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향한 이해 못 할 2030대 남자의 압도적 지지

20대 남자가 불안해 하는 20대 남자들의 극우화

20대 남자의 절반 가량인 저들을 바꿀 수 있을까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3차 토론회에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여성 혐오 발언을 했다. 토론회를 시청하던 시민들이 받은 불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시민들은 직접 몸으로 윤석열의 위헌 비상계엄과 내란을 막아 내면서 탄핵과 대선을 주도해왔다. 내란 불면증으로 밤잠을 설쳐온 그 시민들이 내란 종식의 시발점을 TV 앞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고 있는 자리였는데도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비방하며 헐뜯기에만 일관했다. 시민을 대신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내란 앞에 변명과 남 탓을 일삼은 그들을 마주하며 진실을 고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인용 결정 이후 자라는 아이들에게 민주주의의 첫인상을 심어줄 그 중요한 장면이 모두의 귀를 의심케 한 이준석 후보의 그 발언 때문에 묻혀 버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통령선거 후보가 29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TV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표현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5.29.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대통령선거 후보가 29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TV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표현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5.29. 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러시아, 중국, 북한, 일본 등 우리와 이해관계가 얽힌 주요 국가들도 지켜보는 자리였다. 이준석 후보가 자신의 관련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트럼프에게 쌍방울이란 회사를 설명하는 것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하기 위한 최우선 전략이라고 본 점은 눈에 띄었다. 국민 중 9%가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 연령층이 고루 지지하진 않는다. 18세~29세 남자 약 50%와 30대 남자 약 30%를 제외하면 나머지 연령층에서는 매우 낮은 지지를 받고 있다.

본래 지지자는 대상 후보를 닮기 마련이다. 이준석 후보가 에펨코리아 커뮤니티와 늘 함께 한다고 알려져 있기에 지지자와 후보자 간의 싱크로율(일치율)은 매우 높다고 보인다. 저들이 바뀔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저들이 추구하는 사회가 진정 무엇인지를 이준석 후보의 말과 공약, 행동을 근거로 짚어보고자 한다. 

1. 독재에 대해 무감각하다

3차 토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그 권한이 있었다면 계엄을 안 했을 것이다. (이준석 후보가) 이렇게 말했어요. 정말 이 이야기 듣고 무서웠습니다. (중략) 대통령이 국회 해산권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까?"라고 이준석 후보에게 질문했다. 이준석 후보는 "국회 해산권이라는 건 실제 내각제 국가에서 많이 운영되는 거고요. 해산되면 다시 선거를 하자는 의미로 국민의 민의를 묻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게 국회 해산권인데요. 그게 내각제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인데... (중략)... 국회가 없어지는데 선거를 다시 해야 되는데.. 왜 독재가 됩니까?"라고 답한다. 즉 내각제 국가에서도 국회 해산권을 많이 운영하니까 우리나라에 도입해도 문제없다는 말이다.

다시 생각해 보자. 지난 12월 3일 윤석열이 긴급 담화문에서 밝혔듯, 비상계엄의 목적은 국회 해산이었다. 계엄 해제는 입법부인 국회만 할 수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어느 날 국회가 마음에 안 든다고 국회를 해산할 수 있다면, 대통령과 의회 사이의 견제 관계는 근본적으로 허물어진다. 대통령 1인 치하, 즉 독재 국가가 된다. 내각제 국가에서 국회 해산권이 작동하면 의회뿐만 아니라 행정부도 해산된다. 내각제 국가에서 국회 해산권을 발동하는 이유는 재신임이다. 실제 과반 이상의 의석을 가지고 있으나 국민 지지율이 낮아지고 있을 때, 국회 해산권이라는 정치적 결단을 감행한다. 국민에게 재신임에 대한 찬반을 물어보는 것이다. 대통령제 국가의 국회 해산권 주장은 단순히 해당 사례가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해당 사례가 없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 더욱 문제다. 이준석 후보는 원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2024.12.4.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2024.12.4. 연합뉴스

2.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다

이준석 후보는 울산, 경북의 경기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리쇼어링과 외국인 노동자 규제 해소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이 국내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리쇼어링이라고 한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 현지에 근무 중인 외국인 노동자도 국내로 옮기겠다고 한다. 단, 5년 내지 10년간 차등임금을 주는 특례를 적용한다. 국내에 들어올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을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아닌 값싼 현지의 임금체계로 적용하자는 뜻이다. 그럴 경우 내/외국인 임금 차별은 과연 정당한가? 우선 국제 협약 위반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출신국에 따른 차별을 국제규약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 고용 등에 관한 법률 및 근로기준법 등에서도 내국인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 내에서의 현지 임금 적용을 받아들일까? 절대 수용하지 않을 거다.

