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우리보다 큰 트라우마인지…보석 사유 되는지"
2시간 기다린 유족들 "구속해 수사하라…나도 공황장애"
박 구청장, 판결 확정까지 구청장 직무 권한 행사 가능
‘이태원 참사’ 안전 관리 관련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이 보석 석방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7일 박 구청장과 최 전 과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조건은 서약서 제출, 주거지 제한, 보증금 납입 등이다.
박 구청장 측은 보석 신청 사유로 이태원 참사 충격으로 인한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정신 질환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석이 인용됨에 따라 박 구청장은 판결 확정 때까지 구청장으로서 직무 권한을 행사하게 됐다.
박 구청장이 수감중이던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서 나온 시간은 오후 3시 40분쯤이었다.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박 구청장은 “죄송하다,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는 짧은 답변만 남긴 채 차에 올랐다.
2시간쯤 전 미리 와 기다리고 있던 유족들은 “보석이 웬 말이냐, 구속해서 수사하라”고 외쳤다. 현장에서 종이상자를 찢어 즉석으로 만든 “나도 공황장애다, 보석이 웬말이냐” “박희영은 책임 인정하고 사과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기도 했다.
일부 유족은 박 구청장을 향해 계란을 던졌다. 차량을 막아선 유족도 있었다. 경찰은 차량 앞 아스팔트에 누워 항의하던 유족들의 몸을 끌거나 들어 옮기기도 했다. 일부 유족들은 부상을 입기도 했다. 출동한 경찰 병력은 20여 명이었다.
박 구청장이 떠난 자리에는 유족들의 오열 소리만 들렸다. 계란이 깨져 흩어져 있는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 앉아 통곡하는 이들도 있었다. 유족들이 박 구청장의 얼굴을 본 시간은 불과 3분쯤이었다.
유족들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회원들은 8일 용산구청 앞에서 박 구청장의 출근 저지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이정민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박 구청장이 다시 업무로 복귀해 출근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출근 저지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속 상태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한 직원들을) 회유할 수 있는 충분한 우려가 있는데, 보석으로 나오면 안 봐도 뻔한 것 아니냐”는 말도 했다.
그는 박 구청장측의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주장에 대해 “자식 잃은 유가족의 트라우마가 어떤 것인지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 얘기가 얼마나 유가족을 조롱하는 것인지,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다”며 “자식 보낸 유가족보다 더 큰 트라우마가 있는지, 그게 보석 사유가 되는 지 묻고싶다”고 분노했다.
예고대로 유족들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8일 오전 용산구청 앞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 보석 석방 출근저지 행동 및 규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오전 8시에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보석 석방 출근 저지 행동’에 나선다. 이어 9시에는 ‘박 용산구청장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들은 7일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박 구청장과 최 전 과장은 “이태원 참사의 부실 대응과 은폐 의혹으로 공소가 제기된 자들”이라며 “피고인들이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면, 대외적으로 이들에게 죄가 없다는 인상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으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전략적으로 언론과 대중의 시선을 이용하고 있는 피고인들은 석방 후 더욱 적극적으로 이러한 행태를 보일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아래 전문)
박희영 용산구청장 보석 석방 출근 저지 행동 - 박희영 용산구청장 즉각 사퇴하라!
오늘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 재난안전과장이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들은 10·29 이태원 참사의 부실 대응과 은폐 의혹으로 공소가 제기된 자들이다. 참사 당일 경보 발령, 대응요원 현장 출동 지시, 교통 통제 등 재난 대응에 필요한 긴급 특별지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 그럼에도 자신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모두 부인하고 참사 트라우마 운운하며 심신상의 이유를 들어 법원에 보석 청구까지 한 것이다.
피고인들이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면, 대외적으로 이들에게 죄가 없다는 인상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으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전략적으로 언론과 대중의 시선을 이용하고 있는 피고인들은 석방 후 더욱 적극적으로 이러한 행태를 보일 것이 자명하다.
이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내일(8일) 오전 8시 박희영 출근 저지 긴급행동을, 이어 오전 9시에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용산구청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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