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종식 약화시키는 '개헌 조급증' 안 된다

주권자 바로세우기-민주주의 혁신 개헌 돼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 “위대한 국민들이 위대한 대한민국의 민주공화정을 되찾아주셨다.” 이재명 대표의 감격에 겨운 말이지만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위대한 국민에 대한 감사와 존경은 무엇보다도 위대한 국민을 개헌권자이자 입법권자로, 즉, 제대로 된 주권자로, 대우하는 주권자바로세우기 개헌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대표는 주권자를 주권자답게 만드는 국민발안권 국민헌정개헌에 앞장서는 모습으로 국민표심을 획득해야 한다. 개헌안/법률안 국민발안권 개헌을 하면 저절로 대리인을 대리인답게 만드는 정치개혁과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답게 만드는 민주주의혁신이 따라오게 돼 있다. 국민과 국회의 개헌/입법경쟁시대가 열리면서 시민 눈높이에 맞는 개헌과 정치관계법 입법이 본격화된다. 그때그때 필요한 개헌이 국민주도로 추진돼 개헌지체로 국가발전이 저해되는 현상이 사라진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개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4.6 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개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4.6 연합뉴스

국힘당 약화와 내란종식이 우선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국면에서는 내란종식이 먼저다. 개헌 논의는 자칫 국민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내란종식 아젠다를 약화시키며 국민을 뒷전으로 밀어낼 수 있다. 더군다나 내란옹호당 국힘당은 헌재가 내란옹호궤변을 8대0 전원일치결정으로 빠짐없이 배척하고 산산조각 냈는데도 국민에게 사죄하거나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 헌재의 8대0 비상계엄 단죄결정에 따라 국힘당은 1호 당원 윤석열을 즉각 제명하고 내란전모를 밝히기 위해 내란특검법 협력방침을 선언하며 대선후보도 내지 않고 자숙해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개헌주장으로 공수전환을 시도하며 철지난 ‘이재명 심판’노래를 다시 꺼내들고 대선승리를 장담한다. 이들이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러움을 가르쳐주고 벌을 줘야 한다.

국힘당은 제왕적대통령제는 물론이고 제왕적의회제의 폐단을 고치기 위해서도 개헌이 필요하다며 민주당을 압박하는 새 의제를 던졌다. 국회의 다수파지배를 무력화하는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판국에서 앞으로 2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기간 중에 무슨 수로 민주당과 권력구조 개헌안에 합의해서 개헌안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힘당은 이재명 대표가 개헌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리라는 계산 아래 이대표 공격무기로 개헌공세를 펼치고 있을 뿐, 스스로도 개헌 성사가능성에는 무게를 두지 않는 게 틀림없다.

책임총리제 개헌?

이재명 대표는 지금은 내란종식이 더 시급하기 때문에 개헌을 대선이후로 미뤄야 맞지만 꼭 하려고 한다면 5.18의 헌법전문반영과 계엄요건강화 개헌 정도가 가능하지 않겠냐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권력구조나 기본권 개헌 등 합의가 될 성싶지 않은 개헌사항은 아예 거론하지 말자는 뜻이다. 현실적인 시간제약을 감안할 때 맞는 얘기다. 재밌는 것은 이재명 대표가 국회추천 책임총리제 개헌과 헌법개정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연성헌법화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본인과 통화 중에 밝혔다는 정대철 헌정회장의 언론인터뷰가 공개된 점이다. 내가 보기에는 정대철 헌정회장이 이 대표의 답변을 본인 입장에서 잘못 해석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 대표가 책임총리제도 당연히 검토가능하고 헌법 고치기가 지금처럼 어려워서야 되겠냐고 말했을 것 같기는 하다.

이른바 책임총리제는 첫째, 총리후보를 대통령이 지명하는 대신 국회에서 추천받음으로써 총리가 독자적인 정치기반을 확보하게 하고, 둘째, 총리의 각료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보장함으로써 총리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제왕적대통령제를 극복하자는 행정부 분권방안이다. 이른바 정치권 ‘올드 보이들’의 최애 개헌메뉴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대야소 국회에서 추천한 책임총리는 여권의 2인자로서 대통령의 뜻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각료제청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금의 (무책임) 총리제와 다를 게 없다. 거꾸로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야권 총리가 나올 뿐 아니라 야권 국무위원들이 제청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제 내각의 본질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제의 2인자 총리한테는 각료제청권을 주지 않는 것이 대통령제의 실질에도 맞고 헌법의 규범력 확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각료해임건의권은 총리가 내각통할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권한이다.

