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수사 포기한 특수본…'빈손' '꼬리 자르기' 수사
"윤희근, 경찰사무 총괄…업무상과실치사상도 가능"
"이상민 사고 예견 가능…오세훈 1차 응급조치 책임"
유가족 "꼬리 자르기하면 특수본도 책임 물어야할 것"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오는 13일 이태원 참사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활동을 마무리하기로 하면서 '빈손 수사'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수본은 '성역 없는 수사'를 내걸었지만 상위 기관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소환 조차 못했고, 윤희근 경찰청장은 입건도 못한 채 반쪽 짜리도 안되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을 비호하고 윤 청장이 자리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윗선 수사에 대한 한계는 수사 초기부터 예견됐지만 특수본의 의지도 문제였다. 특수본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10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행안부와 서울시 등 핵심 기관은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 하기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이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 산하 진상규명시민참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는 11일 특수본이 있는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꼬리 자르기' 수사를 규탄하고, 재난관리에 책임이 있는 이 장관과 윤 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유가협과 진상규명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행안부, 서울시, 경찰청에 대해 특수본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며 "이들 기관은 서울경찰청장, 용산구청장 등으로부터 재난관리와 관련해 보고받고 지휘·감독해야 하는데 참사와 관련해 이들 기관이 자신의 책임과 역할이 충분히 수행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 윤 청장, 오 시장에 대해 "사전 대책을 세우지 않았거나 적절한 대응에 실패해 자신의 책임을 방치하거나 외면했다"며 특수본 수사를 종결하지 말라고 했다. 또 "수사 대상 중 일부는 국회 국정조사의 과정에서의 위증했다"면서 국회의 고발과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윤희근 지휘권 방기…업무상 과실치사상 가능"
유가협과 진상규명위원회는 윤 청장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물어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말 도심에 대규모 인파 운집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윤 청장의 사전 대비나 당일 대응이 부실했던 만큼 직무상 의무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상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사무를 규정한 경찰법 4조에 따르면 △지역 내 다중운집 행사 관련 혼잡 교통 및 안전 관리 △안전사고 및 재해·재난 시 긴급구조지원 등은 자치경찰사무에 해당해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지휘·감독을 받는다.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 같은 안전관리 문제가 자치사무라는 이유로 국가사무 총괄인 윤 청장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다만 경찰청장은 실질적으로 각급 경찰기관장에 대한 총지휘·감독권자이기 때문에 사전에 서울경찰청의 인파 관리의 부실을 지적하고 시정하는 등 지휘권을 적절히 행사하지 않은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경찰관직무집행법 5조에 따라 극도의 혼잡이나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 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윤 청장은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오후 충북 제천시를 방문해 지인들과 캠핑을 하고 잠들었다가 한 차례 상황보고 전화를 받지 못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4일 1차 청문회에서 이와 관련, "주말이라 술을 마셨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관외로 출타한 사실을 경찰 내부 시스템에 입력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특수본이 수사를 사실상 포기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경찰개혁네트워크 이창민 변호사는 "윤 청장은 경찰업무, 국가사무, 자치사무 할 것 없이 총괄하는 입장에서 미흡한 점을 지시하고 지휘하고 시정조치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청장은 자치사무와는 무관하고 별개라는데, 포괄적인 지휘권이 있는 윗선, 수뇌부는 항상 책임이 전혀 없다는 것이냐"며 "이런 법리는 듣도 보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 5년간 용산서나 서울청 차원에서 핼러윈 데이 질서유지, 치안대비를 했지만 2022년 핼러윈 데이만 하지 않았다"며 "윤 청장은 지휘권을 발동해서 왜 질서유지 계획을 세우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용산서장이나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지휘를 해야 했지만 의무를 방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행안부 장관이나 경찰청장 같은 경우 권한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고 질서유지, 주의의무가 법상 규정되어 있지 않아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하기 힘들다고 특수본이 언론 브리핑을 했다"며 "이 말 자체가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법리를 완전히 오해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업무상 치사상은 관리감독, 지휘권한의 추상성과 포괄성에 있는 게 아니라 관리감독 권한을 방기하거나 미흡하게 하거나 하지 않았을 때 사상의 결과가 발생했냐에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며 "(전혀) 다른 문제를 업무상 과실치사상에 대입해서 요건이 아닌 것을 요건처럼 특수본이 발표했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김남근 변호사는 "이미 기소된 경찰관 공소장에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윤 청장에게 10월 4일 이태원이나 홍대, 신촌 등에서 핼러윈 축제에 대규모 인파가 운집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며 "적어도 윤 청장은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명확히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참사 당일에는 비상 연락망을 가지고 대책 수립에 대해 점검했어야 하지만 아무런 대책도 수립하지 않고, 참사 당일 대책이 이뤄지지 않는데도 점검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업무상 과실"이라며 "경찰청장을 한 번도 부르지 않고 수사를 종결한다는 것은 자기들 수뇌부를 수사하지 않겠다, 봐주기 수사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민 사고 예견 가능…오세훈 1차 응급조치 책임"
이 장관에 대한 수사 역시 마찬가지다. 특수본은 사고 예견 가능성과 참사 간에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 장관에 대해 서면조사 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장관은 사전 대비가 미흡했을 뿐아니라 참사 당일 재난안전법상 재난·안전관리업무를 총괄·조정해야 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수사가 필요하다.
