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복귀했지만 당 제자리 못 잡아"
"사회 초년생인 피해자들 2차 가해 받아"
"조력자들도 오히려 징계 처분 받았다"
"조국 '잘 해결됐다' 결론지은 것 아닌지"
강미숙 "창당 함께한 사람으로서 매우 비통"
"매뉴얼대로 진행하지 않은 게 패착 만들어"
혁신당 "요구사항 수용하고 관련 절차 마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조국혁신당 성비위 사건 피해자 중 한 명인 강미정 대변인이 4일 당내 성비위 사건을 공개 고발하며 전격 탈당했다. 강 대변인은 "당의 피해자 지원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며 "피해자 보호와 회복이 외면당했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은 "피해자 요구사항을 수용해 관련 절차를 마쳤다"고 맞섰다.
강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8·15 사면을 기다렸고, 사면 이후 당이 제자리를 찾고 바로잡힐 날을 기다렸지만, 더는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나는 오늘 조국혁신당을 떠난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이 접수된 지 다섯 달이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당의 피해자 지원 대책은 그 어떤 것도 마련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이뤄졌어야 할 피해자 보호와 회복이 외면당하는 사이 피해자들은 당을 떠나고 있다"면서 "이것이 제가 더는 기다릴 수 없음을, 그리고 떠날 수밖에 없음을 확신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앞서 혁신당 핵심 당직자이자 가해자인 ㄱ 씨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한 뒤 당직자들과 노래방에 가서 피해자의 허리를 감싸는 등의 추행을 한 혐의를 받고 경찰 조사를 받았다. 수차례 성적 발언을 하면서 성희롱을 했다고 전해졌다. 피해자는 지난 4월 당 윤리위원회와 여성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알렸고, 당은 두 달 여 만인 지난 6월 ㄱ 씨 등 가해자 2명에 대해 영구 제명과 당원자격정지 1년 처분을 각각 내렸다.
다만 당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지원 대책도 없었다는 게 강 대변인의 주장이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당 윤리위원회와 인사위원회는 가해자와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졌고, 외부 조사 기구 설치 요구는 한 달이 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너 하나 때문에 열 명이 힘들다" "우리가 네 눈치를 왜 봐야 하냐" 등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벌어진 정황이다. 일부 당무위원과 고위 당직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피해자와 조력자들을 향해 "당을 흔드는 것들" "배은망덕한 것들" "종파주의자"라고 조롱 섞인 비난을 하기까지 했다. 강 대변인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과 참고인, 조력자들, 연대하는 당원들을 상대로 폭넓게 2차 가해가 이뤄지고 있다"며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2차 가해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피해자들뿐 아니라 조력자들도 부당한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당내 성추행 및 괴롭힘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은 지난 달 당을 떠났다"며 "해당 사건과 관련해 당의 쇄신을 외친 세종시당 위원장은 지난 9월 1일 제명됐다. 함께 했던 운영위원 3명도 징계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를 도운 조력자는 '당직자 품위유지 위반'이라는 이름의 징계를 받고 며칠 전 사직서를 냈다. 또 다른 피해자도 지금 이 순간, 사직을 준비하고 있다"며 "성비위 문제를 여성위 안건으로 올렸던 의원실 비서관은 당직자에게 폭행을 당했고,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지만, 소 취하를 종용받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당은 지난 7월 당내 성비위 사건 이후 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강 대변인은 이이 대해서도 "(TF가) 피해자에게 어떤 제안을 하거나 지원을 하겠다고 입장을 전한 적 없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조국 전 대표(혁신정책연구원장)가 8·15 사면을 받은 뒤 추가 조치를 취해줄 것을 기대했지만, 사실상 침묵했다고도 주장했다. 강 대변인은 조 전 대표가 옥중에서 성비위 사건과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등에 대해 인지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여태 다른 입장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침묵도 제가 해석해야 할 메시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조국 전 대표는 당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는 취재진 질문엔 한참을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그는 "조국 전 대표가 (사면된 뒤) 당사 당직자들에게 인사를 하러 왔을 때 '당내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마무리가 될 때까지 당을 지켜줘서 고맙고 고생했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고 전해들었다"면서 "그때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조 전 대표에게 꽃다발을 전했고 그 자리에 피해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전 대표 입장에서는 당내 사건이 잘 마무리 됐다고 결론을 내리고 말한 것 아닌가 생각든다. (다만) 그 자리에 있던 피해자들이 상처 받았고, 나는 대표의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고 말하며, 조 전 대표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그동안 피해자 입장을 대변해 온 혁신당의 강미숙 고문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 사건은 성 비위 2건과 직장 내 괴롭힘 1건으로 시작됐다"며 "처음 피해자는 3명이지만, 지금 피해자는 거의 '열 손가락'"이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 3건으로 시작됐을 때 저희들이 요구한 것처럼 당에서 즉각적인 전수조사, 대책 마련이라는 기본적인 매뉴얼대로 진행했다면 이렇게까지 파장이 커지고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매뉴얼대로 진행하지 않은 패착이 이 참담한 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강 고문은 "피해자들이 당에서 지원하는 회복 조치를 받고 정상적으로 업무에 복귀하길 바라면서 긴 시간을 버텨왔는데, 이렇게 모든 피해자가 모두 당을 떠나게 돼 고문으로서, 처음 창당을 함께 시작했던 사람으로서 매우 비통하고 참담하다"고 심정을 전했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강 대변인의 기자회견에 대해 당 차원에서 입장문을 내어 "당헌·당규에 따라 피해자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한 관련 절차를 모두 마쳤다. 피해자 측 요청으로 외부기관이 조사를 전담하여 진행했고, 당 외부인사로 구성된 인권특위의 점검도 받았다"며 "사실과 상이한 주장이 제기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박했다.
혁신당은 당의 조치가 미흡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당 윤리위원회는 외부기관 조사 결과를 수용해 가해자를 제명 처분했으므로(재심에서도 최종 제명 처분), 당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절차는 모두 완료했다"며, 당 윤리위원회 및 인사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오해 받을 소지가 있는 위원은 모두 절차에서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지원도 "특위 권고를 전폭적으로 수용해 후속 조치를 적극 강구했다"고 밝혔다.
세종시당 위원장 제명 처분에 대해서는 "(세종시당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징계를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도당 사무처장 및 운영위원 3인을 독단적으로 해임했고, 기습 안건 상정으로 해임을 논의하는 운영위 자리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해임 대상 운영위원을 물리력을 행사해 강제로 끌어내는 등 당내 민주적 정당질서에 현저하게 혼란을 일으킨 바 있다"며 "해당 사유로 제명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강 대변인의 기자회견에서는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이 지난달 대전에서 열린 혁신당 대전·세종 행사 강연에서 혁신당의 성 비위 사건과 관련해 "그렇게 죽고 살 일인가"라고 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강 대변인은 취재진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그 자리에서 말씀을 그렇게 말했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며 "녹취 음성 파일을 어제 저녁에 받았다.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정청래 대표가 당 윤리감찰단에 최 원장에 대한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해당 발언에 관해 '당시 현장에서 신중하고 정제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대전 강연을 마치고 질의응답 과정에서 밝힌 제 견해가 경위와 이유가 어떻든 부적절하거나 과한 표현으로 당사자 분의 마음에 부담과 상처를 드린 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타당 당원의 입장에서 그간 진행된 혁신당 내 절차나 논쟁 맥락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당사자들이 겪은 고통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채 답변의 맥락이 다른 측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최 원장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2차 가해'를 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며 "단, 맹세코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사안을 무시하거나 당사자를 폄하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이 혁신당과 당원분들의 전체적인 입장을 고려해 큰 틀에서 당의 단합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밝힌 의견이라는 점은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이어 "주어나 목적어가 피해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한 맥락이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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