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대통령실 CCTV에 '문건' 꺼내는 장면 담겨
국회청문·탄핵 재판에선 "언제 받았는지 몰라"
CCTV 영상증거 나오자 "당일 받았다" 실토
특검, 오늘 조사 마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
민주당 "국민 속인 대국민 사기극의 끝은 구속"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계엄 선포문건과 관련해서 '언제 받았는지 기억이 없다'에서 '윤석열에게 직접 받았다'로 말을 바꿨다. 내란 특검팀이 확보한 폐쇄회로(CC) TV에 한 전 총리가 정장 주머니에서 계엄 선포문건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꺼내는 장면이 포착돼 말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2일 조사를 마치고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12·3 비상계엄 관련된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 고검 청사로 재차 소환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비상계엄 선포 과정과 전후 지시 사항 등을 조사했다. 지난 19일 16시간가량의 조사에 이은 사흘만의 재조사다.
9시 25분 내란 특검팀이 있는 서울 고검 청사에 도착한 한 전 총리는 굳은 표정으로 '내란 가담·방조 의혹을 여전히 부인하는지', '계엄 문건을 윤석열로부터 받았는지', '진술 번복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한 전 총리는 윤석열이 최초 계엄 선포문건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계엄 선포문건을 작성하고 폐기했다는 혐의의 공범으로도 지목됐다. 또한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와 국회 등에서 위증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청문회)에서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될 때까지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나중에)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증언했다. 윤석열 탄핵 재판에선 "언제 어떻게 받았는지 정말 기억이 없다"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 특검에선 기존 진술을 뒤집고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선포문건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정장 주머니에서 계엄 선포문건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꺼내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CCTV는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실 대접견실 장면이다. 당시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위원 11명이 모여있었다. 이 곳에서 국무위원 최소 정족수만 채운 상태로 국무회의가 5분 만에 날림으로 진행됐다.
또 한 전 총리는 계엄 후 법률적 미비점을 보완하려고 뒤늦게 작성된 사후 계엄 선포문에 직접 서명까지 해놓고선 '사후 문건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문건을 만든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폐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조사 후 한 전 총리에 대한 혐의를 최종적으로 결정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윤석열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에 적극적으로 동조한 공범으로 판단할지, 국무총리 직책을 가지고도 계엄 선포를 저지하지 않은 방조범으로 볼지가 핵심이다.
헌법상 국무총리의 '대통령 보좌' 의무는 대통령 개인이 아닌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가 운영될 수 있도록 국정운영을 보좌하는 것이라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한 전 총리가 윤석열의 독단적인 행태를 견제·저지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는 의미다.
한편 특검팀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무처를 압수수색 해 국회 본관 복도 CCTV 영상 등 각종 자료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해 12월 4일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을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계엄 선포 직후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 소집 장소를 국회에서 여의도 당사로 수차례 변경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3일 밤부터 홍철호 당시 정무수석, 한 전 총리, 윤석열과 연이어 통화한 의혹도 받는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전 총리가 진술을 번복한 것에 대해 'CCTV 영상이 드러나자 거짓말을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8개월 동안 모르쇠와 거짓말로 국민을 속인 대국민 사기극이 마침내 드러났다"며 "지금까지 계엄 당일 선포문건을 받은 적 없다고 주장하더니, CCTV 영상이 드러나자 내란 수괴 윤석열이 선포문건을 줬다고 실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속인 대국민 사기극의 끝은 구속"이라며 "내란의 부역자 한덕수는 국민께 사죄하고 당시 계엄의 전모와 실행, 국무회의 실체까지 불법 계엄과 내란을 방조하고 가담한 범죄사실을 모두 자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그동안 국회 청문회는 물론 헌법재판소에서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해놓고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 같으니까 갑자기 말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제 한덕수에게 적용할 혐의가 '위증'으로 뚜렷해졌다"며 "국회는 한덕수의 위증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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