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은 보통시민들의 참여로 이뤄져야

국민주권의 실현과 시민정치의 시대 열어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개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4.6 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개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4.6 연합뉴스​

때 아니게 우원식 국회의장이 오는 대선과 함께 권력구조를 중심으로 하는 단편적 개헌을 추진하자고 주장하여 곧바로 우리 사회에 일파만파의 충격을 던졌다. 다른 이도 아닌 탄핵 소추의 주역으로 국민의 신망을 모았던 유력 정치인의 발언임에 더하여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눈앞의 대선이 갖는 무게감 때문에 이를 매우 중차대한 사안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정권의 등장과 내란시도 그리고 탄핵에 이르는 전반적인 상황의 전개와 조건을 재삼 곱씹으면서 우 의장의 발언은 매우 무책임하고 자폭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심히 비판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향후 개헌작업은 직업 정치인들의 자기만의 게임으로 진행되어서는 아니 되며, 박근혜와 윤석열을 탄핵으로 끌어내린 위대한 시민들의 참여와 결정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런 나의 판단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아래의 글로서 지난 세월을 되돌려 살펴보고자 한다.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결국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파면 당하였다. 사필귀정(事必歸正), 대한민국의 현대사 기록에 또 한번 민주시민들의 위대한 성취가 추가된 셈이다. 그러나 한편에서 이번 사건이 윤석열과 그의 처이자 배후인 김건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재로 대략 국민의 25-35%의 비중을 차지하며 구한말이래 누적된 반민족/매판/특혜/부패/기득/안주/외세 등으로 강고히 결집된 집단에 의해서 야기되었다는 점에서 현재로 상황은 종결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국제질서의 단극체제에서 다자다극체제로의 이동이 지정학에 예민한 대한민국에게 거대한 기회와 동시에 극심한 불안정과 위기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한마디로 내우외환의 국면이며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지경이다.

지금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2025년 현재는 지난 수백 년간 국제질서를 지배해오던 집단서방 세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최근 황당한 고관세 부과가 상징하듯이 미국 중심의 일방적인 패권질서가 해체되는 초입에 서 있는 형국이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인도 등이 중심이 된 BRICS+기구가 인구와 경제규모 면에서 집단서방 전체를 압도하고 있으며 글로벌 사우스의 전반적 흐름을 주도해 가고 있다. 이에 더하여 과다하게 산업문명을 추구한 결과 우리가 매년 체험하듯이 엄청난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제우 선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다시개벽’의 위기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하여 집단서방을 대표하는 지식인으로서 2008년 세계금융 위험을 누구보다 먼저 인지하고 이를 경고하여 Dr. Doom이라는 호칭을 갖고 있는 뉴욕대학의 루비니 명예교수는 현재의 국제사회가 다음의 10가지 거대한 위협에 처해 있다고 다시 경고를 보내고 있다.

기후변화와 지구촌 거주의 위기. Uninhabitable Planet

전례 없는 부채의 함정. Mother of All Debt Crisis.

시장과 공공 영역의 실패. Private & Public Failures.

인구통계학적 위기. Demographic Time Bomb.

지정학적 불안과 지역 분쟁. Cold War & unstable Geopolitics.

통화의 남발과 거품 형성. Easy Money trap & Boom-Bust Cycle.

거대한 스태그플레이션의 도래 The coming Great Stagflation.

통화 시스템의 붕괴와 금융위기의 재현. Currency Meltdown & Financial Instability.

세계화의 종말과 보호무역의 대두. The End of Globalization?

첨단기술과 AI의 위험. The A.I. Threat.

더구나 대한민국은 상기의 위험에 더하여 OECD 국가 중 최악의 소득 및 자산의 불평등과 세대간 지역간 산업간 극심한 편중과 불균형, 과다한 부동산 투기의 열풍, 젊은 세대를 위한 일자리 부재, 공동선을 위협하는 능력주의와 이기적 개인주의 팽배, 중소기업의 위기와 자영업자들의 연이은 폐업, 일반교육의 실패 등 수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다행히 이번 윤석열의 계엄령 반란사건에서 보여주었듯이 대한민국 시민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 세계 어느 나라의 사람들보다 앞서 깨어 있으며 상기의 위험과 난제들을 이겨낼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하였다. 1960년대에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 현재로서 경제산업규모에서 10위권을 유지하며 87년 민주화 대위업과 2016-17년 간 보여준 촛불행동 그리고 이번 빛의 혁명이 바로 우리 자신의 자랑스런 증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외적 엄중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의 제도정치권은 국가의 미래에 대한 정책방향 하나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국민들 일상을 편안하게 해야 할 자신들의 소명을 외면한 채 현안들을 해결해야 할 과제 개혁에 실패하면서 패착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악몽 같은 정치 실패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야만 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왜 실패하고 있는가?