차등 임금 특례를 둘 경우 과연 어느 외국인 노동자가 대한민국으로 넘어와 먼 타지 생활을 하겠는가. 한국의 보다 높은 임금이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 각종 노동 현장에 많이 종사하고 있는 동기임을 모두가 알 것이다.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이유는 빠른 생산과 유통으로 현지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값싼 인건비가 해외 진출 이유의 전부가 아니다. 리쇼어링으로 인해 발생할 운송료, 세금은 누가 감당하나. 이준석 후보는 2차 토론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임금 차등 적용의 근거로 캐나다의 TFWP(임시외국인노동자프로그램)를 언급했다. 그러나 캐나다도 임금 차등으로 발생된 여러 문제에 봉착하여 결국 이를 폐지했다. 지자체별 최저임금제도 마찬가지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최저임금이 깎이면 편의점 사장의 소득이 늘고 형편이 좋아진다는 말과 똑같다.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는 노동자가 전국에 300만 명이 넘는다. 주춧돌인 사회안전망 성격의 최저임금제를 잘게 부숴 지붕의 기와로 쓰는 격이다.

3. 자기 객관화를 하지 못한다

메타 인지를 카메라에 비유해 보자. 카메라 뷰파인더 중앙에 한 사람이 놓여 있다. 뷰파인더에 가득 들어찬 피사체로부터 조금씩 줌 아웃하니 피사체 아래 풍선을 들고 있는 9살 딸이 포즈를 잡고 있다. 조금 더 줌 아웃하니 피사체 옆으로 퍼레이드 행렬이 보이고 그 위로는 바이킹 놀이기구가 보인다. 내가 서 있는 지점부터 점차 범위를 확장해가며 현재 내가 어느 공간을 딛고 서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메타 인지다. 메타 인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나를 줌 아웃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대통령은 그 범위가 가능한 최대한 넓어야 한다.

이준석 후보의 범위는 에펨코리아 커뮤니티까지다. 그 이상을 볼 수 없는 카메라로 자신과 세상을 보고 있다. 에펨코리아 커뮤니티와 이준석 후보의 일치율은 매우 높다. 줌아웃을 할 수 없는 단렌즈 카메라로 자신만을 보고 있는 것과 같다. 경제 순환의 주체도 호텔까지만 볼 수 있고, 국가 의료 정책의 재정 운용도 개인 지갑 현금 관리 수준까지만 할 수 있다. 대통령 후보자 토론회의 품격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글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없다.

누군가의 말과 행동도 오롯이 그 범위 내에서 판단한다. 말과 공간의 맥락이 파괴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헬스장 트레이너가 회원에게 자세를 알려준다. "머리부터 골반까지 꼬챙이가 꽂혔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앉아보세요." 정색을 하며 "꼬챙이를 꽂으면 죽어요! 선생님!" 하며 화내는 사람은 없다.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 사업을 빚이 늘어난다고 포기하는 대통령은 없다. 그간의 건보 재정 때문에 폐업하는 자영업자는 없다. 일률적이기 어려운 의료 분야에서는 더욱이 여건 내 단계적 확대와 낭비를 찾아 어떻게 하면 재정을 조금이라도 더 늘릴 지를 우선 생각하는 것이 행정가의 기본자세다. 재난과 참사의 당시 영상을 있는 그대로 송출하는 방송사는 없다. 취재 탐사 프로그램에서 재연을 할 때도 전부를 재현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보도 준칙이라는 것이 있다. 법정에서도 성범죄 피해자가 증인 출석을 할 땐, 피고인을 벽을 보게 하며 방청객들을 법정 밖으로 모두 퇴장시킨다.

