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첫날부터 여성 혐오 변명하며 이재명 아들 힐난
"순화했지만 그마저도 불쾌했다면 죄송"…말 장난 사과
"민주당 지귀연 룸살롱은 왜 공론화 안하냐"면서 물타기
문제 본질 이해 못하고 "순화하기 위해 노력한 것" 변명
윤석열 연좌제 안된다더니 이재명 아들만 검증하자는 모순
여성혐오 발언 문제되자 가족 검증하자면서 프레임 전환
고개 숙이지 않은 이준석 "굴복 안해…민형사 강력 대응"
야권 "40대 윤석열, 제2 윤석열…끝까지 가서 심판받자"
개혁신당은 난처…천하람 "이준석,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와 관련한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으로 파문을 일으킨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하는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아들 문제를 제기했다. 또 자신의 발언에 대해 언급한 이들을 상대로 강력한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이준석 후보가 여전히 문제를 온전하게 인삭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자신의 문제를 덮기 위해 이재명 후보 아들 문제로 '물타기' '프레임 전환'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불특정 대상을 상대로 민·형사상 대응을 예고한 것 역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7일 제3차 대선 토론에서 저는 인권변호사 출신 권영국 후보에게 질문했다"며 "성폭력적인 인터넷 게시글이 여성혐오에 해당하는지 묻는 질문이었다"고 말했다. 또 "해당 표현은 제가 창작한 것이 아니라, 이재명 후보의 장남 이동호 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직접 올린 글의 일부"라면서 "저는 이동호씨의 게시 글 중 하나를 비교적 가치중립적인 단어로 바꿔 인용했지만, 워낙 심한 음담패설에 해당하는 표현들이라 정제하고 순화해도 한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마저도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사과 표현'을 했지만, 사실상 형식적인 사과에 그쳤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정제되고 순화된 표현"이라고 주장하면서, "(표현은 가치 중립적이었지만) 그마저도 불편함을 느끼신 분께"만 한정해서 사과 표현을 전했다. 자신의 표현에는 문제가 없지만, '만약에' '그마저도' 불편함을 느꼈다면 그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날에도 이준석 후보는 "심심한 사과를 한다"면서도 자신의 발언이 "순화해서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이번 파문은 이준석 후보 본인이 '검증'이라는 명분으로 상대 후보의 약점을 과도하게 깎아내리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설령 검증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최소한 여성 인권과 존엄, 국민 일반의 의식 수준을 고려했어야 했다. 부모님과 함께 초등학생까지 보던 티브이(TV) 생중계에서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발언을 한 것은 대선 후보의 기본 자질과 결부된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는 사태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사과를 한다면서도 고개조차 숙이지 않았고, 오히려 공세적이었으며, 변명과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일관했다.
이준석 후보는 "저의 질문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단계적 검증이었다. 인권을 이야기하는 후보가 이 같은 표현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마땅히 확인해야 했고, 이재명 후보는 가족의 일탈에 어떤 책임 의식을 갖고 있는지 또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이재명, 권영국) 두 후보는 대답을 회피했고, 책임을 외면했다"면서, 발언의 책임을 다른 후보들에게 돌렸다.
이준석 후보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최근 민주당에서도 지난 몇주간 룸살롱 이런 굉장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단어들을 사용해서 계속 정치적 공세를 해왔던 적 있고, 그런 것은 그러면은 공론화장에서 논의될 수 있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쓴 단어에 대해선 "비속어를 사용한 것도 아니고, 굉장히 가치중립적인 단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전혀 관련도 없는 별개의 사안을 끌어들여 시선을 분산시킨 것이다.
그러나 지귀연 판사의 유흥업소 접대 의혹의 경우, 사건 자체가 현직 부장판사의 접대에 맞춰져 있고 룸살롱 단어 사용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적도 없다. 이준석 후보는 전혀 다른 사안에서 '단어 3글자'만 떼서 문제를 삼은 것이다. 전형적인 침소봉대이자, 과도한 자기 방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뭐가 잘못된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 되는 기자회견에서 거듭 "문제가 되는 단어가 '성기'라고 한다면 그것을 무엇으로 순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개개인이 느끼는 바가 달라서 넘어서는 발언을 했다면 그 부분에 유감을 표명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단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성기' '젓가락' 등 부적절한 단어들이 함께 나오면서 여성과 국민 다수에게 성적 불쾌감을 불러 일으킨 것이라는 취지의 지적이 있다면서 기자들이 입장을 되물었지만, 이준석 후보는 또다시 논점을 흐렸다. 그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대선 경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향해 "(과거 김문수 후보가 발언한) '춘향전은 춘향이 ×먹으려는 이야기'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따진 것을 언급하면서, "춘향이 발언은 (왜) 그런 상황이 안 됐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거듭 자신은 "굉장히 처음 들어보는 형태의 음담패설을 순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동호 씨는 지난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으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며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아들 문제를 반복해서 언급했다. 그는 "윤석열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김건희에 대한 도덕성 검증에 소극적이었던 대선 후보 윤석열은, 임기 내내 부인을 방탄하다가 정치적 곤경에 처했다"면서 "대통령 후보자의 가족에 대한 검증은 사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책임의 연장선이다. 저는 그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문제를 감추고 이재명 후보의 아들 문제 쪽으로 프레임을 돌리기 위한 시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제 눈의 들보는 찾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사안과 섞는 전형적인 '물타기'로도 볼 수 있다.