국제적 흐름이 한반도와 동북아에 행여나 전쟁의 먹구름으로 몰고 오면서 위에 언급한 '다시 개벽'의 엄중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우물안 개구리 신세인 한국의 국내정치는 타협과 출구가 없는 싸움에 갇혀 우리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 민주화 항쟁과 촛불행동 등 지난 시기를 되돌아 성찰해보면, 기존의 정치인들이 시민들이 만들어낸 역사적 성과를 제도화하기는커녕 문재인 정권의 예처럼 마치 자신들이 성취한 획득물로 고스란히 독점해 왔다. 국민들이 희망하고 기대했던 전진과 변화는커녕 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치명적인 재앙으로 윤석열의 등장을 재차 허용하면서 악몽이 재현되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고질적이고 심각한 배경이 구조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첫째는 엘리트와 유산층의 과두제라는 비판을 받는, 18세기에 시작된 서구의 선거방식 대의제가 현재 미국과 집단서방이 보여주듯이 이젠 시대적 한계에 봉착하여 포퓰리즘이 극심하게 발호하고 있는 것에 더하여 현재의 한국정치제도가 가지는 결함이 우리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와 대통령이 지닌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력이다. 선거방식의 대의 민주주의가 지닌 문제는 인류사적인 주제이지만 이번 글에서는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돌째는 구한말 이후 반민족매판의 수구기득권의 기반과 조직을 정리해 내지 못한 까닭이다.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검찰사법세력의 법비적 행태와 근거는 일제가 한국민을 지배하기 위해 도입한 치안유지법 등에 원형을 두고 있어 이것을 제대로 청산하지도 못하고 개혁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되고 있다. 또한 일제와 협력하고 부역해왔던 반민족매판의 수구언론들이 자성과 회개의 과정도 없이 여전히 공론의 장에서 주류를 자처하면서 지록위마와 교언영색을 일삼고 있는 것이 현재의 미디어 지형이다. 이로 인해 국민 여론의 공론장에서 합리적인 공적 이성이 작동하지 못하고 수구 기득권에 의한 마구잡이 왜곡과 조작이 판을 치고 있다. 

셋째는 1945년 9월 미군이 점령군으로 이 땅에 진입한 이래 대한민국은 온전한 주권이 없는 반쪽의 나라, 결핍의 국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군사안보의 주권은 물론이고 통상과 외교에서조차 국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난 70여 년간 한국정치에는 해방 이후에도 한반도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일본정치 세력과 국제적 패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에 의한 왜곡과 간섭이 있었다. 이들 외세는 자신들의 지정학적 이해를 관철하기 위하여 대한민국의 집권세력이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한 독재와 부패와 억압과 무도함을 눈감아 왔다.

마지막은 아니지만 한가지 더할 것은 제도정치권 특히 개혁민주세력들의 역량 부족과 시대정신을 상실한 채 상호간에 분열로 표류하는 재탕의 모습들이다. 해방공간의 좌충우돌에서도, 87년 대투쟁 이후 양김의 분열에서도, 촛불 이후 문재인 정권의 무책임한 행보에서도, 최근의 대선에서 보는 개혁진보세력의 갈등과 대립 어디에서도 시대정신과 현안과제에 대한 제대로 된 해답을 읽을 수 없다. 개혁의 맏형을 자칭하는 이재명의 민주당은 다를까?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다. 깨시민들과 함께 더불어 이 엄중한 상황을 헤쳐 나가야만 한다.

시민주권 실현을 위한 제3의 민주화운동이 필요하다

앞에서 제기했듯이, 국내외적으로 처한 상황을 현재의 정치 시스템으로 대응한다면 지난 수십 년간 자랑스럽게 이루어낸 사회 제 영역의 성과를 물거품을 만들 뿐만 아니라 민족의 운명까지 위기로 몰아갈 것이 명백해 보인다. 위기의 순간이다. 한편에서 수천 년의 민족역사를 되돌아 보면 국란의 순간마다 예외 없이 힘없는 일반 백성들이 떨쳐 일어나 나라를 구하고 위기를 극복해왔다. 

따라서 이제 기존의 제도를 뛰어 넘어서 한국시민들이 보여준 엄청난 역량과 에너지를 시스템으로 구축하고 제도로 안착시켜야 한다. 기존의 정치권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직접 나서 참여하고 토의와 숙의를 통한 집단지성의 결정으로 시대의 소명과 과제를 해결하는 제도를 제대로 도입해야만 한다. 일부 개혁진보적인 제도 정치인들을 포함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서로가 힘을 보태가며 새롭게 ‘제3의 민주화운동’을 전개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다. 

