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헌법재판관 2명 지명

"위험 수위 헌재 흔들기 끝내는 인사"

헌재소장 김상환, 헌법재판관 오영준

12.3 내란 이후 윤석열과 국민의힘

파면 막고자 집요하게 헌재 '겁박'

윤석열 파면에도 '이완규 알박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2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 대통령은 헌법재판관 겸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김상환 전 대법관(59·사법연수원 20기), 또 한 명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오영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56·사법연수원 23기)를 각각 지명했다. 이들은 지난 4월 18일 퇴임한 문형배·이미선 전 헌법재판관의 후임이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식 임명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해 첫 시정연설을 위해 입장하며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박찬대 의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등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5.6.26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해 첫 시정연설을 위해 입장하며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박찬대 의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등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5.6.26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헌법재판관 2명 지명
헌재소장 김상환, 헌법재판관 오영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김상환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해 "헌법재판연구관과 대법관을 역임한 법관 출신으로, 헌법과 법률 이론에 해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헌법 해석의 통찰력을 더해줄 적임자"라고 말했다. 오영준 헌법재판관 후보자엔 "대법원 재판 연구관 등을 역임한 판사로 법원 내에서도 손꼽히는 탁월한 법관"이라며 "헌재의 판단에 깊이를 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후보자 지명은 그저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작년 12.3 불법 계엄 이후 내란범 윤석열과 국민의힘 등 내란 방조 세력이 '윤석열 파면'을 막고자 필사적일 만큼 집요하게 헌재를 '압박'하고 때론 '겁박'해왔던 일들을 되돌아보면 초현실적인 느낌이 들 정도다.

 

대통령실은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장에 김상환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왼쪽), 헌법재판관에 오영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2025.6.26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통령실은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장에 김상환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왼쪽), 헌법재판관에 오영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2025.6.26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12.3 내란 이후 윤석열과 국민의힘
파면 막고자 집요하게 헌재 '겁박'

다 알다시피, 대통령 윤석열은 작년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 됐고 올 1월 14일부터 헌재의 탄핵 심판은 시작됐다. 윤 측과 국힘당은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총리, 최상목 부총리와 '이심전심' 보조를 맞추며 탄핵안 각하나 기각을 위해 헌재 9인 체제 완결 방해와 4월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퇴임 때까지 선고 저지에 온갖 '몰상식한' 수법을 동원했다. 파면 선고 저지 전술은 3월 26일 당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국회의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던 작년 12월 14일 당시 헌재 재판관은 6명뿐이었다. 국회는 윤석열 탄핵 심판의 역사적 무게를 고려해 완결된 '9인 체제'에서 헌재 심리가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12월 26일 국회 몫인 마은혁·정계선(민주당) 조한창(국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했다.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관례대로 이들 3명을 즉시 임명했다면 뒤탈이 날 게 없었다. 그러나 한덕수는 임명을 거부했다. 이대로 임명하면 기존의 △ 문형배·이미선(진보) △ 정형식·김복형(보수) △ 김형두·정정미(중도) 구도에서 진보 마은혁·정계선과 보수 조한창이 추가되면서 진보:보수:중도는 4:3:2의 구도가 된다. 극단적으로 보수 성향 3인이 모두 윤석열 탄핵에 반대해도 찬성이 6명이 되어 파면을 피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한덕수는 염두에 뒀을 것이다.

 

헌재 재판관 8명의 모습. 헌법재판소 사진. 상단 맨 왼쪽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대행
헌재 재판관 8명의 모습. 헌법재판소 사진. 상단 맨 왼쪽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대행

대통령 대행 한덕수·최상목 '방조'
마은혁 임명 거부…9인 체제 저지

그러자 다음날인 12월 27일 국회는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비상계엄 묵인·동조 등의 사유로 한덕수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뒤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최상목도 같은 이유로 버티다가 31일 정계선·조한창 후보자는 임명하고, 마은혁은 여야 합의 조건을 내걸면서 보류시켰다. 폭발 직전의 비난 여론에 물타기를 하면서 어떻게든 윤석열에 유리하게 술책을 쓴 것이다.

