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경찰 수사 했으니 참사 원인 조사 안 한다"

유족들 "원인 아직 안 밝혀졌는데 있을 수 없는 일"

송진영 부대표 "100일 추모제서 비판 터져나올 것"

설날인 22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합동 차례를 지내고 있다. 2023.1.22. 연합뉴스
설날인 22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합동 차례를 지내고 있다. 2023.1.22. 연합뉴스

행정안전부가 이태원 참사의 원인 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는 ‘(이미) 경찰 수사가 있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같은 사실은 24일 한겨레신문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경찰 조사를 핑계삼아 조사에서 손을 떼겠다는 행안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 알려지면서 유족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송진영 부대표는 시민언론 민들레와의 통화에서 “참사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 그동안 수수방관하던 행안부가 이제 아예 손을 떼버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렇게 비판했다.

“경찰 조사가 끝났으니 다 된 거라는 말입니까. 그렇다면 경찰 조사는 제대로 이뤄졌다는 말인가요. 이태원 국정조사 특위도 큰 소득 없이 끝났으니 적당히 끝내자는 겁니다. 저를 비롯한 유족들은 행안부의 결정을 납득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어요.”

그는 “유족들이 이태원 참사 100일을 맞아 2월 4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추모 문화제를 열 계획인데, 그날 ‘참사 조사에서 손을 떼겠다’는 행안부의 결정에 대한 성토가 터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참사 100일째 되는 날은 5일이지만,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루 앞당겨 토요일인 4일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는 “정부와 여당이 각본을 짜놓고 상황과 시간표를 봐가며 그대로 밀고나가는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지난 23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예고도 없이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도둑 조문’을 한 것도 “언론과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각본에 따라 쇼를 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도둑 조문’을 하곤 막바로 조사에서 손을 떼겠다니 '기가 막힐 일’이라는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설 연휴 첫날인 지난 21일 예고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들로부터 ‘도둑 조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설 연휴 첫날인 지난 21일 예고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들로부터 ‘도둑 조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그는 이태원 분향소 인근에서 연일 혐오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극우 세력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그들한테 휘말리지 않으려 무진 애를 쓰고 있다고 했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 피하고 또 피합니다. 그냥 냉가슴만 앓고 있어요. 오히려 길 가던 일반 시민들이 그들을 향해 ‘그만 하라’고 항의할 정도입니다. 극우 세력의 방해 때문에 유족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추모나 관련 행사도 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는 이태원 참사가 언론과 국민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착잡한 마음을 내비쳤다. 안타깝다고 했다. 공동체를 위해서도 이태원 참사를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그랬던 것처럼 이태원 참사도 점점 언론과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태원 참사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가져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손제한 이태원 특별수사본부장이 지난 13일 이태원 참사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3.1.13 연합뉴스
손제한 이태원 특별수사본부장이 지난 13일 이태원 참사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3.1.13 연합뉴스

앞서 행안부 관계자는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이태원 참사에 대해 이미) 조사했기 때문에 별도의 조사는 불필요하다”며 “재난안전법에 의한 재난원인조사는 실시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별도의 재난원인조사가 실시된 셈”이라고 해명했다. 두 정부 기관에서 동일 건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난원인조사를 규정한) 관련법도 ‘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조사 자체를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재난안전법) 제69조에 따르면 ‘행안부는 재난 발생시 대응 과정에 대한 조사, 분석, 평가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재난원인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행안부는 ‘재난안전법 시행령’의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재난원인조사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도 근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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