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열사와 6.10항쟁 정신 기리기 위해 창단

다양한 세대와 경험 녹여내 역사적 현장 되살려

단순한 음악 모임 넘어 민주화·인권의 가치 노래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에 박종철 열사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509호는 박종철 열사가 경찰 고문을 받다 숨진 조사실이다. 2020.6.10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에 박종철 열사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509호는 박종철 열사가 경찰 고문을 받다 숨진 조사실이다. 2020.6.10 연합뉴스

1987년 1월 14일 한 젊은이가 경찰서 안에서 고문을 당해 목숨을 잃었다. 그의 이름은 박종철. 단순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깊은 상처를 남긴 사건이자, 부당한 권력과 억압 속에서 희생된 한 생명은 우리에게 민주주의와 인권의 본질을 묻는 시대적 질문이 됐다. 그 죽음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역사적 과제이자, 잊지 말아야 할 책임의 무게다.

박종철 열사와 1987년 6월 항쟁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6년 창립한 박종철 합창단은 바로 그 질문과 과제를 음악으로 이어가는 시민들의 모임이다. 단순한 음악 동아리에 그치지 않는다. 합창단의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는 한 음 한 음은 민주화와 인권의 기억을 생생히 되살리고, 마음 깊은 곳까지 울림을 전한다. 그들의 노래는 과거를 기억하게 하고, 현재를 성찰하게 하며, 미래를 향한 희망을 다잡는 힘을 지닌다. 특히, 이 합창단의 활동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있어 매우 큰 역할을 해왔다. 그들은 노래를 통해 억압과 부정의 시대를 넘어 자유와 정의의 가치를 노래한다. 음악은 단순한 선율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기능한다.

박종철 합창단은 2016년 창단 연주회를 시작으로 격년으로 정기연주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 10월 9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에서 열린 제4회 정기연주회는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및 4.16 세월호 10주기를 기념해 '기억. 다짐. 희망.'이라는 주제를 담았다. 해마다 이소선 합창단 등과 함께 하는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한 각종 집회 현장에서 노래 공연을 하기도 한다. 제5회 정기연주회는 내년에 열릴 예정이다.

 

2024년 12월 14일 국회 탄핵촉구 부산시민대회에서 공연하는 박종철 합창단. 박철 시민기자
2024년 12월 14일 국회 탄핵촉구 부산시민대회에서 공연하는 박종철 합창단. 박철 시민기자

합창단의 단원들은 연령과 삶의 배경이 다양하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현장을 직접 경험한 이들도 있고, 그 시절을 책과 구술을 통해 접한 이들도 있다. 그러나 합창단이라는 공간 안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하나의 목소리로 통합된다. '임을 위한 행진곡' '아침이슬' 등 민주화의 상징적 노래를 부를 때, 각자의 목소리는 합쳐져 하나의 시간과 공간을 창조하며, 관객과 단원 모두를 역사적 현장으로 안내한다.

곡이 끝나면 공연장에는 묵직한 정적이 흐른다. 노래 속에 담긴 고통과 희망, 분노와 연대의 울림이 관객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음악 감상이 아니다. 기억을 공유하고, 마음으로 확인하며, 역사를 함께 느끼는 행위다. 우리가 '박종철 합창단'의 노래를 들을 때, 그것은 과거의 아픔과 희망,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현재와 미래로 이어가는 중요한 메시지다. 우리는 그들의 노래를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되새기고, 그 정신을 계승해 나가야 한다.

박종철 합창단은 음악을 통해 시민 교육과 역사 증언의 장을 만들어, 과거의 아픔을 오늘로 가져오고, 미래의 교훈으로 전환한다. 그 활동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기념이나 문화 행사에 그치지 않고, 삶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단원들의 목소리에는 개인적 고단함과 삶의 흔적이 묻어난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적 경험이 합창을 통해 모일 때, 상처와 기억은 과거의 무게로만 남지 않고, 공동체적 힘으로 전환된다. 음악은 위안이자 연대이며, 기억을 이어주는 도구가 된다.

 

2025년 6월 전북 전주 감영에서 열린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에서 공연하고 있는 박종철 합창단. 박철 시민기자
2025년 6월 전북 전주 감영에서 열린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에서 공연하고 있는 박종철 합창단. 박철 시민기자

오늘날 우리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 박종철 합창단의 목소리는 이러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희생했던 이들을 떠올리게 하고, 우리가 그 정신을 이어가야 함을 상기시킨다.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 개개인이 그 기억 속에서 책임과 행동을 발견하도록 만든다.

합창단의 노래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연습실 안에서, 무대 위에서, 그리고 시민들의 마음속에서 지속적으로 울려 퍼진다. 그 울림은 과거를 기리는 것을 넘어, 오늘의 우리를 깨우고, 미래를 향한 목소리를 준비시키는 생명력을 지닌다. 우리는 그 목소리를 통해 과거의 아픔을 이해하고, 현재의 책임을 자각하며, 미래를 향한 용기를 얻는다.

박종철 합창단은 단순한 음악 모임이 아니다. 이 합창단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집단으로, 민주화 운동과 인권의 가치를 노래로 전하는 사회적 프로젝트다. 단원들은 연령과 배경이 다양하지만, 모두 한 가지 목표를 공유한다. 바로 기억으로 역사를 잊지 않고, 목소리로 역사를 증언하며, 후세들에게 그 의미를 전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의 실천, 살아 있는 역사적 경험으로서의 박종철 합창단의 노래는 우리에게 묻는다.

 

지난해 10월 9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에서 열린 박종철 합창단 제4회 정기연주회 모습. (박종철 합창단 제공)
지난해 10월 9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에서 열린 박종철 합창단 제4회 정기연주회 모습. (박종철 합창단 제공)

"우리는 기억을 지키고 있나? 그리고 삶으로, 행동으로 이어가고 있나?"

우리는 박종철 합창단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확인시키는 사회적 증언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노래가 끝나지 않듯, 우리 모두의 책임과 연대의 목소리도 멈추어서는 안된다. 오늘의 시민이 내는 작은 목소리 하나하나가 내일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박종철 합창단, 그 이름은 단순한 기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이며, 우리가 함께 부르고 지켜야 할 미래의 노래다. 그 노래 속에서 우리는 과거를 마주하고, 현재를 성찰하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그 목소리는 우리 모두의 것이며,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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