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 먹구름 몰려드는 인도태평양 ] ⓵

인도양·태평양 아우르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에 ‘첫발’ 내딛어

진영논리에 갇힌 윤 정부, 한반도·동북아 평화관리에 ‘무관심’

대중 수출, 무역적자 다섯 달째…‘보이지 않는’ 중국의 보복?

한미 국방 “한미동맹, 인·태 지역 안보·안정·번영에 핵심적 역할”

※ 편집자주 =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공세적으로 세력을 넓히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이 전략을 채택하고 포위망 구축에 나선 지 5년 만입니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두 기둥은 경제와 안보입니다. 특히, 경제를 안보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이념적 경향이 강합니다. 사회주의권을 계승한 권위주의 진영과 자유민주주의 진영 간의 신냉전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오늘의 결정은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운명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태동에서 미국의 공식 채택을 거쳐, 한국의 동참에 이르는 진행 과정을 살펴보고, 국익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기사 3편을 연재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프놈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1.11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프놈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1.11 연합뉴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포위망’이 비로소 틀을 갖췄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을 포위망의 ‘유일한’ 구멍으로 여겼다. 그러나, 유보적이던 한국이 동참을 공식 선언함으로써 사실상 마지막 퍼즐이 채워졌다고 하겠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식화한 계기는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었다. 미국과 일본은 정상회담을 통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공동의 외교전략으로 삼았다. 경제적, 군사적으로 급부상하며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중국을 저지하자고 의기투합한 셈이다.

그 이후 지난 5년간 인도와 호주를 비롯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 나아가 EU(유럽연합) 국가들까지 속속 합류했다.

임기를 마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2.5.10 연합뉴스
임기를 마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2.5.10 연합뉴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전략적 모호함’을 견지하면서 확답을 주지 않았다.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였다. 최우선은 한반도 위기관리 문제였다. ‘박근혜 탄핵’으로 준비 없이 출범한 문 정부가 맞닥뜨린 것은 북핵 고도화와 한반도 전쟁위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외교안보 정책의 무게중심을 ‘평화’에 두게 된 배경이다. 그러자면,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푸는 길을 택해야 했고, 남북대화 재개와 함께, 키를 쥔 미국은 물론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결과, 전쟁 전야를 방불했던 한반도 정세는 2018년 2월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관을 계기로 극적으로 반전했다. 당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세 차례 정상회담, 그리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데는 북한과 미국을 '중개'한 문 정부의 노력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한 이견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최종 타결은 좌절됐지만, 지금과는 달리, 문 정부  5년 간 한반도 평화가 유지됐다는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한반도 정세가 문 정부 이전의 극한 대결 상태로 되돌아간 데는 문 정부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남북 간, 북미 간 대화와 협상의 분위기가 고조됐을 때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비핵화 진전에 상응해 개성공단 재개 등 대북 제재 완화 조치를 하도록 미국을 집요하게 설득했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결정적 시기에 미국의 '눈치'만 보며 머뭇거리다가 결단의 시점을 놓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 장면. 2021.5.12 북한 외국문출판사 화보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 장면. 2021.5.12 북한 외국문출판사 화보 캡처 연합뉴스

둘째는 인·태 전략이 겨냥하는 중국이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2021년도 한중 교역규모는 처음으로 3천억 달러를 넘었다. 중국은 우리의 1위 수출국이자, 2위 무역흑자국이다. 중국은 우리 반도체 중 60% 넘게 수입한다. 사드 배치 갈등에서 보듯이, 한중 관계 악화는 곧 바로 우리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준다는 것을 뜻한다. 전략적 고려를 하는 게 마땅하다.

