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가이드 라인 제시하며 공천 개입한 정황
이준석-명태균, 삼천포서 만나 경선 관련 논의해
명태균 "10% 앞서면 경선 없다고 약속해줬어"
김영선 전략공천 위해서 치밀하게 계획한 정황
공관위원장부터 윤석열 최측근까지 모두 포섭
"이준석-명태균, 김영선에 유리하게 만들었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 당대표 시절이던 2022년, 경남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명태균 씨와 만나 구체적인 여론조사 수치까지 언급하며 김영선 전 의원의 전략 공천을 위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정황이 담긴 녹취가 27일 확인됐다.
이 후보는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공천개입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도 명태균 씨의 부탁으로 김 전 의원 공천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명 씨가 윤석열로부터 "김영선 공천 주라 했다"는 내용을 확인한 뒤 이 후보에게 전달하자, 당시 당대표였던 이 후보가 "넵"이라고 답하며 윤석열·김건희의 공천개입을 인지한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이 후보가 명 씨에게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공천개입 의혹이 짙어졌다.
"10% 앞서면 경선 없이 한다고 준석이가 약속했어"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확보한 김 전 의원 회계 담당자였던 강혜경 씨와 명 씨의 통화녹취에 따르면, 명 씨는 2022년 4월 3일 강 씨와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하고 어제 만나서 이야기를 했는데, 10% 앞서면 경선 없이 한다고 (했다). 내가 그래서 경선 없이 (하자고), 우리 돈도 없고 죽겠다고 (했다)"라며 "서명원(여론조사 업체 PNR 대표)한테 (김영선이 여론조사에서) 최소한 7%는 앞서야 된다, 압박을 줬다"고 말했다.
명 씨는 "어제 준석이하고 약속을 그리 했다고"라고 재차 강조한 뒤, "김종양이랑 (김영선이) 경선해버리면 머리 아프다니까"라며 "김영선은 경선에서 이길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초선, 말 잘듣는 김종양이가 낫지 뻣뻣한 김영선이 (공천) 하겠느냐"면서 "경선 자체를 없애려고 내가 한 거거든"이라고 말했다.(자세한 내용은 아래 녹취 영상)
명태균 "준석이가 어제 10% 앞서면 (김영선) 경선 없이 한다고 약속했다" 녹취. 2025.5.27. 제작 시민언론 뉴탐사 김은도 PD
실제 이 후보는 명 씨와 강 씨의 통화가 있기 하루 전인 2022년 4월 2일 저녁 경남 사천에서 공군 훈련용 전투기 추락사고로 숨진 조종사 4명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후보는 조문 뒤 명 씨와 회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같은 날 오후 명 씨는 강 씨와 통화에서 "(이준석과) 삼천포에서 만나기로 했다"면서 "비행기표를 취소하라"고 했다.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 관계자는 해당 통화에 대해 "이준석과 명태균이 제주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삼천포로) 변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석-명태균의 '삼천포 회동'에서는 공천을 위한 모종의 '가이드 라인'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명 씨는 이 후보와 회동을 마친 직후인 4월 2일 오후 10시 8분쯤 강 씨에게 전화해 "이준석이가 공표조사나 비공표라도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지수를 이기는 걸 가져와라, 그러면 공천 줄게 이러네"라고 했다. 이어 약 9분 뒤인 오후 10시 17분쯤 카카오톡 메신저로 이 후보에게 "대표님 고맙습니다. 이 은혜 꼭 갚겠습니다" 라고 보냈다. 이에 이 후보는 "(여론조사) 수치만 나온다면야" 라고 답했다.
"김영선이 16.3%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략공천을 위한 '가이드 라인'이 만들어진 뒤, 김 전 의원을 위한 여론조사는 활발하게 이뤄졌다.
강 씨는 이준석-명태균 회동 다음 날인 4월 3일 여론조사업체 피플네트워크리서치(PNR) 대표인 서명원 씨에게 전화해 "명(태균) 사장님이 준석이 만나고 왔다"며 "우리 할매(김영선)는 전략 공천줘 했는데, 이게 뭐가 조건이 있다. (여론조사에서) 10%앞서는 뭐…"라면서 "자체조사든 공표조사든 하나는 들고 와라, 그러면 무조건 내가 어떻게 힘 써볼게, 이렇게 얘기가 됐다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 후보가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위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자, 명태균→강혜경→여론조사 업체로 곧바로 전달된 것이다.
