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히로히토가 군부대 소재지 'OO대' 명명
일제의 이름짓기 이승만·박정희 정권이 답습
전두환 시절 대학생들에겐 악몽이던 '문무대'
'홍범도 부대' '양세봉 부대'로 부르면 어떨까
대대급 이름엔 이미 있고, 해군 함정 모범사례
올해 국군의 날 행사도 계룡대에서 개최된다. 백운대(白雲臺), 수어장대(守禦將臺)처럼 일반적으로 '대(臺)'는 높고 평평한 공간이나 그 위에 조성된 건축물을 뜻한다.
육·해·공군본부가 자리한 공간에 대한 별칭인 계룡대를 비롯해 군부대 소재지를 '〇〇대(臺)'라고 부르는 방식은 일제 잔재이다. 일왕 히로히토는 1937년 카나가와현으로 새로 이전한 육군사관학교의 소재지에 '상무대(相武臺, 소부다이)'라는 별칭을 내린 것을 시작으로, 1941년 육군항공사관학교를 '수무대(修武臺, 슈부다이)'로, 1943년 육군예과사관학교를 '진무대(振武臺, 신부다이)'로 잇따라 이름을 붙였다.
일제가 즐겨 사용했던 이같은 이름 짓기는 해방 이후에도 이승만, 박정희 등 독재정권에 의해 단절되지 않고 그대로 이어졌다. 우리에게 익숙한 연무대(鍊武臺, 논산 육군 제2훈련소), 상무대(尙武臺, 광주 육군종합학교), 화랑대(花郞臺, 육군사관학교), 선봉대(先鋒臺,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문무대(文武臺, 육군학생군사학교)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에 대해서는 민족문제연구소 이순우 특임연구원이 자신의 저서 『식민지 비망록 1』(2024)에서 자세히 밝혀 놓았다.)
특히 문무대라는 이름은 전두환 시절 대학생들에게는 악몽 같은 이름일 것이다. 아래는 1980년 신입생이던 소설가 방현석의 회고이다.
"성남에 있는 학생군사학교, 문무대 연병장에 버스가 도착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버스에서 내리는 우리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몽둥이를 휘두르며 군기를 잡았다. 얼떨결에 쪼그려 뛰기를 시작했고, 우리는 순식간에 완전히 군기 잡혔다. 그리고 누가 항의할 틈도 없이 학교에서의 편제를 완전하게 바꾸어버렸다.
교련시간에도 단과대학, 학과별로 편제되어 교육을 받았는데, 그 편제를 완전히 헝클어버렸다. 한 소대 안에 전혀 다른 대학, 다른 학과 학생들이 뒤섞였다. 의도는 뻔했다. 학과, 대학 단위의 집단행동을 봉쇄하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좌로 굴러, 우로 굴러…. 정신없이 뺑뺑이를 돌고 나니 저녁 식사시간이 되었다. 배가 등가죽에 붙었으니 밥맛은 꿀맛이었다. 점호시간, 보람찬 하루 일을 마치고서…" (문무대의 겁없던 녀석들, 한겨레21, 2020. 5. 2)
대학 1학년생들은 문무대 입소, 2학년생들은 전방 입소가 강제되었다. 결국 1986년 4월 28일 "전방 입소 결사 반대"를 외치고 분신한 김세진, 이재호 열사의 희생으로 1989년 1학기부터 대학생에 대한 군사교육은 완전히 폐지됐다.
이재명 정부는 12.3 내란에 동원된 군대를 민주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의지에서 64년 만에 민간인을 국방부 장관을 임명했고 <123대 국정과제> 중 2번째로 '국민의 군대를 위한 민주적·제도적 통제 강화'를 명시했다.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민주적 통제 강화의 주요 내용으로는 '민주주의와 헌법수호에 대한 장병교육 강화'를 제시했다. 이에 앞서 2024년 10월에는 국군의 정통론을 명확히 하기 위해 「국군조직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제1조(목적) 이 법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군, 한국광복군의 역사를 계승하고, 국민의 군대로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국군의 조직과 편성의 대강(大綱)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부승찬 안)
국군의 날을 맞아 군에 남아있는 일제잔재를 없애고 〇〇대(臺) 대신 '홍범도 부대', '지청천 부대', '양세봉 부대', '윤세주 부대' 등 독립투사들의 이름을 부대 이름을 넣을 것을 제안한다. 이미 대대급이기는 하지만 독립운동가 이름을 부대의 상징 이름으로 명명한 사례도 있다.
정읍 8098부대, 독립운동가 ‘백정기 대대’ 명명 (2015년 1월)
무안·함평 96보병연대 2대대, 독립운동가 ‘김철 부대’로 선포 (2015년 11월)
영광 96보병연대 3대대, 독립운동가 김용구 호를 딴 ‘후은 대대’로 선포 (2015년 12월)
이런 측면에서 도산안창호함, 안무함, 신채호함, 안중근함, 김좌진함, 윤봉길함, 유관순함, 홍범도함, 이범석함, 신돌석함 등 잠수함 이름에 모두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붙인 해군은 모범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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