1987년의 민주화 대투쟁은 27년간의 기나긴 군사독재정권의 시대에 종말을 고하고 문민의 정치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제1의 민주화 운동이라 할 수 있고, 2016~17년간의 촛불운동은 살아있던 권력인 현직의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고 이를 인용하여 해임시킨 계기를 마련한 점에서 제2의 민주화운동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치명적 재앙이었던 윤석열 정권의 치욕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이제 세계인이 모두 부러워하는, 한국시민들이 보여준 엄청난 민주 역량과 에너지를 ‘일상화’ ‘규범화'하고 반드시 '제도화' '법제화’하여 새로운 정치의 장을 마련하는 제3의 민주화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국민주권·시민정치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에 대한 실천방식으로 직접민주주의와 감독민주주의 등 여러 형태가 있으나, 우리가 지닌 여러 여건과 정황을 고려할 때, OECD가 강력히 추천하고 서구사회에서 이미 도입 검증하여 성공의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는 층위별 무작위 추첨형(Stratified Sortition, 지역별 연령별 성별 직업별 등) 방식의 '시민의회'가 우리 상황에서는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며 곧바로 실천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시민의회는 이미 2017년 이래 현재까지 다수의 ‘공론화위원회’와 2018년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숙의형 개헌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바 있다. 촛불이 뜨겁던 2017년 초 민주당을 위시한 야당들은 ‘시민의회법’을 약속했고, 2018년 ‘국민참여에 의한 헌법개정의 절차에 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며, 2023년 선거법 개정 논의에서는 여야합의로 500인 시민의 공론화 과정을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위의 사례들은 정치권이 자기정당화를 위하여 면피용 흉내만 내는 절차와 결함투성이의 과정, 더구나 시행하려는 의지의 빈약으로 그나마 합의된 내용조차 묵살되는 실패를 반복해 왔다. 빛의 혁명을 이룬 우리는 이제 주저 없이 지난 경험들을 바탕으로 세계적 규범이 될 수 있는 ‘집단지성의 시민참여’의 제도들을 반드시 만들어가야 하며, 당연히 할 수 있다.

그 예로서 ‘시민의회 추진조직’은 지난 해 5월 8일 수백 명이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 운동을 주도해온 해외의 여러 인사들과 이를 다방면으로 연구해온 국내의 연구학자들이 결집하여 국제심포지움을 성공적으로 치른 바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인 ‘시민의회 입법을 위한 100인 위원회(시민의회 포럼)'가 주최했고, 규모와 내용에 대하여 당시 국내외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전국적으로 10여 개의 지역포럼을 결성하고 탄핵판결 직전인 지난 3월 29일 전국조직 창립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개헌은 시민의회 방식으로! 
26년 지방선거는 시민정치의 실험과 도약의 장으로!

핵심 과제는 촛불시민항쟁의 성과를 거품으로 만든 지난 문재인 정권의 패착과 같은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원동력인 시민들의 정치적 에너지와 역량을 이제는 반드시 전면화, 일상화, 규범화, 제도화 그리고 법과 행정의 강제력을 동반하는 법제화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다. 

되풀이하지만 제도권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기반한 권력구조 중심으로 오는 대선과 함께 단계적 개헌을 하자는 우원식 의장 등 최근의 조급한 주장은 하책 중의 하책이며, 이는 결국 87년 민주화대투쟁 이후 이루어진 5년 대통령 단임제에 이어 또 다시 심각한 패착으로 귀결될 공산이 매우 크다. 한마디로 상황의 급반전에 따라 자기이해에 충실해온 직업정치인들이 보여주는 하이에나 근성의 표출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빛의 혁명으로 윤석열을 파면시킨 이후 한국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국민들이 주권자로서 참여하고 토론하고 숙의하며 새로운 제도와 법규를 주도해서 결정해 가는 국민주권, 시민정치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당연히 새로운 정부 탄생 이후 중앙정치에서 중요한 현안으로서 다루어야 할 개헌과 선거법개정 그리고 검찰사법개혁과 기후위기 등 중대 사안들을 광범한 시민들의 참여가 이루지는 조건에서 숙의와 신중을 기해 반드시 집단지성이 작동하는 '시민의회' 방식으로 추진하고 결정해야 옳다. 

또한 다가오는 2026년 지방선거에 대비하여 그 동안 풀뿌리 민주주의, 지역민회, 지방분권 등 다양한 운동에 헌신해온 현장조직의 활동가들은 함께 힘을 합하고 지혜를 모아 우선적으로 기초단위에서부터 ‘추첨형 주민의회’를 제도화하는 조례가 도입되도록 집중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 기초단위 지역으로부터 성취한 주민의회에 대한 성과와 경험을 축적하여 가는 것이 향후 민주주의 발전에 매우 소중한 토양과 자산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부의 갈등과 지정학을 포함하여 한국사회가 직면한 다중적 위기상황에 대하여 현재의 정치제도와 여의도식 관행으로는 해결이 불가하다. 역사가 보여주듯이, 한국사회의 위기에서 언제나 '민'이 위기극복의 선봉장이 되어 온 것처럼, 보통사람들의 민주적 역량과 에너지를 일상적으로 제도화하고 강제력을 동반하는 법규정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깨어있는 시민들이 주인으로 참여하고 숙의하는 과정을 통해 모든 이들의 지혜가 작동하는 시민의회(지역 단위로는 주민의회)의 장을 마련하여야 제대로 된 개헌작업이라는 옥동자를 탄생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제3의 민주화운동’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시대'를 활짝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