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월드와이드 회장 겸 CEO 톰슨 인터뷰

“자신의 가치 지키면서 브랜드를 부각시킬 것”

언론은 사실 보도로 논의의 플랫폼이 돼야

멕시코만이든 아메리카만이든 표기는 미디어 자유

디지털화 피할 수 없으나 권력 감시 저널리즘 불변

“카푸치노 한 잔보다 싼” 월 구독료는 일종의 기부

CNN 월드와이드 회장 겸 CEO 마크 톰슨.  아사히신문 3월 15일
CNN 월드와이드 회장 겸 CEO 마크 톰슨.  아사히신문 3월 15일

선정적인 내용의 가짜뉴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기 쉬운 지금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짜뉴스 확산을) 멈출 수 없다고 본다. 가짜뉴스(페이크뉴스)는 일종의 ‘소문’이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인터넷 사회소통망)는 소문을 만들고 확산시키는 걸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런 (가짜)정보에 사람들 관심이 쏠리는 것도 현실의 일부다. 중요한 것은 미디어로서 스스로의 가치를 지키면서 브랜드를 계속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페이크뉴스의 바다에 떠 있는 ‘진실의 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널리즘의 요체는 사실보도

<BBC> 회장과 <뉴욕타임스> 사장 겸 CEO(최고경영책임자)를 지내고 현재 <CNN>월드와이드 회장 겸 CEO를 맡고 있는 마크 톰슨(68)이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3월 15일)에서 한 말이다.

거대 매체 CEO로서의 ‘느긋함’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는 그의 말이, 가짜뉴스가 증폭시키고 있는 지금의 긴박하고 위험한 상황, 좀 과장해서 말하면, ‘무법천지’에서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일기도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이는 현실에서 분명 일리가 있어 보인다.

톰슨은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이민자들이 펫(애완동물)을 먹는다”고 한 말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가 할 일은 거기에 분개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다. 정치가가 선거기간 중에 과장된(허풍) 발언을 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발언에 진실이 있나? 어디에서 생겨난 얘기인가? 그런 기본적인 의문에 답하려 해야 한다. (트럼프가 얘기한) 오하이오 주 스프링필드는 공장에서 일할 노동력이 필요해 이민 유입이 장려되고 있었다. 그런 배경을 알고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가 정권에 비판적인 매체들에 대해 종종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하나?

“나는 그것을 정치가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정치가에겐 발언의 자유가 있고, 미디어를 비판하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다. 특히 우리가 전달하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럴 것이다.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보도를 싫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정치가로서 행동하고, 우리가 하는 일은 저널리즘이다. 우리는 정당이 아니며, 선거에서 이기려고 할 까닭도 없다. ‘잡음’에 정신이 팔려 사실을 보도한다는 본래의 의무를 다하는 일에서 멀어져서는 안 된다.”

 

​지난 2월 19일 뉴욕시 연방법원에서 부패혐의를 받고 있는 뉴욕 시장 에릭 애덤스가 자신에 대한 형사 고발을 기각하라는 법무부의 동의안에 대한 법원 심리에 참석하기 전, 시위대가 법무부의 기각 지시에 항의하는 피켓들을 들고 서 있다. 2025.2.19. AFP 연합뉴스
​지난 2월 19일 뉴욕시 연방법원에서 부패혐의를 받고 있는 뉴욕 시장 에릭 애덤스가 자신에 대한 형사 고발을 기각하라는 법무부의 동의안에 대한 법원 심리에 참석하기 전, 시위대가 법무부의 기각 지시에 항의하는 피켓들을 들고 서 있다. 2025.2.19. AFP 연합뉴스

멕시코만이든 아메리카만이든 표기는 미디어 자유

트럼프 정권은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개칭했는데, 거기에 따르지 않은 <AP통신>은 백악관 등에서 취재 제한을 받았다.

