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서울 집값, 한은의 입지 좁혀

원·달러 환율을 봐도 인하는 어려울 전망

자칫하면 금리인하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내년에도 기준금리 2.25%선 머무를 듯

10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계속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한미 관세협상이 난항을 겪는 통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상승한 터라 금리 인하를 더욱 제약하고 있다.

심지어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서울 아파트 가격 추세와 환율 추이에 따라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설사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해도 인하 폭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전망. (PG) 연합뉴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전망. (PG) 연합뉴스

계속 우상향중인 서울 아파트 가격, 금리인하 가능성 봉쇄

10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한은이 수차 강조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다섯째 주(29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27%로, 직전 주(0.19%) 대비 0.08%포인트 높아졌다. 8월 마지막 주 0.08%까지 줄었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이달 들어 0.09%→ 0.12%→ 0.19%→ 0.27%로 4주 연속 확대 흐름을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 가격 흐름이 곤혹스러운 건 역대급으로 강력하게 가계대출을 억제한 '6.27대책'과 실행되기만 하면 공급폭탄이라고 해도 좋을 '9.7공급대책'이 연달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투기심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내 채권 운용역은 "수요 측면이 아닌 공급 대책으로는 집값 기대 심리를 꺾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주택이 컨테이너처럼 빨리 지어지는 것도 아닌데 현 정권 임기 내에 다 짓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수요자들이 모를 리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달 금통위까지 볼 수 있는 아파트 가격 데이터가 단 한 번 남은 상황인데 그때 가격이 드라마틱하게 꺾이기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연휴 이후에 정부의 추가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추석 연후 이후의 서울 아파트 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금통위 전까지 시장의 흐름을 극적으로 꺾을 재료가 등장하긴 어려워 보인다.

 

가계부채 (PG) 연합뉴스
가계부채 (PG) 연합뉴스

1400원 대로 올라선 원/달러 환율도 한은의 선택지 줄여

트럼프 정부의 무도한 3500억 달러 선불 현금투자 강요로 답보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협상으로 원화가치가 약화된 것도 한은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1407.0원에 야간 거래를 마쳤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주 평균 환율은 1403.33원으로, 지난 5월 12∼16일(주간 평균 환율 1405.86) 이후 약 넉 달 반 만에 1400원대로 복귀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4일 1400원, 25일 1410원 선을 연이어 넘어선 데 이어, 지난주에도 4거래일 내내 야간 거래 종가가 1400원대를 기록했다.

최근 환율이 1,400원대로 오른 데는 달러 강세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 협상 불확실성이 함께 작용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3500억 달러 대미투자 문제가 원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대미투자 관련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고 통화스와프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측에서 대미투자 관련 긍정적인 회신이 오기 전까지 원화 강세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 정부는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미투자 관련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는 것을 목표로, 미국 측에 MOU 수정안을 보내놓고 구체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환율이 위태로운 상태에서 한은이 기준금리까지 인하한다면 원화가치가 더 떨어질 수도 있는만큼 한은으로서는 10월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하기가 더 곤란한 처지다. 통상 환율을 큰 틀에서 결정하는 요인으로 성장률, 금리, 경상수지 흑자 규모 등이 꼽힌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3,500선을 돌파하며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3.549.21로 마감한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5.10.2. 연합뉴스
코스피가 사상 처음 3,500선을 돌파하며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3.549.21로 마감한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5.10.2. 연합뉴스

11월 기준금리 인하 넘어, 내년 인하설까지 나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11월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설이 되고 있다. 심지어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다.

김성수 한화증권 연구원은 "강력한 대책과 규제로 더는 벌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서울-지방 아파트 가격 격차가 전고점을 경신했다"며 "지금은 금융 안정에 조금 더 중점을 두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10월 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4분기 중 인하 기대는 여전히 남아 있으나 10월 인하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면서 "한은의 금융안정 강조 스탠스를 고려하면 금리 인하보단 동결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하시점을 10월에서 11월로 변경하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의 지속적인 반등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의 최근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 △원화의 비대칭적 약세 위험 등을 이유로 꼽았다.

심지어 11월 인하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의 전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러다 11월도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아파트 가격이 꺾이지 않는 한,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를 오히려 내년 1분기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5.8.28.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5.8.28. 연합뉴스

내년에도 기준금리가 급락하기는 어려울 듯

금리를 결정하는 요인들의 움직임이 가변적이긴 하지만 내년에도 기준금리가 지금 수준보다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성수 연구원은 "올해 인하가 이번 통화정책 사이클의 마지막 조정이며 내년에는 연 2.25% 기준금리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중앙은행이 중시하는 지표에서 불안한 모습이 확인됐다면 굳이 위험 부담을 지고 인하를 빨리, 그리고 많이 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연내 인하 시기는 11월로 이연될 것이며, 부동산 시장이 진정되지 않으면 내년 통화정책 기조에서 '1번 추가 인하'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조금 내려서 부양되는 경기 진작 효과에 비해 서울 아파트 가격이나 환율에 미치는 악영향이 압도적으로 큰 만큼 서울 아파트 가격과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 한 한은이 기준금리를 2.25% 밑으로 끌어내리는 결정을 하는 건 매우 어려워 보인다. 기준금리가 과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무리하게 레버리지를 일으켜 이른바 '영끌'과 '빚투'를 하려는 사람은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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