 

이준석 후보의 토론 태도를 풍자한 민들레 만평들. 왼쪽은 홍순구 시민기자의 '동그라미 생각'(개 장수는 원래 시끄럽다), 오른쪽은 '박순찬의 만화시사' (양두구태).
이준석 후보의 토론 태도를 풍자한 민들레 만평들. 왼쪽은 홍순구 시민기자의 '동그라미 생각'(개 장수는 원래 시끄럽다), 오른쪽은 '박순찬의 만화시사' (양두구태).

4. 자신을 미래 세대의 롤 모델로 내세운다

이준석 후보는 1차 토론 마무리 발언을 "저 이준석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만들어주십쇼. 건전한 정책으로 기회의 사다리를 지켜 다음에는 여러분의 자녀와 손주들이 이 자리에 서는 꿈을 지켜내겠습니다"라고 끝맺었다. 그는 5월 1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렇게도 말했다. "저는 이렇게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가지고 열심히 저희 아버지, 어머니 포함해 열심히 노력해 가지고, 그 자녀가 나중에 당 대표도 할 수 있고 국회의원도 될 수 있고 나중에 대통령까지 될 수 있다면 이 서사와 사다리가 대한민국에 유지되고 지켜져야 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중략) 이준석의, 다음 이준석은 바로 여러분의 자녀가 될 수 있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0.001%만이 비집고 들어가는 자리를 여러분도 미래에도 가질 수 있다며 국민 모두를 현혹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통령 선거는 5년마다 1회다. 당의 대표는 1명이고 국회의원은 300명이고 대통령은 1명이다. 대선 후보가 된 것이 계층 상승의 대표격인 것처럼 말한다. 스포츠와 예술 하는 사람에게 "하버드 축구장과 서울대 법대에 정말 가고 싶었지?"라고 묻는 것과 같다. 0.001%의 자리에 올라가는 걸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는다. 당장 먹고사는 다른 문제들이 훨씬 중요하다. 얼마 전에 어떤 청년이 부산에서 선거운동을 하던 박주민 의원을 향해 행패를 부렸다. 그는 의원이 서울대 법대 정도는 나와야 한다며 출신 대학을 따져 물었다. '서울대 법대'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박주민 의원의 아픔이 내게 절절히 와닿았다. 노동 시장에서의 학력에 따른 임금과 대우 차이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 지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내 아이가 이준석처럼 자라는 걸 절대 원치 않는다. 우연히 태어난 김에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은 거 하고, 일하고, 서로 연대하고 사랑하며 무탈히 살길 바랄 뿐이다.

5. 언제나 사익을 추구한다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내란 세력과는 선을 그었다"며 관심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토론 내내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미리 준비해 둔 멘트를 관철하기 위해서 김문수 후보와 어깨동무 하는 것을 마다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해둔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필요하면 내란 세력과 언제든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필요 없으면 금방 떼어내기도 한다. 상대 후보에겐 10초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에게 답변 시간으로 10초가 주어졌을 땐, 답변을 지체하며 '매너가 너무 없는 거 아닙니까'라며 되물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던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이 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2차 계엄을 계획하고 있는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엔 집에 돌아오지 못할 것을 직감하며 고통을 면치 못할 가족들을 피신시키고, 겉옷만 얼른 챙기고 마지막일지 모를 가족과의 포옹을 뒤로한 채 당장 국회로 달려가는 것만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와는 달리 상황을 예단하고 지켜보며 여러 가지 판단을 하고 있던 사람들도 있었다. 두 차이는 뭘까? 둘 다 국민의 대리자이자 계엄 해제의 권한을 가진 유일한 권력인 입법부의 일원이다. 단, 계엄 선포 시엔 버선발로라도 곧장 국회로 뛰어가라는 국민의 요구를 우선 이행했는가의 여부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로비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로비의 모습. 연합뉴스. 

