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중심 이재명 정부 방향에 어긋나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원전(핵발전소)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나 다름없다. 전기 생산은 일부에 지나지 않고, 양산하는 것은 핵폐기물이다. 거의 영구적으로 위험상태로 놓이는 방사능쓰레기를 대대로 후손에게 부담지우는 존재다. 그러기에 독일은 ‘윤리’에 어긋난다고 해서 탈원전을 결행한 것이다. 일찍이 시민사회가 성숙해온 독일다운 결행이다. 시민사회 성숙으로 치면 독일 못지않은 덴마크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위스 같은 나라들도 탈원전을 선언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나라들이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그런 그들의 상황을 살펴보면 공통된 특징이 있으니, 그것은 핵연료봉 공급이 몇몇 회사들에 의해 독점적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회사들은 이름은 다르지만 국제금융자본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들이다. 백년 전 쯤부터 국제금융자본은 우라늄 광산을 독점하더니 이제는 핵연료봉 공급회사들을 지배하면서 지구촌의 수백 개 원전에 핵연료봉을 공급하고 있다. 가격도 투명하지 않다. 영업비밀이라는 명목하에 엄청난 돈이 흘러다니고 있는 것이다. 

‘돈은 핵연료 공급자가 만지고, 그걸 사용하는 국가는 핵쓰레기를 뒤집어 쓰는’ 행태가 지구촌에 만연한 것이다. 한국의 원전마피아도 그 그늘에 있다.  우리의 후진적인 언론뿐 아니라, 에너지부문 산업부 관료들도 의혹의 대상이다. 한국의 다른 많은 분야가 세계 선두를 향해가고 있는데도 유독 에너지전환만 뒤진 것은 이 관료들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체코의 신규 원전 예정부지인 두코바니 전경 [대우건설 제공] 연합뉴스
체코의 신규 원전 예정부지인 두코바니 전경 [대우건설 제공] 연합뉴스

이런 터에 새 정부는 지난 29일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두산에너빌리티의 김정관 사장을 후보자로 지명하였다. 김정관 후보자는 체코원전수주를 설계한 당사자로 의심받고 있다.

원래 원전 수출은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4년전 홍콩 부근의 타이산 원전 사고 때 이 기종을 수출한 프랑스가 아연 긴장에 빠졌다. 책임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수출은 프랑스 사기업이 했지만 기업의 수명이 다하면 부대 책임은 국가에게 돌아가는 이치다. 

체코원전계약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 적자 위험성이 매우 높으며, 리스크는 공기업(한수원)과 국민이 지고, 발생하는 이익은 민간기업(두산 등)이 가져가는 무책임한 사업구조다. 이들은 이번 입찰시 다음과 같은 무리를 감행한 혐의가 있다. 첫째, 공사 기간과 예산을 넘기면 손해를 보는 위험한 고정 가격 계약(온타임 위딘버짓), 둘째, 부품과 인력의 60%를 체코 현지에서 조달해야 하는 조건, 셋째,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 낮은 입찰가격을 제시하여 낮은 수익률 조건 등이다. ‘계약성사라는 칭송은 자신이 챙기고 책임은 후일로 미루는’ 악덕이 발휘된 것이다. 원전업계 특유의 관습이다. 그는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0년 전 일이 생각난다. 월성1호기 수명 연장을 둘러싸고 당시 지식경제부의 조석 차관이 '재주'를 부렸다. "우리 원자력계 일하는 방식 있지 않겠습니까? 허가 나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돈부터 집어넣지 않습니까? 허가 안 내주면 우리 7천 억 날린다고 그래야죠."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이 어려워지자 국제기준을 무시하고 편법을 쓴 것이다. 원전업계와 결탁된 소위 관료마피아들이 대놓고 범죄를 저지른 사례다. 

이런 기정사실화 전략이 대통령 선거 전후 혼잡한 시기를 틈타 전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책임지지 않는 관료에 의해 계약이 ‘급격히’ 진행된 후, 첫 국무회의 자리에서 새 대통령은 체코원전 계약의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한 채 이를 보고받는 자리에 놓이게 되었다. 관행상 대통령에의 보고는 암묵적인 승인이나 다름없다. 그러기에 원래 보고 전에 충분한 사전검토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런 과정 없이 매스컴의 보도를 활용하는 듯한, ‘치밀하게 설계된 전격적인 보고행위’가 아닐 수 없다. 

기재부 관료 출신인 김정관 후보자의 과거 의혹도 있다. 2년 전 신한울 3, 4호기 선금(6조 원 중 절반)을 수주한 두산의 마케팅 책임자로서, 전례가 없는 선금 지급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의혹도 있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에서도 두산은 주요 기자재 납품업체로서 수혜를 입고 있다. 그가 장관이 되면, 이후 두산과의 추가 계약, 정책 지원, 구조 설계 등에 대한 비판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여 민간기업에 대한 전형적인 정경유착형 정책적 특혜 제공을 감추는 공적 방패 역할이 가능해진다. 

장관은 국민이 권한을 위임하는 자리나 마찬가지다. 그런 자리에 이런 자가 임명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체코원전이 잘못될 경우 책임을 지는 자인 한수원은 국영회사다. 돈은 회사가 벌지만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하는 사안이다. 새 대통령은 지금 원전마피아의 책동의 한 가운데에 놓여 있다. 

본래 산업부는 ‘산업 전반의 균형 발전, 에너지 자원 전략, 산업기술 혁신 정책과 산업통상을 다루는’, 정부의 중앙 부처이다. 국가 경제성장의 엔진을 담당하는 부서인 것이다. 이런 자리에 원전관계자를 후보로 임명하겠다는 것은 이상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추구하는 이재명 정부의 방향과 어긋난다. 향후 세계경제는 RE100체제다. 에너지전환이 생존과 직결되는 그런 일을 하는 부서다. 원전은 정면으로 이에 배치된다. 

필자는 오로지 한 가지 가능성만을 염두에 둔다. 이재명 대통령이, 차후 산업부의 에너지부문을 기후에너지부로 통합전환할 것을 염두에 두고 그 직전까지 체코원전 수주 문제를 책임지고 결말을 지으라고 김정관 후보자에게 주문하는 것이다. 원전 수주를 포기하는 방안까지 포함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책임지고 조치하라는 심려원모의 가능성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김정관 후보자의 채택은 있을 수 없는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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