 것이며, 무엇보다 러시아에 대한 강고한 방벽을 세워, 푸틴과 그의 후계자들에게 훨씬 더 길어진 국경방어라는 과제를 안겨 주게 될 것이다.

 

비탈리 클리치코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장이 19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 타운홀 미팅에 참여하고 있다. 클리치코 시장은 사흘 일정의 MSC 폐막일인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 전투기 공급을 촉구했다. 2023.02.20 AFP 연합뉴스
비탈리 클리치코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장이 19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 타운홀 미팅에 참여하고 있다. 클리치코 시장은 사흘 일정의 MSC 폐막일인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 전투기 공급을 촉구했다. 2023.02.20 AFP 연합뉴스

나토의 무게 중심, 프랑스·독일에서 폴란드·노르딕·우크라이나로

러시아 침공 이전의 유럽에서 나토의 무게 중심은 프랑스와 독일에 있었으나, 이제 그것은 동쪽과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유럽 방위는 이제 점차 폴란드와 노르딕 국가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유럽은 여전히 미국의 역할을 온전히 떠맡을 수 없다. 동쪽으로의 힘의 이동 및 유럽의 전략적 자립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우크라이나 재건에만 수천억 달러가 들어갈 텐데, 유럽이 단합해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문제는 돈만이 아니다. 더 개선된 환경 규제, 반부패 등 서방의 제도문화를 정착시키는 등의 문제도 있다. 유럽연합(EU) 가맹의 길을 열어 놓을 경우 우크라이나가 자체 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서방의 재무장은 차치하고 우크라이나 승리를 위한 무장 제공능력이 유럽에 과연 있느냐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하루에 5000~6000발의 포탄을 쏘아 보내는데, 이는 대체로 러시아 침공 이전의 나토 군소 회원국의 1년치 사용량이다. 소련 붕괴(냉전 붕괴) 뒤 서방의 방위산업은 위축됐다. 지금과 같은 유럽 방산능력이라면 또 다시 미국이 그 역할을 떠맡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유럽의 자립적인 안전보장은 다시 실패할 것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왼쪽)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18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 안보 회의(MSC)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뮌헨 안보 회의는 40여 개국 정상과 100여 명의 외교 및 국방장관 등이 참석하는 세계 최대 안보 분야 연례 국제회의다. 2023.02.19 로이터 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왼쪽)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18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 안보 회의(MSC)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뮌헨 안보 회의는 40여 개국 정상과 100여 명의 외교 및 국방장관 등이 참석하는 세계 최대 안보 분야 연례 국제회의다. 2023.02.19 로이터 연합뉴스

3. 국제 여론, 3분의 2가 유럽·미국을 지지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지정학적 문제는 서방이 이번 전쟁과 관련한 국제 여론전에서 이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고 제재에 찬성하는 사람은 세계인구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의 자매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조사에 따르면 그렇다. 그 3분의 1은 대부분 미국의 동맹국들이다. 나머지, 즉 세계인구의 3분의 2는 이번 전쟁을 독재자들과 위선자들 간의 싸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인도의 전직 고위 외교관인 쉬브샹카르 메논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비용을 치르게 하고 개발과 기후변동 같은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 시스템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자주 말했다. 하지만 메논은 글로벌 남부지역(global south. 소득수준이 낮은 지역. 주로 중남미, 아프리카 등 남반구 지역)이 우크라이나를 원칙적으로 지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메논, 그것은 우리의 '지정학적 전환점' 아니다

메논은 이 전쟁이 “나머지 세계(유럽과 서방을 제외한)에게는 지정학적 전환점(geopolitical turning point)이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우리는 여전히 가장 큰 지정학적 단층선인 중국과 미국 사이에 있으며, 이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이번 전쟁은 유럽 안보를 둘러싼 싸움일 뿐이다. 누가 이기든 어느 편이 이기든 유럽은 여전히 불안정할 것이다. 메논은 유럽이 글로벌 경제력으로서의 지위는 유지하겠지만 지정학적 강자는 되지 못할 것으로 본다.

러시아가 중국 품에 안기고 있다

전쟁은 이미 세 가지 방식으로 국제질서를 교란하고 있다. 먼저 러시아가 아프리카, 코카서스, 중앙아시아에서 외교적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과도하게 움직이고 있다. 러시아는 아프리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코카서스에서 지난해 9월 터키가 아르메니아에 국지전을 도발했을 때 러시아는 동맹국인 아르메니아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카자흐스탄에서 대중 봉기가 일어났을 때 푸틴은 러시아 공수부대를 파병해 카심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정부를 지켰으나, 토카예프는 푸틴보다 시진핑에게 더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두 번째로, 이번 전쟁 와중에 푸틴이 핵공격 위협 카드를 꺼내들자 글로벌 정치가 흔들렸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신무기 제공을 막지는 못했으나 그 시간을 늦출 수 있었다.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핵무기 공격 터부가 제한적일지리도 약화될 경우 모든 나라가 영향을 받게 된다. 푸틴식 도박이 이득을 안겨 줄 경우 다른 나라들도 따라할 것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에서 파키스탄 쪽이 핵 위협 카드를 뽑아들지도 모르며, 이는 인도쪽의 맞대응을 부를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 한 가지는,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가 중국 품에 안기고 있다는 것이다. 소련시절에 중국은 러시아를 위협으로 간주했으나 이젠 광대한 북부 국경지대에서 그런 위협이 사라지면서 시진핑의 중국은 군사자원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게 됐다. 유엔에서도 러시아가 악당역을 맡으면서 중국은 뒷짐 진 채 더 많은 지지를 얻어내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특정한 주요 군사자원들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그것은 중국의 계획에 대한 러시아 지원의 핵심적인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토 동맹군총사령부는 내년 초에 사상최대의 군사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나토 회원국 어느 한 나라에 대한 공격은 나토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원칙을 천명하며 오판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낼 것이다. 하지만 오판 가능성은 늘 있다.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미국과 서방이 쇠퇴하고 있다는 푸틴의 확신은 더욱 굳어질 것이다. 서방의 안보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보다 더 나은 투자는 없을 것이다.

여전히 멀어 보이는 정전

기사를 보더라도 정전의 길은 가까워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보전 원칙, 그리고 러시아의 합법적 안보이해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원칙, 다소 모순돼 보는 이 두 원칙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길이 쉬울 리 없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러시아의 안보이해와 모순되지 않는 쪽으로 이뤄져야 하고, 러시아의 안보이해 충족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 원칙을 침해하지 않는 완벽한 방안은 존재할 수 없다. 쌍방 각자 어느 정도 양보하면서 타협해서 서로 손해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와 협의를 거친 중국 왕이 주임의 평화안이 그런 것에 근접하는 것일지 궁금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