“지명 등을 어떻게 표기할지는 AP통신의 자유고, CNN이나 NYT(뉴욕타임스), FOX(폭스)뉴스 등 각각의 미디어들도 마찬가지로 자유로와야 한다. 보도의 자유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로 보장받고 있고, 준수돼야 한다. 정부가 편집방침에 개입하는 나라도 있지만, 그것은 미국의 전통은 아니다. 다른 보도기관이 때로 모순된 선택을 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다원성에서 강점이 된다. 사람들은 그 중에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사실 전달로 논의의 플랫폼이 돼야

(정치사회적) 분단이 진행되고 있는 미국사회에서 중립적인 미디어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트럼프한테서 ‘가짜뉴스’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 CNN은 리버럴(자유주의 또는 진보적) 미디어로 알려져 있는데,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뉴스를 어떻게 전달하려 하는가?

“CNN에는 충실한 시청자인 다수의 공화당원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도 다른 시청자와 마찬가지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 때문에 (CNN을) 함부로 리버럴 미디어로 묶어 버리는 것을 나는 부정한다. 우리는 미국에서 가장 정치적 입장이 다양한 시청자들을 품고 있는 미디어 가운데 하나다.”

“그들은 뉴스를 찾아 CNN을 보고 있다. 우리의 사명은 ‘어떻게 투표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려 주는 것’이다. 우리는 뉴스를 전달함으로써 논의의 플랫폼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공화당원이나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들 의견도 들어야 한다. 그런 ‘뉴스 퍼스트’의 스탠스(기본입장)는 누가 백악관에 있든 변함이 없다.”

 

① 윤석열 최후변론 주장을 1면 톱 제목에 그대로 제목에 옮긴 신문들.  “계엄은 야당 때문…복귀 시 임기 연연 않겠다”(조선일보)-, “계엄은 대국민 호소…복귀땐 개헌”(매일경제), 윤 “임기 연연 않겠다” 임기단축 개헌 표명(중앙일보), 윤의 최종진술 “계엄은 대국민 호소”(국민일보), 윤 “복귀 땐 개헌집중…임기 연연 안해”(한국경제), 윤 직무 복귀하면 임기 연연 않고 개헌 추진(세계일보). 
① 윤석열 최후변론 주장을 1면 톱 제목에 그대로 제목에 옮긴 신문들.  “계엄은 야당 때문…복귀 시 임기 연연 않겠다”(조선일보)-, “계엄은 대국민 호소…복귀땐 개헌”(매일경제), 윤 “임기 연연 않겠다” 임기단축 개헌 표명(중앙일보), 윤의 최종진술 “계엄은 대국민 호소”(국민일보), 윤 “복귀 땐 개헌집중…임기 연연 안해”(한국경제), 윤 직무 복귀하면 임기 연연 않고 개헌 추진(세계일보). 

디지털화 피할 수 없으나 권력감시 저널리즘은 불변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나?

“디지털화는 시청자가 접할 수 있는 미디어의 선택지를 늘리고, 더 유연하고 편리하게 만들었다. 전에는 ‘무엇을 보고 읽는가’를 소수의 TV방송국이나 신문사에서 결정했다. 많은 광고수입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기존 미디어들의 과점상태가 이어졌으나, 그것이 무너지고 있는 지금 미디어 쪽의 변혁이 필요하다고 본다.”

CNN은 뉴스를 케이블 TV로 방송하는 사업이 주력인데, 미국에서는 케이블 TV를 해약(계약 해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CNN은 전체 직원의 약 6%를 삭감한다는데, 어떤 변혁을 추구하는가?

“시청자들이 어떻게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관찰해 뉴스에 반영하는 것이다. 종래의 시청자들은 소중하며 그들에게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신문의 경우 NYT도 2030-40년대까지 인쇄를 계속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만 가다가는 독자들이 없어진다. (NYT에 있을 때) 나는 새로운 독자들을 발굴하려고 했다. CNN도 본질적으로 같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제까지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면서 디지털 사업 쪽으로 자본을 이동시키려 하고 있다.”

“이런 변혁을 수행하는 한편으로, 진실을 위해 정부와 권력기관의 책임을 추궁하고 공정하게 하려는 저널리즘의 신념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3분 30초 특집 틱톡 동영상 5일간 3천만회 시청

시청자들의 수요에 대응하는 디지털 전략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지금 미디어들에게 유리한 것은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법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틱톡 등의 종형(세로가 가로보다 긴 화면모양) 비디오는 스마트폰으로 시청할 경우 얼굴에서 30cm 정도의 거리에서 보게 된다. 이용자와 기자의 거리가 가까워 대화하는 듯한 감각으로 스토리를 끌어넣을 수 있다.”

