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은 고통, 에너지 대기업들은 엄청난 폭리

자유시장이 낳은 실패…유럽선 ‘횡재세’ 부과해

에너지 과소비 줄이고 재생에너지 전환 등 필요

윤석열 정부는 관점 자체가 없고 원전 타령만

“요금 인상 불가피” 주장하며 부자 감세에 골몰

“미분양 아파트 정부 매입” 시장주의 이중잣대

1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한 주민이 연탄보일러로 추위를 녹이고 있다. 2023.2.1. 연합뉴스
1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한 주민이 연탄보일러로 추위를 녹이고 있다. 2023.2.1. 연합뉴스

‘난방비 폭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보통 이것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낳은 결과나 기후 위기의 효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유시장의 실패라는 측면도 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고 칭송하는 ‘자유시장’말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석유산업과 가스산업에서 활동하는 에너지 민간 대기업들의 엄청난 폭리다. 엑슨모빌 등 이 부분에서 유명한 대기업들은 지난해 기록적인 수익을 거두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것을 ‘하느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니까 전쟁이나 기후변화로 화석연료의 공급에 문제가 생기고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가격이 폭등하고 소비자들은 고통을 겪지만, 에너지를 사고 파는 민간 대기업들이 횡재를 누리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민영화와 분할매각 등을 통해서 에너지를 시장과 경쟁에 맡겨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인플레로 인한 시민들의 고통이 민간 화석연료 회사들의 높은 수익으로 연결되는 이 구조를 보면 이것이 자연법칙과 같이 불가피한 결과가 아니라 자유시장이 낳은 실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에너지 부문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전쟁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죽지만 군수산업은 돈을 벌고, 식량난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굶주리지만 식량 대기업들은 대박을 맞고, 고금리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쪼들리지만 거대 은행들은 초호황을 누리는 게 자유시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패턴이다. 따라서 지금의 에너지 위기가 ‘전쟁과 기후변화가 낳은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말은 반쪽 진실이고 거짓말인 셈이다.

독일 정부가 지난해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서 가스 수입회사들을 국유화한 것이나,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 에너지 대기업들에게 ‘횡재세’를 부과한 것은 이러한 자유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다. 물론, 기후 위기의 시대에 이런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더 나아가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고, 소비 효율을 높이고,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더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당장 창호 교체, 단열 페인트 등을 통한 주택의 ‘그린리모델링’만 잘 하면 에너지 소비 총량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저렴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의 비용과 부담을 보통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지지하기 어렵다. 그것은 정의롭지도 않고, 에너지 전환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18년에 프랑스 마크롱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 유류세 18% 인상이 필요하다며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비용과 부담을 떠넘겼다. 이것은 엄청난 고통을 가져왔고, 그것이 촉발한 ‘노란 조끼’ 시위는 거대한 반정부 투쟁으로 발전했다.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과 소비 절약은 불가피하다며 이 투쟁에 등을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실제로 당시 프랑스 좌파의 일부는 이런 잘못된 태도를 취했다).

반면에 현재 윤석열 정부는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에 대한 관점 자체가 없다시피 하다. 재생에너지 비율은 오히려 줄이면서 그저 핵발전만 확대하자고 한다(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원전 완전 안전해요” 대사가 떠오를 정도다). 전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비리로 몰아서 감사하고 처벌하겠다고만 한다. 에너지 시장에 대해서도 ‘민간 참여’, ‘시장’, ‘경쟁’만 주구장창 떠들며 민영화 의도가 노골적이다.

그러면서 ‘재정 건전화’를 위해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올렸다고 하니, 이것을 지지하고 인정해줄 여지는 하나도 없다고 본다. 지금 상황에서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고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에너지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주장을 하는 일부 사람들은 ‘한국의 에너지 요금은 유럽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고 하지만, 유럽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형편없는 수준인 사회복지와 공적 연금은 왜 말하지 않는가. 또 툭하면 ‘에너지 요금이 낮아서 한겨울에도 아파트에서 반팔 입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생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작은 틈이라도 찾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과 동떨어진 이야기이다.

 

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의류공장 출입문 틈 사이로 찬바람을 막기 위한 비닐이 끼워져 있다. 2023.2.1. 연합뉴스
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의류공장 출입문 틈 사이로 찬바람을 막기 위한 비닐이 끼워져 있다. 2023.2.1. 연합뉴스

지금 필요한 것은 진보정당들은 물론 민주당도 일부 주장하고 있듯이 고유가 속에서 지난해 15조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정유사, 역대급 돈잔치를 벌였다는 가스 민간직수입사들에게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또 윤석열 정부가 매해 12조 8천억 원의 세수 감소를 감수하면서 시행한 법인세와 종부세와 증권거래세 인하와 부자 감세 등을 철회하는 것이다.

그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난방비 등 공공요금의 인상이 낳은 시민들의 고통과 부담을 시정해야 한다. 또한 그린리모델링 등을 통한 건물과 주택의 단열 강화와 저비용 고효율의 에너지 체계를 추진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

하지만 역시 철저한 시장주의자인 추경호 기재부 부총리는 “특정 기업이 특정 시기에 이익이 난다고 해서 횡재세를 물리자는 건 전혀 동의할 수 없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시장 논리로 윤석열 정부는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매입해서 농민들의 어려움을 지원한다는’ 양곡관리법도 결사 반대하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모순은 이러한 자유시장주의가 대기업과 부자들 앞에서는 이중잣대로 변한다는 것에 있다. ‘초과 건설된 미분양 아파트들을 정부가 매입해서 대형 건설사들의 손실을 지원한다’는 방안은 적극 검토되고 있다.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한 이재명이 대장동 사업의 진짜 책임자’라고 억지 부리면서, 시민들의 고통에 기반한 대기업들의 초과 이익을 환수할 생각은 전혀 없는 게 윤석열 정부의 내로남불 시장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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