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로 화석연료의 족쇄로부터 '해방'을

‘독립’이라는 단어는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울림을 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린 새로운 시대의 독립은 국권 회복이 아닌, 에너지 자립을 뜻한다. 한국은 에너지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라다. 실제로 2023년 기준 한국의 1차 에너지 자급률은 3.8%에 불과하다. 나머지 96% 이상은 수입에 의존하며, 원유의 경우 100%를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산업과 생활은 대부분 수입 연료에 기대어 돌아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굴레요, 우리가 벗어나야 할 새로운 ‘종속’이다.

석유와 가스는 여전히 세계 에너지의 큰 축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 자원은 지구온난화라는 치명적 대가를 요구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에너지 관련 탄소배출량은 368억 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많은 나라로,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OECD 평균보다 약 40% 높다. 여기에 더해 한국처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는 국제 가격 변동에 특히 취약하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제 LNG 가격이 세 배 이상 급등하면서, 한국의 2022년 에너지 수입액은 2160억 달러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가격 충격, 두 가지 위험 앞에 늘 흔들릴 수밖에 없다.

 

14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공공재생에너지 선언 기자회견’에서 기후정의동맹 등 참석자들이 현수막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3.14. 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공공재생에너지 선언 기자회견’에서 기후정의동맹 등 참석자들이 현수막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3.14. 연합뉴스

일부는 원자력이 자립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또한 환상에 가깝다. 원전의 ‘연료’는 우라늄이지만, 한국은 단 한 톨의 우라늄도 자급하지 못한다. 채굴, 정련, 농축 등 공급망 상류는 전적으로 해외 공급망에 의존한다. 실제로 세계 우라늄 농축 시장의 40% 이상은 러시아와 그 우방국들이 지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뿐 아니라 원전 연료 공급 리스크에도 시달린 사례는 원자력 역시 결코 독립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원전을 돌린다고 해서 독립이 아니라, 또 다른 의존 구조일 뿐이다.

진정한 에너지 독립의 길은 재생에너지다. 태양과 바람은 수입할 필요가 없다. 기술과 인프라만 갖춘다면,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우리만의 자원이 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전력의 9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국 역시 잠재력이 작지 않다. 국토의 태양광 잠재량은 연간 전력소비량의 두 배 이상이며, 해상풍력은 최대 300GW 이상 설치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물론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변동성 관리, 계통 보강, 저장 기술 확보 같은 도전과제가 따른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스스로 풀어가야 할 과제다. 축적되는 기술과 산업 역량은 곧 우리의 자산이 되고, 후대에 남길 독립의 기반이 된다.

100년 전 선조들이 외세의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피와 눈물로 싸웠듯, 오늘 우리는 에너지 종속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의 독립 운동은 총과 칼이 아니라,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저장과 스마트그리드로 이루어진다. 에너지 자급률이 3%대에 머무는 현실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자립 구조를 만들 때 비로소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독립을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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