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비위 사건 초기부터 철저한 진상조사 요구

지도부 사퇴 공개 요구하자 중앙당 제명 처리

위원장 맡았던 세종시당 당직자들까지 징계

중앙당은 징계와 성비위 사건은 무관하단 입장

"윤리위가 수차례 소명 절차 안내했어도 거부"

조국혁신당 전 세종시당위원장 김갑년 교수는 9월 1일 중앙당으로 제명당하고 다음날 2일 탈당했다. 조국혁신당 세종시당 블로그 사진 갈무리. 2025.9.11. 이종인 시민기자
조국혁신당 전 세종시당위원장 김갑년 교수는 9월 1일 중앙당으로 제명당하고 다음날 2일 탈당했다. 조국혁신당 세종시당 블로그 사진 갈무리. 

조국혁신당 성비위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7일 지도부가 총사퇴했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조국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사실상 내정됐지만,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조국혁신당 성비위 사건이 발생한 시기는 지난해 12월이었다. 사건이 언론에 최초 보도된 4월 이후에도 중앙당의 진상조사는 미온적이었다. 최근 강미정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을 폭로하면서 진실이 알려졌다. 그제야 지도부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지만, 매서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총사퇴했다. 문제는 그동안 침묵과 방관으로 사건을 은폐하려던 중앙당 관련자가 아직 고위당직자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초기부터 성비위 사건의 심각성을 꾸준히 알리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던 조국혁신당 내부 인사가 있다. 바로 조국 전 대표가 직접 영입한 '인재영입 5호' 김갑년 고려대 교수였다. 운강 이강년 의병장의 외고손으로 알려진 김 교수는 조국혁신당 세종시당을 창당하고 지역위원장을 맡아 무리 없이 세종시당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는 9월 1일 중앙당으로부터 제명당했다. 당헌·당규 위반 등이 그 사유였다. 김 교수는 즉각 반발했고, 2일 조국혁신당을 탈당했다. 강 대변인의 기자회견 직전에 벌어진 일이다.

김 교수가 중앙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되고 당무감사가 시작된 시점은 6월이다. 공교롭게도 6월은 세종시당위원장 자격으로 김 교수가 중앙당에 요청문을 보낸 시기였다. 김 교수는 요청문에서 조국혁신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과 '당대표 선출'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비위 사건 처리에 소극적이었던 당시 김선민 권한대행과 지도부에 대한 사퇴를 김 교수가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지난 6월 11일 세종시당위원장 김갑년 교수가 조국혁신당 중앙당에 보낸 요청문.  
지난 6월 11일 세종시당위원장 김갑년 교수가 조국혁신당 중앙당에 보낸 요청문.  

당무감사가 개시된 후, 두 달이 지난 8월 4일 조국혁신당 중앙당은 김 교수를 제명했다. 김 교수는 중앙당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중앙당은 재심을 기각하고, 9월 1일 제명을 최종 통보했다.

전 원내대표이며 대전시당위원장 황운하 의원은 김 교수에 대한 제명 징계를 최초 처리한 8월 4일 곧바로 당내 커뮤니티에 입장문을 발표하고, 지도부의 적절치 않은 처분이라는 의견을 냈다. 황 의원은 "제명이라는 무지막지한 징계처분은 대체적으로 부정부패, 성범죄 등 중대비리가 언론에 보도되어 당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었을 때 불가피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진 김 교수에 대한 제명 처분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입장을 냈다. 또한 징계 결과를 두고 "대화를 통한 정치적 해법 모색이 바람직했다고 판단한다"라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김갑년 위원장은 조국 대표가 인재영입한 분이다. 이런 분을 조국 대표가 안 계시는 동안 제명으로 내친다는 것이 당에 무슨 도움이 될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그러나 황 의원의 의견은 결과적으로 김 교수에 대한 징계 처분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당 의원과 세종시당 주권당원, 조국혁신당 관계자가 강하게 반발하며 징계 처리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당은 한 달 만에 뜻을 굽히지 않은 채 신속하게 김 교수를 징계 처리한 것이다. 조국혁신당 당규에서 제명은 최고 수준의 징계 처리이다.

김 교수가 제명되면서 세종시당은 사고당으로 분류되고 당직자는 곧바로 자격이 상실된다. 하지만 중앙당은 김 교수와 세종시당에서 함께 활동했던 박 모 사무처장과 당직자 2명을 징계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동으로 자격이 상실되는 상황에서 굳이 징계 처리한 것이다. 이 징계 역시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박 모 사무처장은 당원자격정지 6개월, 당직자 2명은 각각 당원자격정지 3개월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과 서왕진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내 성 비위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2025.9.7. 연합뉴스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과 서왕진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내 성 비위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2025.9.7. 연합뉴스

중앙당 지도부는 세종시당 김 교수와 당직자 3명에 대한 징계는 성비위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피해자의 조력자라는 이유로 제명을 했다는 것은 허위 사실이다. 이 사안은 (세종)시당 소속 부위원장 외 5명이 해당 시당위원장을 징계 청원한 것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시당위원장이 당헌 규정을 위반해 권한 없는 자치규칙 제정을 시도하고 유권해석을 허위로 주장한 점'과 '위원장 권한을 이용해 조직 재편을 시도하고 자치규칙 제정 안건에 반대의견을 개진한 운영위원을 해촉한 점' 등을 사유로 징계 요청이 당에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중앙당은 그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김○○은 자신에 대한 징계를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도당 사무처장 및 운영위원 3인을 독단적으로 해임했고, 기습 안건 상정으로 해임을 논의하는 운영위 자리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해임 대상 운영위원을 물리력을 행사해 강제로 끌어내는 등 민주적 정당 질서에 현저하게 혼란을 일으킨 사유로 제명된 것"이라며 "당내 인사 2인, 외부인사 3인으로 구성된 중앙당 윤리위원회는 수차례에 걸쳐 김○○에게 소명 절차를 밟을 것을 안내했고 외부 위원들이 세종 현지 출장 소명까지 받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이 모든 소명 절차를 거부하고 윤리위원회 절차의 부당함만을 강변해 윤리 규칙에 따라 중징계 의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 6월에 김 교수가 주장한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이 지금에서야 진행되는 것을 볼 때, 성비위 사건에 대한 비판이 징계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은 설득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측근을 통해 "성비위 사건을 방관하고 침묵했던 중앙당 당직자는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하며, 피해자 중심으로 사건 처리에 임해야 한다"고 하면서 "세종시당에 가해진 무차별적인 징계는 철저하게 전면 조사해서 세종시당 당원과 당직자들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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