발언 자체도 모순이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발언이 대선 후보의 '가족 검증' 차원이라는 취지로 말했지만, 그는 전날엔 "해당 인터넷 게시글이 이재명 후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 어떤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대선 후보의 성범죄에 대한 기준과 가치관을 묻는 것이 왜 문제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발언이 문제가 되자 대선 후보의 성범죄에 대한 기준이나 가치관을 묻는 것이라고 해명했다가, 이재명 후보 아들의 과거 문제가 극우 매체를 통해 보도되자 '가족 검증'이라고 말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러한 발언은 자신의 과거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 당대표 시절 윤석열 장모 최은순 씨의 법정 구속(징역 3년)에 대해 "대한민국은 연좌를 하지 않는 나라"라며, 윤석열의 입당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조국혁신당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한 한동훈 특검법에 대해서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딸 문제와 관련 "연좌 느낌이 드는 가족수사가 반복되면 안 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재명 후보에게만 연좌제를 적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준석 후보는 '대선 후보 가족 검증'의 명분으로 김건희 씨의 도덕성을 들었으면서도 윤석열의 당선을 위해 뛰어 모순된 행태를 보였다. 이준석 후보는 최근 내란 세력과 선을 긋는 듯 하지만, 윤석열 정권 탄생의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윤석열·김건희 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을 외면했던 이준석 후보가 이제와서 가족 검증을 언급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무엇보다 이준석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저는 굴복하지 않는다. 진실을 덮으려는 시도에는 단호히 맞설 것이며, 법적 책임도 함께 물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오후 2시까지 사실관계를 반대로 뒤집어, 저에 대해 방송과 인터넷등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게시한 이들은 자진 삭제하고 공개 사과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강력한 민형사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는 사전투표 첫날 사실상 일반 국민과 언론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전쟁을 하겠다는 선포와 다름없다. 사회 통합을 해야 할 대선 후보가 해야 할 발언으로는 매우 부적절하다. 그가 말하는 '표현의 자유'가 어떤 것인지도 의구심이 든다. 선거 전략상으로도 사전투표 첫날 법적 대응을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같은 강경책이 자신의 지지층은 붙잡을 순 있겠지만, 나머지를 모두 적으로 돌리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준석 후보가 '코너'에 몰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이준석 후보가 그간 해온 남녀 갈라치기, 혐오를 동력으로 하는 정치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형식적인 사과와 함께 변명으로만 일관하면서 국민 다수와 거리가 멀어지는 모습이다. 개혁신당 당원들의 탈당 신청이 이어진다는 보도는 이를 방증한다. 대선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준석 후보가 얼마나 만회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야당은 이준석 후보가 이날도 거듭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공세적으로 나오자 거세게 비판했다. 민주당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기 위해 네거티브에 올인하는 이준석 후보가 개탄스럽다"면서 "이준석 후보의 주장은 지난 과거의 일이며 국민들께서 이미 판단을 내린 일이다. 지난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불거진 일로 당시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서,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국민들 앞에 사과했다"고 언급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대선을 5일 앞둔 시점에 과거 문제를 마치 새로운 일인 것처럼 선거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더구나 상대방 후보의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선대위는 거짓말과 망언으로 선거판을 오염시키는 이준석 후보를 어제 고발했고, 김문수 후보 선대위 관계자에 대한 고발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과거의 일을 다시 들춰내 이재명 후보를 비난하려다 허위사실까지 공표한 이준석 후보와 김문수 선대위 관계자들은 정치적,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천주교 사제 1446인이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며 낸 시국선언문의 문구를 인용해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라고 꾸짖었다. 그는 "(이준석 후보가) 어제는 마음에도 없는 심심한 사과 운운하더니 하루 만에 본색을 드러냈다"며 "감출 수 없는 존재의 천박함을 여과 없이 방출했다"고 힐난했다.
윤 대변인은 "윤석열보다 더 말 많은 40대 윤석열, 국민과 싸우자고 덤비는 윤석열 판박이,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조차 못 하는 제2의 윤석열"이라며 "전 국민을 상대로 고막 테러를 자행한 것도 모자라 더 악을 쓰고 호객행위하는 모습은 경악 그 자체"라고 했다. 그는 "수준을 논하기도 민망한 그의 본색이 이번에 까발려지지 않았다면 또 다른 윤석열이 자라나고 있음을 깜빡할 뻔했다"며 "굴복하지 말고 끝까지 가기 바란다. 국민에게 준엄한 심판을 받을 차례"라고 강조했다.
개혁신당은 난처한 모습이다. 이준석 캠프 선거를 지휘하는 천하람 상임선대위원장은 전날 밤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이준석 후보 취지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가지고 있는 위선, 이중 잣대를 지적하려고 했던 것이지만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많은 국민들이 불쾌감, 당혹감을 느낀 부분을 저희도 충분히 인지해 (이 후보가)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준석 후보가 '불쾌감을 느꼈을 많은 국민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고 저희도 같은 마음"이라고 곤혹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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