6.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본다

이준석 후보는 국민연금의 신·구세대 분리 공약을 냈다. 이미 가입을 해서 보험료를 내고 있는 사람과 앞으로 내야 할 사람을 구분하겠다고 했다. 국민연금 본질은 동시대 속에서 젊은 사람이 노인의 소득 보존을 해주는 것이다. 건강보험으로 동시대 속에서 건강한 사람이 아픈 사람을 도와주는 것처럼 상호부조한다. 내가 적립한 돈을 타가는 저축이 아닌 사회적 보험으로서 국민연금이 존재하게 된다. 있는 사람이 덜 받고 없는 사람을 보조함으로써 '함께 나눈다'는 사회적 의미와 노인이 된다는 삶의 이벤트에서 소득이 없을 경우를 보장해 주는 '보험'의 성격이 있다. 1년에 몇백만 원씩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면서 실제 혜택은 50만 원밖에 못 받아도 불평하지 않는다. 나도 나이가 들어 아플 때 건강한 사람이 나를 도와줄 거라는 일종의 사회적 협약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협약을 깨뜨리자는 주장은 본질에서 벗어났다.

청년세대를 대표하려고 했다면 본질에 접근했어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연금 수급자가 될 때 나오는 돈은 내가 쌓은 돈과의 관련성이 아주 낮다. 국민연금액 산정 공식은 '1.2×(A+B)×(1+0.05n)/12개월'이다. A는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간 평균 소득, B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 동안 자기 소득 평균액, n은 20년 이상을 초과하여 가입한 개월 수이다. 내 소득과 연관된 값은 B값이 유일하다. A값 즉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가 얼마의 소득이 있는지, 우리나라 경제가 국민연금 가입 기간 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에 따라 내 연금이 정해진다. 만 18세부터 59세까지 가입 가능한 국민연금의 가입자 평균 가입 기간도 20년이 채 안 된다. 늦어지는 취업 나이, 이직, 고용 불안정, 출산, 육아, 군 복무 등이 주된 이유다. 낸 만큼 찾고 싶으면 은행에 가라.

제도의 평가는 그 도입 취지에 맞게 운용되고 있느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국민연금 도입 취지는 노인 빈곤을 막기 위함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0%로 OECD 가입국 중 최고이며, OECD 평균치 14%의 약 3배다. 공적연금 기금의 GDP 대비율은 전세계 1위이다. 본인 소득을 국민연금에 붓는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낮다. 건강보험처럼 의무가입도 아니다. 대비되는 현상들이 동시에 나타나니 너무 이상하다. 연금 기금은 거대하게 쌓여있고 연금에 붓는 비율은 낮고, 직장에 오래 다녔던 사람들만 혜택을 보고, 정작 현재의 노인들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소득층은 자신이 벌던 돈에 비해 연금 수급액이 적을 수밖에 없지만 저소득층에겐 중요한 노후 수단이다.

국민연금에 반드시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그들은 당하고 있는 거다. 특수고용직과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의 미가입률이 너무 높다. 직장가입자가 아니면 보험료 전액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작 이들은 대상자가 아니니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고, 목소리를 내도 들어주는 이가 없다. 그런 와중에 본 취지와는 관련 없는 사람들이 국민연금의 낮은 보험료율과 높은 보장성을 이용하며 관심을 끌었다. 노인 빈곤은 내 일이 아니며 조금의 손실 없이 혜택을 받으려 할 뿐이다. 국민연금 내에서 노인 빈곤을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당장 눈앞의 문제보다 몇십 년 후의 연금 기금 고갈만 걱정한다. 그래봤자 받는 사람만 받을 뿐이고 보호해야 할 사람에 대한 방안은 없다. 우리가 신·구 분리를 안 해서 노인 빈곤율이 높아지고 있는 게 아니다.