이후 명 씨는 다음 날인 4월 4일 이 후보에게 "PNR 여론조사에서 김영선(38.3%) VS 김지수(24.9%). 김영선 전 의원이 13.4%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대표님 꼭 도와주세요. 고맙습니다. 자체조사도 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카카오톡 문자를 보냈고, 이 후보는 "넵"이라고 답했다.
명 씨는 4월 16일에도 "창원 의창구 공표용 여론조사입니다. 김영선(37.5%) VS 김지수(21.2%) 김영선 전 의원이 16.3%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라고 보냈고, 이 후보는 "예. 언론에 많이 보도되었으면 좋겠네요"라고 답했다. 공표용 여론조사가 언론에 많이 보도돼야 공천에 유리하다는 암시를 준 것으로 읽힌다.
특히 이 후보는 4월 24일 명 씨가 또다시 공표용 여론조사가 담긴 문서 파일(PDF 파일)을 카카오톡으로 보내자 "윤상현 의원한테도 함(성득) 교수를 통해서 토스해주라"고 답했다.
당시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임명되기 전이다. 이 카카오톡 문자를 주고받고 나흘 뒤인 4월 28일에야 윤상현 의원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된다. 당시 당대표였던 이 후보가 공관위원장 인사를 미리 알고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보내도록 한 정황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재보궐 공천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아울러 이 후보는 김 전 의원 공천이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석열과 그의 부인인 김건희의 의중이라는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관위원장도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최측근인 함성득 교수를 통해서 여론조사 파일을 미리 보내게 한 부분은 이들 부부의 의중을 반영한 행동으로밖에 풀이되지 않는다.
"이준석-명태균, 김영선 공천에 유리한 상황 합의"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의중을 담은 '김영선 전략공천 작업'은 이 후보와 명 씨의 주도하에 상당히 치밀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대통령 당선인 부부의 최측근과 여론조사 업체까지 총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워치독> 취재에 따르면, 명 씨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운전기사 김기성 씨는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에서 "이준석 당시 당 대표가 윤상현을 공관위원장으로 임명했고, 윤상현 의원이 공천을 결정하는 상황이었다. 명태균이 사실 이준석 당 대표와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받는데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데 협의를 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윤상현 의원이 김영선 전 의원 이외 새로운 신인 정치인을 생각했나 보다. 그래서 명태균이 이준석 당시 당대표 측, 그리고 용산(김건희)에 이야기해 윤상현 의원을 압박했다고 했다. 그래서 김영선 전 의원이 보궐선거에서 단수공천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김 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 명 씨는 2022년 4월 28일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를 함성득 교수에게 전달한 바 있다. 당시 명 씨가 김건희에게 보낸 카카오톡 문자에는 "사모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윤상현 의원을 이준석 대표에게 추천한 사람이 바로 저 명태균입니다. 김영선 의원을 도와주겠다고 몇번이나 해놓고 공천관리위원장에 앉자마자 윤상현 의원이 얼굴을 싹 바꾸니 너무 황망합니다. 이준석 당대표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너무 불안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윤 의원을 공관위원장으로 하는 구상을 이 후보와 명 씨가 논의하고, 이후 김 전 의원의 공천도 꾸준히 논의한 정황이다. 이 문자를 본 함 교수는 명 씨에게 "윤상현에게 김영선 문제로 (이준석) 대표가 전화했음. 잘자"라고 답장했다.
이 후보 쪽은 이같은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개혁신당 김성열 선대본 대변인은 <워치독>과 통화에서 "대선 기간에 밝혀진 내용도 아니고, (이 후보가) 그 당시 개혁신당에 있었던 것도 아니라 뭐라 말씀 드릴 부분이 없다"며 "수사 중이니까 수사 결과가 나오는 걸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김성진·허재현·김시몬·조하준 워치독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