차기대통령부터 권력구조개헌을 적용하자는 '도둑놈 심보'

대선을 2달 앞두고 대통령당선이 가장 유력시되는 이재명 대표에게 권력구조 개헌을 하자고 제안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개헌을 차차기 대통령부터 적용하면 몰라도 유예기간 없이 차기 대통령부터 바로 적용하자는 제안은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도둑놈 심보'에 지나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가 아니더라도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는 권력구조 개헌을 직접 적용받을 개연성이 높은 잠재적 당사자로서 본인의 유불리를 계산해서 불리한 개헌안은 비토할 가능성이 100%다. 거꾸로 경쟁후보들은 최강후보에게 불리한 권력구조 개헌안을 골라서 명분 있게 제안하게 마련이다. 이와 같은 전략적인 협상은 개헌합의를 불가능하게 만들 뿐 아니라 아주 잘못된 것이다. 개헌을 제대로 하려면 누구든지 무지의 베일을 쓰고 개헌테이블에 나와야 한다는 대전제부터 뒤틀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달 후나 1년 후부터 발효할 개헌을 2달 안, 1년 안에 후딱 해치우자고 하면 누구라도 2달 후, 1년 후의 정치상황을 웬만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무지의 베일을 쓰지 못한다. 정치권이 제안하건, 시민사회가 제안하건 이 점에선 다르지 않다. 성급하게 서두르면 될 일도 안 된다. 100년 국가대계를 바꾸자면서 고작 두 달 안에 개헌안을 마련해서 국민투표까지 마치자면 제정신인가. 거꾸로 이번 대통령임기는 건너뛰고 차차기 대통령부터 적용할 개헌안을 만들자고 제안하면 5년 후의 정치지형에 대한 무지의 베일 요건이 갖춰져서 여야정치권도 상당부분 합의가 가능할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깔끔하게 요약했듯이, 어떤 대통령도 정권초기에는 국정의 블랙홀이라 개헌을 주저하고 정권후기에는 레임덕이라 개헌을 못한다. 그래서 우의장은 지금이 개헌적기라며 6.3. 대선 때 개헌국민투표를 동시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우 의장의 절박한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내란특검수사를 통해 숨은 공범을 드러내고 여기저기 잔불을 꺼야하는 더 절박한 내란종식과제가 기다린다. 그런 마당에 두 달 후 차기대통령부터 적용할 권력구조 개헌을 고집하는 순간 여야정치권의 이기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 예측과 전략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사실상 어떤 의미 있는 개헌합의도 무망하다.

위대한 국민을 주권자로 바로세우는 국민발안권 개헌

민주당을 위시해서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민당, 정의당 등 비상계엄과 용감하게 싸워 승리한 야권이 만약 8년 전의 촛불혁명에 이어 이번에도 온몸으로 계엄군대와 맞서며 친위쿠데타를 막아낸 위대한 국민에 대한 존경과 치하를 단순한 레토릭으로 그치지 않고 진정성 있게 표현하려면 개헌안/법률안 국민발안권 도입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추진을 공동으로 공약하고 제안하는 것이 답이다. 국민발안권 개헌은 주권자를 주권자답게 만드는 주권자헌정 개헌이다. 대리인을 대리인답게 만드는 국회개혁/정치개혁 개헌이다.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답게 만드는 민주주의혁신 개헌이다.

국민발안권 원 포인트 개헌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포괄적이며 효과적인 요술방망이 개헌이다. 개헌안 국민발안권이 있으면 국민 눈높이에서 필요한 개헌사항이 있으면 정치권과 상관없이 국민들이 그때그때 국민발안권을 행사해서 원 포인트 개헌을 주도할 수 있다. 개헌안 국민발안권이 있으면 국민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어떤 내용이라도 원 포인트 개헌안에 담을 수 있다. 권력구조 개헌안도, 기본권 개헌안도, 경제헌법 개헌안도 모두 가능하다. 개헌안 국민발안권이 있으면 주권자 국민의 힘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개헌이 좀 더 용이하게 추진된다는 점에서 현재의 경성헌법을 사실상 연성헌법으로 바꾸는 연성헌법화 개헌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서, 매 20년마다 개헌국민회의를 국민직선으로 구성해서 1년 동안 운영하며 필요한 개헌안을 마련해서 국민투표에 붙인다는 원 포인트 개헌안을 국민발안권을 행사해서 성사시킬 경우 지금처럼 헌법개정요건을 엄격하게 유지하더라도 20년마다 주기적으로 헌법을 전면 검토해서 필요한 개헌을 진행함으로써 지금의 경성헌법을 실질적으로는 연성헌법에 가깝게 운영할 수 있다. 정당법, 선거법, 국회법, 정치자금법, 지방자치법 등 정치관계법도 원 포인트 개헌안/법률안 국민발안권을 통해서 얼마든지 누적적으로 시민눈높이에 맞는 정치관계법으로 바꿔낼 수 있다.

국민발안권 개헌은 정치권과 국민의 경쟁시대를 연다

전국규모 선거가 있는 때에는 국민발안권 행사요건을 갖춰 제출된 개헌안이나 법률안을 놓고 선거일에 동시에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하되, 전국규모 선거가 없는 해에는 따로 하루를 정해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여야정치권이 아무리 정치구조개혁이나 국회운영개혁, 의원특권개혁을 말로만 하고 필요한 개헌과 입법을 질질 끌더라도 국민들이 원 포인트 개헌안이나 원 포인트 법률안을 내며 직접 나설 수 있다. 주권자의 권리를 하나만 도입했을 뿐인데 민주주의의 게임의 룰 자체가 바뀌어서 정치권의 태업과 직무유기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뜻을 관철시킬 기회를 갖는 것이다.