현재 청년세대가 기성세대에 미움을 가지는 건 이해한다. 국민연금은 출산율 감소로 형식적 개정만 있었을 뿐 사실 1988년 첫 도입 후 실질적 개혁은 없었다. 예상한만큼 받을 것으로 생각해 오다, 법 개정으로 그 예상이 바뀐 것에 모두가 촉각을 세우다 보니 정부도 건드릴 생각조차 못했다. 통계청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5년 즈음 65세 이상 인구는 국민의 40%를 차지한다. 700만 명 1차 베이비부머 세대와 600만 명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를 하거나 곧 앞두고 있다. 가져갈 건 다 가져가고 은퇴할 즈음 보험료율을 높이자고 하니 미워할 수 있다. 그러나 밉다고 본인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당장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선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다 떠나기 전에 보험료율과 납입 한도를 올리고 연금 수급액 한도를 제한해야 한다. 그리고 각종 크레딧 정책을 크고 확실히 재설계해야 한다. 현재 출산 크레딧은 너무 부족하다. 유럽처럼 자녀당 5년씩은 두어야 한다. 취업 나이가 늦어지니 공부하고 자격증 취득하는 취업 준비 기간 크레딧도 만들어야 한다. 실업 기간 중 생애 최대 1년까지만 인정되는 실업 크레딧도, 12개월로 늘린 군 복무 크레딧도 더 확대해야 한다. 이준석 후보의 국민연금 세대 분리는 여건 내 구조 개혁이 아니라, 도리어 구조 개혁이 필요한 구조를 추가로 만든다. 제도 개선을 통해 국민연금이란 물의 수준을 전체적으로 올리는데 이제부터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민주노동당 권영국·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5.5.23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민주노동당 권영국·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5.5.23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7. 다른 사람과 대화하지 않는다

이준석 후보는 자신에게 질문한 상대 후보가 아니라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답변하는 모습이 눈에 자주 띄었다. 답변이 아니라 시작 발언과 마무리 발언을 하는 것 같았다. 득점은 어렵고 실점은 쉬운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지지자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바로 앞과 옆에는 대화해야 하는 상대방이 있다. 상대 후보의 주장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 고민이 깊은 취업 준비생에게 알바를 하든 배를 타든 500만 원을 모은 뒤 150명의 당원을 모아서 시·구의원을 하라는 그의 취업 상담에 박수 칠 사람이 과연 있는가. 0.01%만이 갖는 경험을 좇으며 당원 모집을 위한 고향 친구가 150명이나 있는 취준생을 본 적이 있는가. 척박한 환경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지방의회 의원들은 이 무슨 봉변인가. 대화의 시작은 우선 잘 듣는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윤석열을 떠받친 장본인이다. 그가 속한 개혁신당은 윤석열이 일으킨 집권 연합 보수의 분열 증상에 불과하다. 어떠한 정치적 변화도 주도할 수 없는 세력이다. 당은 더 분열되어서 당내에 남아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가운데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 당조차도 하나로 규합시키지 못하는데 어떻게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며 전 국민의 9%인 약 400만 명, 특히 18세~29세 남자가 그를 지지하고 있다. 심지어 이재명과 이준석 간 가상 양자 대결을 붙여보면 18세~29세 남자의 이준석 후보 지지율이 70%를 웃돈다. 나 이외의 어느 누구도 보지 않는 혐오를 기반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에게 이런 격언이 있다.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대화와 화합을 가져오는 건 정말 노력하는 정치인만이 할 수 있다." 나이만 젊을 뿐인 저들이 쉽게 바뀌지 않을 걸 안다. 그렇다면 압도적으로 꺾어 이겨줄 수밖에 없다. 내란을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는 민주 시민이 이 시대의 주권자임을 몸소 보여줄 수밖에 없다. 위에 나열한 것들이 우리가 3년 동안 본 윤석열의 모습과 거의 일치한다.

​이준석 후보에게는 구직 앱을 깔아서 여러 개의 단기 알바라도 6개월간 해볼 것을 권장한다. 누군가의 휴양지는 누군가의 일터임을 깨달을 수 있다. 내가 위에 있으면 누군가는 아래에서 발버둥 치고 있다. 이 세상이 나 혼자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눈으로 볼 수 있다. 어떤 모습이든 개의치 않고 그저 내가 하고 싶고 잘하는 걸로 인생을 보내고픈 사람이 대다수다. 단 몇 초의 겉모습만으로 그 사람의 전부를 알 수 없다. 안 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도, 고생만 하는 것 같아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 하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만 원 한 장 벌기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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