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17.5p 올라 또 역대 최고치 3486.19
외국인, 이달 코스피 7조 5000억 원 순매수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 "한국 증시 매력적"
코스피 5000, 목표 아닌 체질 개선 결과여야
코스피가 연일 불을 뿜고 있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는 이제 지수 3500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8조 원 가까이 순매수 한 사실도 고무적이다. 또한 미국계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고, 골드만삭스도 한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고 진단했다.
코스피가 이재명 정부가 천명한 것처럼 5000을 향해 순항 중인건 좋은 일이지만, 그 달성을 위해 무리한 정책수단 동원은 지양해야 한다. 코스피 5000은 경제체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된 결과여야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연일 신고가를 갱신하는 코스피…3486.19로 장 마감
코스피가 23일 엔비디아와 애플 등 미국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전장보다 17.54포인트(0.51%) 오른 3486.19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20.81포인트(0.60%) 오른 3489.46으로 출발해 한때 3494.49까지 올라 전날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3482.25)를 다시 갈아취웠다. 이후 상승폭은 일부 축소됐으나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유지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2985억 원 순매수했으며, 개인과 기관은 각각 2450억 원, 1362억 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333억 원 순매수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반도체 산업의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엔비디아와 애플 등 미국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반도체주 중심으로 상승 압력을 받는 흐름을 보였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가 오픈AI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3.93% 올랐으며, 애플도 아이폰 17이 호평을 끌어냈다는 평가에 4.31% 상승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된 930개 종목 중 하락 종목은 601개로, 상승 종목 수(270개)의 2배를 웃돌았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삼성전자(1.44%)가 장중 8만 59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으며 SK하이닉스(2.85%)도 36만 3000원까지 상승해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아울러 셀트리온(8.93%)이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와 대규모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급등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약(2.96%), 전기가스(2.06%), 의료정밀(0.77%) 등이 올랐으며, 증권(-2.48%), 운송창고(-1.64%), 음식료(-0.74%) 등은 내렸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15포인트(0.25%) 내린 872.21에 장을 마치며 4거래일 만에 반락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2.82포인트(0.32%) 오른 877.18로 출발해 강보합세를 보이다 장중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256억 원, 799억 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으며, 개인은 2199억 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각각 12조 900억 원, 10조 370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과 정규마켓의 거래대금은 총 7조 5390억 원이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국내 주식을 7조 원 넘게 순매수한 외국인 투자자
23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1∼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 5290억 원 순매수했다. 지난달 1조 6120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사자'에 나선 양상이다. 이번 달 순매수세에 힘입어, 올해 외국인의 수급은 순매수로 전환됐다.
외국인의 매수세는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업종에 집중됐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을 이달 들어 4조 2984억 원 순매수했다. 이에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식 보유율은 이날 현재 51.25%로, 지난해 12월 3일 51.26%를 기록한 이후 10개월여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추론용 인공지능(AI) 시장의 본격화 등으로 기존 서버 내 고용량 D램 및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eSSD)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에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통상 외국인 매수가 국내 증시에 유입할 경우, 원화 수요가 증가하면서 달러당 환율은 내려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환율은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달러당 1392.6원으로 1400원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이 지속됐다. 높은 환율에는 대미 관세 불확실성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증권가에서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도 그 이유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한국 반도체 호평하는 모건스탠리, 한국 증시 저평가됐다는 골드만삭스
미국계 투자은행들의 한국 증시에 대한 평가도 호평일색이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반도체가 호황을 거듭하고 있다며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견을 '시장 평균 수준(in-line)'에서 '매력적(attractive)'으로 올렸다.
모건스탠리는 21일(현지시간) 발간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란 보고서에서 "고대역메모리칩(HBM) 둘러싼 기회가 업계 성장률을 앞서고 있고 인공지능(AI) 서버와 모바일 D램 수요 덕분에 일반 메모리칩의 가격 변동률이 다시 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는 "우리 사이클 지표는 더는 단기 부진 방향으로 가지 않고, 반대로 2027년경 정점(peak) 패턴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며 "메모리 산업의 역학이 바뀌면서 모든 곳에서 공급 부족이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에 대해 "HBM에 관한 다운사이드 리스크(하방 위험)는 이미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진 사안이며 일반 메모리칩 시장은 내년 호황(업사이클)을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SK하이닉스 외에 삼성전자, 일본 키옥시아, 미국 샌디스크를 낸드(메모리칩의 일종)와 일반 D램 반도체 호황을 잘 반영할 선호 업체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관세 이슈가 만들어낸 현재의 반등구간(업턴)은 내년에도 더 빨리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D램 공급 과잉 문제는 나아질 것이며, 낸드는 AI 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의 수요가 내년 갑절로 치솟으면서 공급 부족 상황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도 지난 19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 신정부가 오랜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여러 정책을 시행하면서 코스피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나, 한국 주식시장은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며 "전체 종목의 70%가 저평가된 채 거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코스피가 선진국 대비로는 51%, 신흥국보다는 34% 저평가됐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증시 개혁, 적극적인 주주들의 참여, 기업들의 주주친화적 정책 선회 등을 근거로 국내 증시가 더 좋은 수익률을 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했다.
코스피 5000은 경제체질 개선의 결과여야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를 계속 새로 쓰고, 외국인 순매수가 늘며, 해외 투자은행들의 한국 증시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코스피 5000은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금융의 물꼬를 부동산 등 지대추구 부문이 아닌 기술혁신 기업 등 생산 부문으로 돌리면서 수반되는 결과여야 한다는 것이 사실이다.
자칫 임기내 코스피 5000 달성이 지고의 목표가 되는 순간, 정부는 시간이 걸리고 고통스러운 경제 체질 개선 등에 주력하기 보다는 증시 부양에 단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수단들을 동원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정부가 그런 유혹을 이겨내고 우리나라의 경제체질과 금융을 지대추구에서 혁신으로 바꿔 코스피 5000 달성을 추구해야 한다. 그 길만이 우리나라가 살고 이재명 정부도 성공하는 길이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