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출사표에 국힘 경선캠프 공식 논평 한 줄 없어

한과 단일화 홍보했던 김문수 캠프도 안 반긴다

한동훈 "한덕수는 개싸움 감당할 분 아니다"

한덕수 여론조사도 그다지…호남 호소력도 없어

5·18 묘지 참배하러 갔다가 시민 반발로 막혀

"국힘 진성당원들 한덕수 1대1 단일화 원치 않아"

급해진 한덕수, 이낙연·오세훈에 도움요청 손짓

왼쪽부터 김문수, 한동훈, 한덕수
왼쪽부터 김문수, 한동훈, 한덕수

[기사종합 : 오후 10시 25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파기환송' 선고를 내리며 대선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가운데, 군사작전을 하듯 12·3 내란 세력을 대표하는 주자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다만 한 전 대행은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와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출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험로가 예상된다. 그간 한 전 대행에 대해 단일화 '러브콜'을 보내왔던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의 분위기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앞서 <시민언론 민들레>는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2차 경선 발표 직전 이미 당내에서 "(한덕수 단일화에 적극적이던) 김문수 캠프마저도 한덕수 쪽에 쉽게 자리를 내어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한 바 있다. 한 전 대행의 출마 선언에 맞춰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윤석열이 대권을 잡았을 때처럼 손쉽게 당을 흡수하려고 했던 한 전 대행의 대선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은 조직력과 자금력이 있는 국민의힘 후보 쪽에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경선 후보는 1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 GTX-A 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전 대행과 단일화와 관련한 질문에 "출마 선언? 나는 못봤는데? (출마)했느냐?"면서 "출마 선언했으면 내가 보고 확인해서 단시간에 내에 (한 전 대행을) 보든지, 또 소통해서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단일화 의지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시각 있다'는 질문엔 "관심법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제가 국민의힘 공식 후보가 되고 나면, 더 책임있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최종 경선 이전에 '을지 문덕(김문수+한덕수)'라고 홍보하면서 누구보다 단일화에 강력한 목소리를 냈던 김 후보 쪽마저 미온적인 태도로 돌아선 모습이 감지된 것이다. 카카오톡 메신저에 개설한 김 후보 캠프의 기자 공지방에도 이재명 후보 파기환송에 대한 언급만 올라올 뿐 한 전 대행과의 단일화에 대한 공식 논평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경선 후보가 2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청년서포터즈와 GTX-A를 탑승하기 위해 탑승구로 이동하고 있다. 2025.5.2. 연합뉴스

김 후보 캠프 쪽은 김 후보 중심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감지된다. 김재원 공보미디어총괄본부장은 <YTN> 라디오에서 "김문수가 후보로 선출되면 국민의힘 후보이기 때문에 (한 전 총리 등이) 국민의힘과 함께 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희생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그 결단을 통해서 단일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중심에는 김 후보가 주도하는 단일화 협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경선 후보 쪽은 이보다 더 단호하다. 한 후보는 이날 <TV조선>과 인터뷰에서 한덕수 전 대행과 김문수 후보를 겨냥해 "이재명 민주당이 주도하는 막가파식 개싸움을 감당하실 수 있는 분들은 아니"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목숨 걸고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저 같은 사람이 유일한 카드"라며 "흙탕물 죄다 뒤집어쓰고 들어가서 개싸움 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는 경남 창원 마산어시장을 방문한 뒤에도 기자들과 만나 "보수 정치 품격은 국민에 진흙탕 튀기지 않게 대신 진흙탕에 들어가 불의와 맞서 싸우는 것"이라며 "제가 대선에서 그걸 하겠다. 다른분들은 그걸 하기 어렵지 않겠나, 제가 싸워 이기겠다"면서, 단일화를 본인 중심으로 해야한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한 전 대행에게 대선주자 자리를 절대 내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 후보 캠프 역시 김 후보 캠프와 마찬가지로 공식 논평은 없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선 경선 후보가 2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을 찾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5.2. 연합뉴스

