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은 ‘실리’와 ‘균형’으로부터 나와
누구도 ‘국민성’을 이유로 타국을 혐오할 권리는 없다
최근 한 보수 언론매체는 한국 국민의 66.3%가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했으며, 그렇게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게 된 배경으로는 응답자의 58.1%가 “중국의 국민성과 행동이 비호감이기 때문”이라는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였다.
여기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어떤 국가의 국민도 다른 국가 국민의 ‘국민성’을 이유로 그들을 차별하고 혐오할 권리는 없다. ‘국민성’이라는 차별과 혐오의 용어로써 다른 국가의 국민을 자의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일제 강점기 시대 일본이 우리 민족을 차별하고 멸시했던 그 시대적 상황이나 혹은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아프리카 노예를 착취하던 그러한 시대에서나 통할 수 있던 일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반일 감정을 말할 때도 그 반일 감정이란 전혀 반성이 없는 일본의 지배층이나 정치세력 그리고 일본 내 극우세력을 향한 것이다. 결코 일본의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거나 일본 국민들의 ‘국민성’에 대한 혐오가 아니다.
미국은 과거의 수퍼파워가 아니고, 한국은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다
한국 사회도 1980년대 이래 미국의 광주 학살 방조를 비판하면서 반미 열풍이 거셌다. 특히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해 신효순·심미선 두 여중생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반미 감정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가해자인 군인이 미군 군사법정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며 서울 광화문에 수만 명이 운집해 대규모 촛불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최고점을 도달한 그 뒤부터 한국 사회는 오히려 급속도로 친미 경향이 심화되어왔고, 이러한 친미적 사회 분위기는 현재 바야흐로 그 정점에 도달한 상황이다. 우리 사회에 이렇듯 만연된 높은 친미 정서라는 현상은 미국이라는 수퍼파워를 추종하는 강자 편승 효과 또는 밴드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로 해석될 수 있는 측면이 존재한다.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혐중 현상은 이러한 편승 효과의 다른 한 측면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우리 한국 사회에서 미국의 힘은 과대 평가되고 있다. 이미 미국은 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미국이 아니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나 수퍼파워가 아니다. 미국은 1960년대 세계 GDP의 40% 이상을 점하던 초강대국이었지만, 2024년 현재의 미국은 세계 GDP의 24%에 머무르고 있다. 전 세계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축소되어가는 미국의 이익을 어떻게든 사수해보려는 미국 우선주의의 안간힘이다.
한편,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며 세계 5위 군사 강국이다. 하드파워의 측면에서도 상당히 견실한 수준이지만, 한류로 상징되는 소프트파워 역시 세계적 영향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미 중견국의 수준을 넘어서 선진국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성취를 가능하게 만든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요인 중에 비약적으로 성장 중인 중국이 한국 바로 옆에 존재했다는 지리적 숙명이 우리의 경제 발전에 대단히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이 사실은 누구도 쉽게 부인할 수 없다.
역대 최대 무역적자를 초래한 윤석열식 최악의 한중관계
이웃하는 국가가 우호 관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인근 국가들이 우호적 관계보다 갈등 관계 심지어 적대 관계에 놓이게 된다. 오늘 한중 관계의 현실은 이러한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윤석열 정부하에서 한중 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특히 12.3 계엄 난동 이래 윤석열을 수괴로 하는 내란세력의 터무니없는 온갖 반이성적 선동에 의해 ‘혐중’ 현상의 폭풍은 한국 사회를 휩쓸었다.
이렇듯 악화될대로 악화된 한중 관계의 가장 대표적인 결과는 바로 윤석열 정부 시작과 함께 발생하게 된 역대 최대의 무역적자였다. 세계적 명성을 얻으며 세계 각국에 진출하고 있는 한류와 K- pop은 과거 가장 큰 시장이었던 중국에서만 유독 그 자취를 찾을 수 없다.
중국도 열린 자세로 호응할 것
4대 강대국 세력이 교차되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한국이라는 국가의 전략적 가치를 그만큼 높여주는 요인이다. 당연히 중국에게도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대단히 높다. 최악으로 악화된 현재의 한중 관계를 개선하고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와 외교 분야의 역할이 가장 중요해진 시점이다. 정치와 외교 분야가 먼저 앞장서서 한국과 중국 간에 심각하게 굴절된 양국 관계를 건설적으로 돌파해내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민주정부가 그 본질이 가장 ‘몰가치한 외교’였던 윤석열식 ‘가치외교’의 어두운 터널을 뚫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다면 중국은 반드시 열린 자세로 호응할 것이다. 그렇게 상호 윈-윈하는 건설적인 양국관계를 정립할 때, 우리 사회에 심각하게 만연된 혐중 정서도 크게 감소될 수 있으며 우리의 국익은 극대화될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미국에게도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제고됨으로써 한미 관계 역시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존중과 상호 호혜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외교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바로 국익(national interest)이다. 우리의 국익이란 허구적인 윤석열식 ‘가치’에서 나오지 않고 ‘실리’와 ‘실용’에서 비롯된다. 또 그것은 경직화된 일방적 한미동맹보다 실용적인 균형 외교에서 보다 풍부하게 획득해낼 수 있다. 당당한 균형 외교와 실용 외교에 토대한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의 대중국 외교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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