특히 사고 예견 가능성과 관련해서 지난 2005년 상주운동장 압사 사고 뒤 행안부 소속청인 경찰청은 2006년 5월 '혼잡경비 실무 매뉴얼'을 발간했고, 행안부도 자체적으로 2018년 5월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을 내고 사고를 예견했다. 그럼에도 특수본은 이를 이 장관의 사고 예견 가능성과 전혀 연관 짓지 않았다.
진상규명위원회 국정조사 모니터링팀 최종연 변호사(민변)는 "특수본이 압사나 다중 운집으로 인한 사고를 (예견 불가능한) 신종 재난처럼 여기는 것은 부당한 사실관계 해석"이라며 "핼러윈 기간 주말에 강남, 홍대, 이태원 등지에 다수 시민이 운집한다는 사실은 2017년쯤부터 언론에서 거듭 보도한 바 있고, 2022년에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최소 10만명 운집이 예상됐다"고 말했다.
또 "서울경찰청도 이미 10월 14일 핼러윈과 관련한 안전사고 위험과 대응 필요성을 포함한 정보보고를 받았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10월 17일과 24일 화상회의에서 사전대책 마련을 지시했다"며 "행안부 역시 이태원에 국한되지 않고 핼러윈 등 다양한 경우에 다중 운집으로 인한 압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난관리 주관기관으로서의 책임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행안부 장관은 재난관리 주관기관을 지정해야 하지만 이 장관은 그동안 "정해진 바 없다"고 거듭 증언하다가 지난 6일 2차 청문회에서 "재난관리 주관기관을 행안부로 정했다"라고 증언을 번복했다. (1월 7일자 <심야의 대반전…용혜인·조응천 협공에 무너진 '철벽' 이상민> 기사 참고)
재난안전법에 따르면 재난관리 주관기관은 재난유형별로 예비, 대비, 대응, 복구 업무를 주관하며, 재난관리 주관기관의 장은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신속하게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을 설치해야 한다. 또 긴급수송 및 구조 수단 확보 등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응급조치를 해야할 의무도 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 20분 참사를 인지했고, 일산에 사는 수행기사를 압구정으로 호출하고 기다리다가 참사 인지 후 85분이 지난 30일 0시 45분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이 장관은 현장 통제도 할 수 없으면서 장시간 현장을 방문해 중대본 설치가 늦어졌고(30일 오전 2시 30분), 결과적으로 행정조치 의무를 다 하지 못했다. 특수본은 이로 인한 피해 여부를 따져봐야 했지만 수사를 회피했다.
참사 당시 해외출장 중이었던 오 시장도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 오 시장은 참사 이후에야 용산서가 작성한 핼러윈 관련 보고 문건을 확인했다고 시 의회에서 밝힌 바 있다. 또 서울시가 2020년과 2021년 연도별 '서울특별시 안전관리계획'에서 공연·행사장 안전사고에 압사를 포함시켰던 만큼 압사 사고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행정의무를 다 하지 못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수본은 응급조치 1차적 책임을 용산구로 국한하고 있지만, 역대 가장 큰 압사 사고인 이태원 참사의 1차 책임을 기초자치단체인 용산구에만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도지사가 응급조치를 해야 하는 경우와 관련해 재난안전법 시행령 53조는 '인명 또는 재산 피해정도가 매우 크고 그 영향이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될 때'로 규정하고 있어 서울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 변호사는 "특수본 대변인이 응급조치 1차적 책임을 기초자치단체(용산구)에 있다고 하고,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크고 광범위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내용이 있다"면서 "이것은 시·도지사가 응급조치 할 수 있는 경우를 인명과 재산 피해가 크고 광범위한 경우로 (특수본 스스로가) 국한시켜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는 사망자 159명, 부상자 196명으로 1959년 부산공설운동장 압사사 사고(사망 67명) 이후에 가장 큰 압사 사고로, 대응 공무원 2421명, 장비 238대가 투입됐다"며 "당연히 인명피해 크고 영향이 광범위해서 시·도지사가 응급조치할 경우에 해당된다. 특수본은 무슨 근거로 서울시가 응급조치 의무에서 배제된다고 보나. 특수본이 판사인가"라고 따졌다.
유가족 "피해자 의견 한 차례도 묻지 않고 종결"
유가족들은 이 장관과 윤 청장, 오 시장 등 윗선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가협 부대표를 맡고 있는 고 이주영씨 아버지 이정민씨는 "우리 유가족은 매우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으로 이번 수사 마무리를 보고 있다"며 "특수본은 유가족 의견은 단 한 차례도 묻지 않았고, 단 한 차례 설명없이 수사를 마무리 한다고 한다. 피해자 중심 수사도 아니고 피해자 고려도 없는 수사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청장은 비상 연락망 없이 서울을 떠나 술을 마셨다. 대비도 제대로 안하고 직무를 포기했다는 게 명백한데도 수사를 한번이라도 제대로 했는지 궁금하다"며 "행안부 장관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는 수사가 엄정하고 정의로운 수사였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을 향해서도 "출장 중이라고 책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장으로 대비할 책임이 있었고 사전 대책 마련을 제대로 했는지 수사를 통해서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저는 희생자의 아빠로서 억울하게 세상 떠난 우리 아이의 한을 풀어줘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며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한 철저한 수사는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서도 고통받는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꼬리 자르기에 머무는 수사에 불과하다면 특수본 역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말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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