<민들레>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재명 후보에게 파기환송 선고가 내려지면서 "국민의힘 후보로도 대선을 치러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3일 결정될 국민의힘 후보를 중심으로 '빅텐트'를 추진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힘 분위기에는 한 전 대행의 지지율이 다른 후보와 별다른 차이가 없고, 차별점도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한 전 대행이 일부 무당층에 호소력이 있다고 정치권에서는 분석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중도 확장 효과나 호남 표심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사실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론조사꽃이 지난달 28~29일 18세 이상 남녀 2009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면접 방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상 양자대결 결과 ▲이재명 51.7% 한덕수 29.4% ▲이재명 51.8% 김문수 24% ▲이재명 50.9% 한동훈 21.7% 등으로 나타났다. 한 전 대행의 본선 경쟁력이 다른 후보에 비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은 것이다(표본오차 ±2.2%p, 95% 신뢰수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여론조사 꽃 2025.5.2.
여론조사 꽃 2025.5.2.

한 전 대행의 호남 대망론 역시 허구임이 출마 직후 드러나고 있다. 그는 이날 출마 선언 뒤, 오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려고 했으나, 내란 공범의 참배를 반대하는 시민들에 가로막혔다. 시민들은 "내란 동조 세력 한덕수는 물러가라" "5·18 참배 자격 없다"고 외쳤고, 한 전 대행은 민주묘지로 들어가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그는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라고 호소했지만, 지지자와 참배 반대 시민들의 고성 속에 묻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단일화 논의에서 급한 쪽은 한 전 대행이다. 한 전 대행이 대선 출마 직전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고문과 통화하고 식사 회동을 제안한 것은 단일화 전 몸값을 키우기 위한 정치적 행보로 보인다. 한 전 대행의 단일화에 대한 조급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 전 대행은 이날도 출마 선언 직후 첫 행보로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을 방문해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났다. 이 역시 단일화를 띄우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그러나 '명태균 게이트'로 수사를 받는 오 시장을 통한 단일화 시도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당의 막강한 조직과 자금을 안고 있는 국민의힘 후보 쪽에서는 조급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한 전 대행의 출마로 잠시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고 있지만, 각종 조사가 뒷받침하듯 한덕수 대망론이 딱히 힘을 못받는 상황에서 초기 등장 효과는 오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선에 실제 효과가 있는 단일화 시점은 오는 11일 후보 등록일 전과 24일 투표용지 인쇄 전으로 여겨진다. 국민의힘 후보가 '버티기'에 들어가면 한 전 대표가 단일화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연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한덕수 전 총리가 광주비상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반발에 가로 막히자 "저도 호남 사람"이라며 참배를 호소하고 있다. 2025.5.2. 연합뉴스
 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한덕수 전 총리가 광주비상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반발에 가로 막히자 "저도 호남 사람"이라며 참배를 호소하고 있다. 2025.5.2. 연합뉴스

결국 한 전 대행 입장에서는 초기에 국민의힘 후보 기세를 꺾어야 하지만, 단기간에 단일화 논의가 끝나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치열한 대선 경선을 거쳐 후보를 뽑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한 전 대행을 끌어안아 중도 표심 확장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당원들에게도 더 명분이 선다. 반대로 한 전 대행은 국민의힘을 흡수함으로써 자금과 조직을 모두 가져와야 하는 입장인 만큼 자신이 후보가 되는 방법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사실상 '올 오어 나씽'(All or nothing, 전부 아니면 전무)의 게임이 쉽사리 결론을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이낙연 고문, 이준석 의원까지 포함시키면 함수는 복잡해진다.

국민의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민들레>와 통화에서 "김문수 캠프 안에서도 '해볼 만하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며 "한덕수의 출마용 지렛대라는 분위기가 없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도 외부(윤석열)에서 수혈했지만, 결론은 탄핵 아니냐"며 "한덕수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민들레> 기자와 만나 "국민의힘 당원 50세 이상이 50% 이상으로 아는데, 그중 30%는 애당심 강한 진성 당원"이라며 "한덕수와 1대1로 단일화해서 밑으로 들어가는 걸 원치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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