셋째는 뒤틀릴 대로 뒤틀린 한일관계다. 2012년 고(故) 아베 신조 총리의 2기 내각이 들어선 이후 일본의 극우화는 본격화됐다. 아베는 평화헌법을 개정해 ‘교전이 가능한 보통국가’를 만들어 대일본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절치부심했던 인물이다. 촛불혁명 위에서 탄생한 문재인 정부와의 대립은 예고됐다. ‘위안부 밀실합의’(2015년 12·28)에 대한 문 정부의 파기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2018년) 등과 맞물린 과거사 갈등으로 한일 관계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반도체 부품 장비 소재에 대한 일본의 보복 수출규제(2019년 7월)와 한국의 일본관광 중단,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문제가 맞부딪히면서 역대 최악의 국면을 맞았다.

이런 한국의 특수한 지정학·지경학적 상황에서, 문 정부는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중 사이에서 ‘한반도운전자론‘ 등을 내세우며 독자적 공간을 찾는 ’힘든 길‘을 택했고, 국제무대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았다. ‘반중 전선’인 미·일 주도의 인·태 전략은 한국을 진영논리에 가두고, 독자적 공간을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국익 중심의 실리외교’이다. 전통적 한미동맹을 외교의 주축으로 삼되, 중국과는 호혜적 관계를 추구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동해상에서 한미일 대잠전 훈련 .  2022.9.30 해군 제공​
​동해상에서 한미일 대잠전 훈련 .  2022.9.30 해군 제공​

 윤석열 정부는 정반대로 ‘쉬운 길’을 택했다. 미국·일본·인도·호주(일명 쿼드) 중심의 대중 포위망이 세력을 확장하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한국판 인·태전략’을 발표하면서, 윤 대통령은 ”개방·포용·협력을 목표로 하는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과 많은 부분 일치한다“고 말했다. 중립적이란 주장이다. 앞서 10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도 ”특정 국가를 겨냥하거나 배제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이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결코 용인돼선 안 된다“고 한 정도가 대만을 압박하는 중국을 겨냥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가급적 중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보이나, 그 본질에선 차이가 없다. 지난 3일 발표된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은 더 한국의 입장을 좀더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제15항에는 한미 국방장관이 ”한미동맹이 인·태 지역의 안보·안정·번영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데 공감했다“면서 대만해협 평화·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 정부의 이런 스탠스는 이념적 성격의 ‘가치외교를 통한 글로벌 중추국가’를 외교비전으로 내세울 때부터 예견됐다. 윤 정부에겐 처음부터 한국의 특수한 지정학적, 지경학적 상황은 진지한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지 싶다. 한일 관계 접근방식이 이 점을 잘 보여준다. 일본이 미동도 않는데도 ‘저자세’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굳이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대목이 그렇다. 한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두고 ‘알아서’ 해법을 내놓겠다고 하고, 자위대 주관 국제관함식에서 우리 해군이 욱일기에 경례하도록 하는 결정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독도 인근 해상에서 한·미·일 군사훈련을 용인한 것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들도 감히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윤 정부의 머릿속에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3국 군사협력, 중국 저지, 남북 대결 등 진영논리로만 꽉 차 있을 뿐, 한반도 상황에 대한 역사적 통찰까지는 아니어도 우리의 경제와 민생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찾아 보기 힘들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 중국을 겨냥한 ‘인도·태평양 포위망’에 첫 발을 내딛었다. 신중한 모양새를 취했지만, 미·일에 대한 윤 정부의 과도한 밀착과 ‘반중 전선’ 동참에 대한 중국의 불만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대규모 흑자였던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후 9월을 빼곤 다섯 달째 적자행진 중이다. 또한, 반도체를 비롯한 대중 수출도 5개월 연속 감소한 데 이어 이달에도(11월 1~10일) 25.4% 줄어들었다. 공교롭게도 윤 정부가 들어선 이후다. ‘보이지 않는’ 중국의 보복일 개연성도 없지 않다. 윤 정부의 단선적 진영외교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초래할 악영향이 우려된다. 자동차는 시동을 걸고 처음엔 저속으로 출발하지만, 달리다 보면 곧바로 가속이 된다. 미국과 일본이 ‘기름’을 공급하면, 주변은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릴 것이다. 국익과 충돌할 경우에 대비한 제동장치를 윤 정부는 준비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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