3월 24일 헌재의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한덕수는 다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당과 '빛의 시민'들의 빗발치는 시위와 규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끝내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을 거부했다. 헌재 선고가 예상과는 달리 2월 하순에서 3월, 그리고 4월로 넘어가자 탄핵 민심은 폭발 직전이었다. 그 와중에 재판관 8인 중 탄핵 찬성과 반대가 5:3으로 기각되고 윤석열이 복귀할 거란 추정이 나돌아 불안감을 부추겼다. 다행히도 4월 4일 헌재 재판부는 '8 대 0' 전원 일치로 윤석열에게 대통령직 파면을 선고했다.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후임 헌법재판관 지명과 관련해 한 권한대행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고 이완규 법제처장의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4.9. 연합뉴스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후임 헌법재판관 지명과 관련해 한 권한대행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고 이완규 법제처장의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4.9. 연합뉴스

윤석열 파면에도 '헌재 알박기' 기도
내란 가담 의혹 이완규 지명 '충격'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데는 며칠 걸리지 않았다. 윤석열 세력이 반격하고 나선 것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4월 8월 국무회의에서 열흘 뒤인 18일 임기가 끝나는 대통령 몫인 문형배·이미선의 후임자로 수구·보수 성향의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그리고 구색을 맞추느라 그간 거부해왔던 마은혁 재판관을 뒤늦게 임명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재재판관 지명은 위헌이라는 점에서 큰 반발을 불렀지만, 한 대행은 묵살했다. 특히 내란수괴 윤석열과 서울법대 79학번 동기,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이완규는 법제처장으로 '윤석열 호위무사' 역할을 했으며, 12월 4일 '안가 비밀회동' 참석자로 내란 가담 및 동조 의혹을 받는 인사여서 큰 충격을 던졌다.

이대로 확정된다면 헌재는 진보 3: 보수 4: 중도 2의 '보수 우위' 구도로 재편되면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지만, 내란수괴 윤석열이 향후 각종 헌재 판결에 정치적 영향력을 미칠 우려가 자못 큰 상황이었다. 이에 국회와 민주당,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 등이 한덕수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헌재는 4월 16일 이를 인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이 25일 마무리됐다.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서가 국회를 통과해 헌재에 접수된 뒤 73일만에, 횟수로는 11차례 변론이 진행됐다. 지난달 23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6명의 증인을 불러 17차례 증언을 들었다.첫 줄 왼쪽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둘째 줄 왼쪽부터 김현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장,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셋째 줄 왼쪽부터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조태용 국정원장.넷째 줄 왼쪽부터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한덕수 국무총리, 조지호 경찰청장. 2025.2.25 [연합뉴스 자료·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이 25일 마무리됐다.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서가 국회를 통과해 헌재에 접수된 뒤 73일만에, 횟수로는 11차례 변론이 진행됐다. 지난달 23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6명의 증인을 불러 17차례 증언을 들었다.첫 줄 왼쪽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둘째 줄 왼쪽부터 김현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장,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셋째 줄 왼쪽부터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조태용 국정원장.넷째 줄 왼쪽부터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한덕수 국무총리, 조지호 경찰청장. 2025.2.25 [연합뉴스 자료·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세력 '헌재 인사 쿠데타'
오늘로 마침표…곧 헌재 정상화

그리곤 6월 3일 21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다. 4일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바로 이튿날인 5일 이완규, 함상훈에 대한 후보 지명을 철회했다. 그리고 3주 만인 이날 김상환, 오영준을 후보자로 지명한 것이다.

12.3 내란 이후 전개된 우여곡절에 비춰보면, 이 대통령의 두 후보자 지명은 내란수괴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 파면하는 과정에서 헌재 9인 체제 완결을 방해하고 '헌재 알박기'까지 노렸던 내란 및 내란 방조 세력의 '인사 쿠데타'에 마침표를 찍은, 헌재의 완전 정상화를 뜻한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번 인사는 헌법재판소 회복을 위한 새 정부의 첫걸음"이라며 "위험 수위에 달한 헌법재판소 흔들기를 끝내고, 헌법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독립성을 더욱 높이려는 인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이 만든 위대한 '빛의 혁명'은 오직 헌법 정신에 근거한 것"이라며 "이제 더 좋은 헌법 해석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헌재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적 가치를 지켜온 헌법재판소의 길에 동참할 기회가 주어져 부족한 저에겐 큰 영예"라며 "무거운 책임감으로 청문 과정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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