국민발안권 개헌만 성취하면 그때부터는 국민이 개헌이나 입법을 서둘러 달라고 정치권에 애걸복걸 매달릴 이유가 없다. 꼭 필요한 개헌사항이나 입법사항은 국민들이 직접 원 포인트 국민발안권을 행사해서 입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무리한 개헌이나 입법을 진행할 유인이 떨어진다. 무리한 국회입법에 대해서는 국민이 국민발안권을 행사해서 직접 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발안권 원 포인트 개헌을 하고나면 국민과 정치권의 개헌 및 입법 경쟁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정치권은 국민이 어떤 원 포인트 개헌안이나 법률안을 들고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나름 긴장하며 필요한 개헌이나 입법에 더 열심을 낼 것이다.

요컨대, 개헌안/법률안 국민발안권은 국회의원의 개헌독점권과 입법독점권을 깨고 국민을 개헌권자와 입법권자, 즉, 명실상부한 주권자로 자리매김하는 직접민주주의 권리이자 고대아테네 민주정에 뿌리를 둔 ‘오래된 미래’이다.

국민발안권 개헌전망

아쉬운 점은 이재명 대표가 지금까지 개헌안/법률안 국민발안권을 특별히 언급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 대표는 국민소환권은 언급한 바 있는데 그 대상에 국회의원 외에도 대통령이 들어가는지는 밝힌 바 없다. 이번에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탄핵 헌재판결을 기다리며 수많은 불면의 밤을 지새웠다. 만약 중남미 대통령제 국가들이 그렇듯이 국회와 헌재가 주도하는 대통령탄핵절차 외에 국민주도 대통령소환제도가 있었다면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국민발안권 개헌이 이뤄지면 국민발안권으로 대통령/국회의원 국민소환권 개헌도 가능하다. 이처럼 국민발안권은 주권자를 주권자답게, 대리인을 대리인답게,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답게 만드는 원 포인트 황금열쇠 개헌이다.

국힘당이 국민발안권 원 포인트 개헌에 찬성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실은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과연 본인들의 개헌독점권과 입법독점권을 허무는 국민발안권 개헌에 적극적일지도 의문이다. 참고로 문재인 헌법안은 법률안 국민발안권을 도입했으나 개헌안 국민발안권은 인정하지 않아서 촛불개헌 시민사회의 실망과 비판을 샀다. 지금처럼 국회의원과 거대양당이 개헌안 발의권과 개헌안 심의권, 개헌안 확정권을 독점하고 명색이 주권자인 국민들은 국회가 확정한 개헌안에 찬반 고무도장을 찍을 뿐인 순도 100% 대의민주주의헌법은 하루바삐 바꿔야 한다. 정치권의 개헌독점권과 개헌조급증, 진영논리와 당리당략이야말로 지금까지 말만 무성할 뿐 원 포인트 개헌이든 전면개헌이든 어떤 개헌도 하지 못한 이유였다.

국민발안권 원 포인트 개헌은 향후 시민눈높이 개헌운동의 봇물을 터뜨릴 뿐 아니라 정치권의 개헌논의를 겉돌지 않게 만들 커다란 자극제가 될 게 틀림없다. 지금에라도 여야정치권이 입에 발린 소리나 무망한 권력구조 개헌논의를 집어치우고 깔끔하게 국민발안권 원 포인트 개헌에 합의해서 위대한 주권자 국민에게 헌정할 것을 촉구한다. 굳이 대선기간 중에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면 이것부터 하라는 뜻이지 대선 이후에 추진해도 무방하다. 대선 이후에는 국민발안권 개헌을 굳이 원 포인트 개헌으로 추진하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어떤 개헌을 하더라도 반드시 최우선적으로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누구보다도 이재명 대표가 국민발안권 개헌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깊이 인식하는 것이다.

국민발안권 개헌은 이러저러한 특정사항을 주장하는 개별 개헌과는 차원이 다른, 국민주권 그 자체를 확립하는 '으뜸 개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국민발안권 개헌은 국민주권의 바다에서 그때그때 형성되는 국민의 개헌수요를 담아내기 위한 근본개헌이다. 주권자바로세우기 개헌이자 정치바로세우기 개헌이다. 시민눈높이에 맞는 정치개혁과 국회개혁을 이끌어낼 민주주의혁신 개헌이다. 필요한 개헌을 그때그때 지체 없이 실행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연성헌법화 개헌이다. 국민발안권 국민헌정 개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이것이 주권자혁명과 정치개혁, 민주주의혁신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추첨시민의회 방식과 함께 합의 가능한 전면개헌을 이끌어낼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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