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폭등하는데 금리 인하는 휘발유 붓는 격
2%p 한미 금리차 의식…대출 규제 효과 확인 필요
금통위, 경기침체 벗기 위한 금리 인하 기조는 불변
집값과 가계대출 추이 따라 인하 시기 결정할 전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0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의결했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폭등한 데다 5월에 이어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낮추면 가뜩이나 폭증하는 가계대출이 더 증가해, 수도권 집값 통제불능 상황이 되는 상황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정부의 대출 규제 효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등을 지켜본 후 8월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금 기준금리 인하는 서울 집값에 휘발유 붓는 격
금통위가 10일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는 결정을 내린 건 무엇보다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6.27대출규제 조치를 내놓은 국면에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라는 가격 상승의 대형 호재를 던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금통위도 이날 의결문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크게 확대됐고 최근 강화된 가계부채 대책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어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집값 상승세가 너무나 가팔랐다. 지난달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201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특히 지난달 마지막 주 서울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은 연율 환산 50% 넘게 치솟았다. 반면, 지난달 27일 발표된 고강도 대출 규제와 이달 들어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효과는 아직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주택매매 수요를 뒷받침하는 가계대출도 지난달 은행권에서 6조 2000억 원 급증한 것을 비롯해 금융권 전체에서 6조 5000억 원이나 불었다. 지난해 10월(+6조 5000억 원)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주택 매매 증가가 1~3개월 시차를 두고 대출 증가로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대출은 당분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전날 브리핑에서 “지난 5월 급증한 주택 거래량의 영향으로 7~8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미 지난 5월 기준금리 인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만 끌어올릴 수 있다. 코로나19 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며 집값 등을 봐가면서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한은이 여러 차례 경고한 것처럼,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심리는 가계부채를 늘리는 요인”이라며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와 마찬가지로 금융안정에 초점을 맞춰 한은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역대 최대로 벌어진 한미 기준금리 차이도 부담
한편 역대 최대(2.0%p)로 벌어진 미국(연 4.25∼4.50%)과의 금리 차, 추경 등 재정정책의 경기 부양 효과 등도 한은의 동결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이달 다시 금리를 동결하고 연내 한 번 0.25%p 정도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며 “고용 등 미국 경제가 너무 탄탄해 금리를 급하게 낮출 이유가 없는 만큼 한은도 연준 속도에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약 32조원 규모의 추경으로 곧 지원금 등이 풀릴 텐데, 한은도 이 효과를 봐가며 추가 인하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 대응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하 기조는 변함 없어
금통위가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우려로 인해 기준금리를 동결하긴 했지만, 심각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의 하방 리스크(위험)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다만 금통위는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물가 흐름·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물가와 환율만 놓고 보면 통화완화에 우호적인 환경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2% 상승했다. 올해 들어 2%대 초반을 유지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1.9%로 떨어졌다가 다시 2%대로 올라섰다. 한은은 “국제 유가와 환율 안정세가 이어지면 7월에는 소비자물가 오름폭이 다시 축소될 것”이라며 “향후 상승률은 2% 근방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원/달러 환율도 비교적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직후인 지난 4월 초 1490원에 육박했던 환율은 이후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협상 타결 등의 영향으로 점차 하락했다. 지난달 말에는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환율이 1350원을 밑돌았다.
한국 경제의 뚜렷한 저성장 흐름 역시 추가 금리 인하를 지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추정했다. 이는 한은이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0.8%보다 여전히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로, 그만큼 경기 부양이 절실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이창용 총재는 지난 1일 유럽중앙은행(ECB) 포럼 정책토론에서 “지금도 금리 인하 사이클에 있다”며 “성장률을 고려해 계속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언급했다.
집값과 가계대출의 추이 따라 기준금리 인하시기 결정
내수침체와 수출 둔화가 양쪽에서 한국경제를 질식시키고 있는만큼 한은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고 하는 건 자연스럽다. 관건은 시기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시기를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중대한 포인트는 이재명 정부가 6.27대책을 필두로 내놓고 있는 가계대출 관리 대책들이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얼마나 진정시킬 수 있느야다. 이재명 정부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주택공급대책도 시장심리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줄지 관심이다.
여기에 더해 이재명 정부가 야심차에 추진 중인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채무자 부채 탕감이 내수를 얼마나 회복시킬지도 한은이 주의 깊게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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