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미국의 시대? 담담히 역사와 미래 임해야
이번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은 대체로 예측 불가의 위험부담을 극복해내고 일정한 성과를 보여주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에 미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하게 작동하고 있는가 그리고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얼마나 협애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비핵화 그리고 일본과의 역사 문제
일본과 얽힌 역사 문제는 대단히 민감하다. 가히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일정한 배상의 형식이 없는 어떠한 ‘합의’와 ‘용인’도 유효한 성과를 이뤄낼 수 없는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박근혜,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 자의적으로 체결한 위안부 및 강제동원 합의는 뒤집어질 수 없는 것이 결코 아니다. 탄핵된 박근혜와 윤석열 정부가 체결한 관련 합의는 국민에 의해 탄핵을 당했다고 봐야 정확하다.
‘비핵화’란 북한의 입장에서 국가 명운을 걸고 국가 생존을 위해 핵 개발을 완수한 상황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북한으로서는 비핵화는 자신들을 죽으라는 논리이고, 오직 적대적인 공격이며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나마 비핵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닐 수 있으려면, 이를 테면 우리가 선제적으로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북한과 미국이 수교를 해야 한다. 비핵화를 앞세워 공연히 북한을 자극할 필요는 일이다.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 등의 표현도 지양했어야 옳다. 북한으로서는 모욕적이기 때문이다.
‘안미경중’? 처음부터 부정확한 용어다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에게 안보는 철저히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과 교류한다는 이 말은 양쪽으로부터 이익만 보겠다는, 극도의 이기적인 발상이다. 즉, 본래부터 전혀 성립될 수 없는 지극히 부정확한 용어였다. 그러니 ‘안미경중’이라는 이 말이 이제 성립될 수 없다는 발언은 역설적으로 정확했다. 다만 ‘안미경중’이라는 용어는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라는 함의로 해석되어 ‘안미경중’이 성립될 수 없다는 말은 곧 “중국과의 관계가 끝났다”는 의미로 오해될 수 있었다. 더구나 한 국가의 지도자의 발언이었다. 당연히 중국 측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이 ‘안미경중’ 용어가 성립될 수 없었다는 설명이 부연되면서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표현 방식이 필요해졌다는 논리가 정확하고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바야흐로 한국은 미중 대결 시대의 한복판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은 압도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으로 중국 견제에 한국을 줄 세우기 위해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장기적인 역사적 관점을 지녀야 할 필요성이 있다. 미국은 여전히 강력한 국가이지만,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미국의 전성기는 지나 이미 쇠락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지금처럼 관세에 집착하고 악착같이 동맹국들을 비롯한 모든 나라로부터 최대한의 이익을 뽑아내고자 분주한 것 자체가 퇴락한 국력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는 현상이다. 미국은 2차대전부터 레이건 시대에 이르는 최전성기를 지나 부시 정권의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거치며 명백하게 쇠퇴하였다. 그리고 최근 바이든 시대와 트럼프 시대에 이르러 이미 정치지도력 자체가 극도로 고갈되었다. 국론은 완전히 분열되어 있고, 군함 한 척을 제대로 만들 수 없을 만큼 퇴보한 미국의 조선업에서 증명되는 것처럼 국내 제조업이 이미 공동화된 분야가 적지 않다.
이 시점에서 조선 시대 명청 교체기를 연상해볼 수 있다. 역설적 시론이다. 중국은 서방 시각에서는 일당 독재임이 분명하지만 결과적으로 분열 없는 단일대오로써 미국에 맞서고 있다. 그리스 역사에서 자유로운 민주정의 아테네는 결국 단일대오의 집체적 스파르타에게 패배를 당했다. 중국 역사는 한 마디로 전란(戰亂)으로 점철된 역사였다. 전란이 발생할 때마다 수백, 수천 만 백성들이 죽어갔으며, 국토는 유린되고 경제는 파탄났다. 그리하여 만약 20~30년만 평화로운 시기가 가능해진다면 반드시 경제적으로 번성하여 태평성대의 전성기를 구가하였다. 당 태종, 한 무제, 당 현종, 청 강희건륭 시기의 전성기들은 바로 그 사례들이다. 그런데 현재 중국은 수십 년 동안 전쟁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곧 중국에게 극성의 번영기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표출되고 있는 중국의 AI 기술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분야는 우리가 중국에 5년 뒤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덩샤오핑 시대부터 수십 년에 걸쳐 국가가 전면에 나서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 등용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면서 총력을 기울였고, 그 응축된 성과들이 지금 산출되어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담담타타, 역사에 대한 통찰력과 예지력으로 위기를 넘어 전진해야
지금 우리 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그것은 미국의 객관적인 힘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에 뿌리깊게 침윤되어 있는 미국에 대한 숭배 및 경외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 조선 시대에서 우리 선조들은 근거 없는 시대착오적 존명(尊明) 사상에 철저하게 포획되어 있었다. 물론 과거는 반드시 동일하게 반복되지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 치하의 현 미국은 결코 장구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그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무리한 관세 정책으로 인한 미국 국내 경제는 극도의 침체기에 접어들 수밖에 없으며, 극단적인 국론 분열과 정치 지도력의 결핍으로 정치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예측된다. 냉정해져야 하고, 더욱이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담담타타(談談打打), 우리는 역사에 대한 통찰력과 예지력으로써 오늘의 이 난국을 한 걸음 한 걸음 차분하게 전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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