“많은 저널리스트들은 틱톡과 같은 플랫폼을 조롱한다. ‘젊은 것들은 댄스나 음악밖에 흥미가 없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건 아니다. 예컨대 지난해 중앙아메리카 엘살바도르의 근대적인 교도소를 특집으로 내보냈을 때, 3분 30초로 정리한 동화상을 틱톡에 실었더니 5일간 3천만회 이상의 시청을 기록했다.”

CEO 취임 직전인 2023년 9월 CNN은 독자적인 동화상 배신 서비스 ‘CNN Max(맥스)’를 시작했다. 어떤 비전을 갖고 있나?

“CNN 맥스는 현재 일본에는 제공되지 않으나, 스트리밍 서비스 ‘맥스’상의 뉴스 채널이다. 맥스는 엄청 많은 가입자를 확보해 넷플릭스, 아마존프라임과 경쟁하는 서비스다.”

“CNN 브랜드는 역시 뉴스다. 하지만 케이블 TV를 계약하지 않은 사람들이 CNN 뉴스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가장 단순한 서비스 모델을 우리는 아직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월 구독료를 지불하면 CNN 캐스터가 진행하는 생중계를 어떤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도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올해 안에 시작할 생각이다.”

“카푸치노 한 잔보다 싼” 월 구독료는 일종의 기부

지난해에 뉴스 사이트에 패이월(paywall. 유료화벽)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유료화는 시험적인 것으로, 이용자가 정해진 회수 이상으로 뉴스를 볼 경우 월정액 3.99달러(약 5773원)를 지불하도록 하는 구조다. 한 달에 몇 번 정도만 뉴스를 보는 사람은 페이월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정기적으로 여러 번 방문하는 이용자에게 CNN 저널리즘에 대한 일종의 기부로 여기고 지불해 달라는 요청이다.”

“이용자는 뭔가를 얻을 수 있다고 느끼는 콘텐츠를 찾는다. 그것은 탐사보도나 팔로(follow)하고 싶은 개성적인 저널리스트가 있거나 하는 콘텐츠일 것이다.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돈을 내고 신문을 구독해 왔다. 그것은 질 높은 온라인 뉴스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구미의 디지털 미디어의 경우 뉴스의 월 구독료는 카푸치노 한 잔보다 싸다.”

하지만 많은 이용자들이 무료로 뉴스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우식화(유료화)가 가능할까?

“‘마케팅 패널’(marketing panel)이라 불리는 역삼각형 모델이 있다. 맨 위에는 사이트를 월 몇 차례만 방문하는 라이트 유저(가벼운 이용자)가 있다. 그 중에서 몇%가 단골이 되고 구독자가 되는데, (역삼각형)아래로 내려갈 수록 그 수는 줄어든다.”

“이 모델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라이트 유저가 많이 필요하다. 그들에게는 구독자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고, 광고를 보는 것만으로도 수익에 기여한다. CNN 플랫폼 전체에는 매월 약 1억 6천만 명이 찾아와 그것을 충족시켜 준다.”

진실 검증 역할로서의 AI 사용법 모색

CNN은 콘텐츠 전략에 AI(인공지능)를 활용하나?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트럼프가 기소된 사건 재판이 열렸을 때 법정에 카메라를 가져갈 수 없었으나 의사록을 입수할 수 있었다. 파트너 기업과 협력해 AI의 합성음성을 사용해 의사록을 드라마처럼 만들어 그날 바로 방송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인간다운 보도를 잃어버리고 싶진 않다. AI는 대량의 가짜뉴스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지만, AI를 훈련시켜 진위를 검증하는 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 누군가가 촬영한 충격적인 영상이 있을 때 AI의 힘을 빌려 우리가 검증하고 ‘이것이 진실’이라고 보도하는 식의 AI 사용법을 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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