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김종대도 UAE 적은 이란이라고 해”
한·이란 관계 봉합 국면…여당이 산통 깨나
민주당 “ 대통령 엄호 한심”…특사 파견 제안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도 ‘아랍에미리트(UAE)의 주적은 이란’이라고 말한 바 있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한 발언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대해 “기본적으로 사실관계에 맞다”고도 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윤 대통령의 발언 파문을 ‘제2의 외교 참사’로 규정하고 대통령 사과와 외교안보 라인 전면 교체를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을 되레 꾸짖고 나섰다. “사실관계에 기인하지 않으면서” 순방 성과를 폄훼하는 민주당의 집요한 이간질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양금희 수석대변인도 가세했다. 그는 대변인 논평을 내고 “UAE의 주적은 이란”이라는 김종대 전 의원의 2018년 1월 인터뷰 발언을 소개했다. 나아가 “그동안 UAE와 이란은 외교 전문가들과 언론에서 ‘적대적 관계’ 내지 ‘최대 위협’으로 분석돼왔고, 구조적 긴장 국면에 놓여 있다는 것이 보편적, 상식적 인식”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뭐가 잘못됐느냐는 얘기다.
대통령 발언과 야당의원 발언 무게가 같다?
주 원내대표의 주장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설사 ‘이란이 UAE의 적’이란 내용이 사실이라고 해도,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 현장에서 한 현직 대통령의 발언을 국내에서 했던 야당 의원의 인터뷰 발언과 동일선상에 둔다는 건 누가 봐도 억지스럽다. 그 무게와 영향력에서 비교가 안 되기 때문이다.
동일한 발언이라 해도 한국군 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이 아크부대 현장에서 장병들을 상대로 한 발언이어서 문제가 된 것이다. 번지수가 틀린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둘째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주장하듯이 이란이 실제로 UAE의 적인가 하는 점이다. 외교부의 ‘2023 UAE 개황’은 UAE의 대이란 관계에 대해 “3개 도서 영유권 분쟁 등으로 이란을 최대의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면서도 실리적인 경제 관계를 구축하며 양국 관계를 관리해 나가는 중”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각각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로 종파가 다른 UAE와 이란은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아파 성직자 처형 사건을 계기로 외교관계를 격하시켰다가 지난해 8월 다시 대사를 파견하는 등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는 중이다. ‘적이다, 아니다’ 무 베듯이 할 수 없는 관계다.
그런 인식에 대해 이란 정부는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튿날인 16일 외무부 대변인 성명에서 윤 대통령을 겨냥해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 이란 사이의 역사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는 물론, 이런 측면에서 매우 빠르고 긍정적인 발전들에 대해 전혀 무지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는 윤 대통령을 “그 한국 당국자(the South Korean official)”라고까지 격하할 정도로 이란은 격앙돼 있었다.
한편, 당사자로 지목된 김종대 전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5년 전과 지금은 천지개벽할 정도로 이란과 UAE의 관계가 변했다. 그때 발언으로 지금의 사실관계를 정리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이란 관계 봉합 국면…여당이 산통 깨나
셋째는 이란과 UAE 모두 서로 적이라고 내세우지 않는데, 한국의 집권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만 굳이 윤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 발언은 사실이라고 우기는 것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파문이 터진 후 외교부가 대사 맞초치 등 외교채널을 통해 “장병 격려 차원의 말씀이었고 한·이란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거듭 해명함으로써 이란을 겨우 진정시켜 놨는데 국힘 지도부가 꺼져 가는 불씨에 다시 기름을 붓는 듯한 양상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심기 경호 차원에서 나온 국내용 발언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공개석상에서 행한 집권여당 지도부의 관련 발언들은 일견 봉합돼 가는 한·이란 관계를 다시 흔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3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는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일단 긍정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관점에서 조치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한 뒤, 70억 달러 규모의 한국 내 동결자금 문제의 해결을 다시 촉구했다.
우리 정부로선 ‘을’의 처지인데, 국힘 지도부는 ‘갑’ 행세를 하는 격이다.
민주 “국힘, 대통령 엄호 한심”…특사 파견 제안
야당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둔하는 국힘 지도부를 비판하는 한편, 사과와 함께 고위급 특사 파견을 통한 사태 수습 등을 윤 대통령에 촉구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은 제2의 외교 참사에도 또다시 ‘맞는 말’이라며 윤 대통령 엄호에 나서고 있으니 한심하다. 대통령의 실언과 여당의 억지 변명에 멍드는 것이 바로 우리 외교이고 국익”이라고 질타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 발언을 통해 “중요한 것은 실수를 빨리 인정하고 사과하고 수습하는 일”이라며 고위급 특사 파견을 제안했고, 장경태 최고위원은 “외교 불안이 외교 절망으로 치닫고 있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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