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상대로 인정 안 해"…국정협의회 전격 불참

박찬대 "오늘 오전 중 마은혁 임명하라" 최후통첩

최상목이 모르쇠로 일관하자 '보이콧' 실력 행사

탄핵 카드는 여전히 안 꺼내…현실적 득실 판단

다른 야당들은 아우성…용혜인 "당장 발의해야"

시민단체들 "사과하고 사퇴해야" 강력 대응 경고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정 안정을 위한 국회-정부 국정협의회가 무산돼 자리가 비어 있다. 2025.2.28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정 안정을 위한 국회-정부 국정협의회가 무산돼 자리가 비어 있다. 2025.2.28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법적‧정무적 추가 검토'를 이유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자 더불어민주당이 최 대행을 더 이상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유령 인간'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8일 오후 열릴 예정이던 여야정 국정협의회가 전격 취소됐다. 민주당은 아직 최 대행에 대한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야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최 대행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최 대행은 지난 20일에 이어 이날 오후 3시 30분 2차 국정협의회를 열고 연금개혁과 반도체 특별법,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 측이 회의 개최 20여 분 전에 불참을 통보하면서 무산됐다. 원내 1당이 사실상 '보이콧'에 나섬으로써 향후 국정협의회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이는 "오늘 오전까지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박찬대 원내대표의 최후통첩에도 무작정 모르쇠로 일관한 최 대행이 자초한 결과다.

박 원내대표는 입장문에서 "헌법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는 최상위의 근본 규범이고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는 헌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헌법재판소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행위에 대해 만장일치로 위헌이라고 선고했다. 대통령이든 대통령 권한대행이든 국회 선출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할 권한이 없다는 당연한 상식을 재확인해 준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도 최상목 대행은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미루고 있다. 오늘로 무려 63일째 위헌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국정 수습이 아니라 오히려 국정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최상목 대행이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 대화 상대로 인정하기 어렵다. 오늘 국정협의회 참석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28.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28. 연합뉴스

이에 앞서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최상목 대행은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바로 하기는커녕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기상천외한 망언을 했다. 국회에서 선출했으니 바로 임명하라는 것이 헌재 선고의 취지이고 헌법정신인데 무슨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가?"라며 "이런다고 내란 수습을 방해한 책임을 피하지는 못할 것이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선별 거부함으로써 헌재의 온전한 구성을 막고, 경호처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방해 행위를 수수방관하지 않았는가? 내란에 동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정황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오전까지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경고한다. 오전 중에 꼭 임명하고, 오후에 국회에 와서 국정협의체에 임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를 통과한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고 즉시 공포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 역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재가 결정을 했는데도 최 대행은 아무 입장이 없다"며 "헌정질서를 지키려고 하지 않는 사람하고 마주 앉아서 무슨 국정을 협의하냐"고 말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정치적 술수를 앞세워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미루는 것은 헌법상 의무를 방기한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더 이상 미룬다면 대행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화상 면담을 하고 있다. 2025.2.28 [기획재정부 제공] 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화상 면담을 하고 있다. 2025.2.28 [기획재정부 제공] 연합뉴스

이처럼 민주당은 최 대행이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기 전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국정협의회에도 불참한다는 입장을 정리했지만 탄핵 카드까지 꺼내지는 않았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마 후보자 임명 전까지 협의회가 열리기 어렵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한 상황"이라면서도 민주당의 최 대행 탄핵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오늘 국정협의회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라'는 또 한번의 요구인 것이고, 헌법 질서를 존중해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행의 노골적인 '내란수괴 대행' 행각에 대한 분노가 임계치를 넘은 지 오래됐음에도 민주당이 선뜻 탄핵소추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득보다 실이 크다는 정세 판단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최 대행 탄핵안을 발의할 경우 언론이 "국정을 마비시키는 거대 야당의 폭주"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할 게 불 보듯 뻔해 중도층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고 국민의힘과 극우세력에게도 더욱 난동을 부릴 빌미를 줘 결과적으로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헌법재판소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최 대행을 탄핵한다고 해도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다음 권한대행 승계자들이 최 대행보다 협조적일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 또한 결단을 주저하게 만드는 변함없는 요인이다.

다른 야당들은 생각이 다르다. 최 대행을 당장 탄핵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했던 조국혁신당은 이날도 "최상목 권한대행은 지금 위헌의 길을 멋대로 걷고 있다. 그 죗값이 무거워질 것"(김보협 수석대변인)이라고 했고, 진보당도 "최 대행의 위헌불법행위는 당연히 엄중 처벌 대상"(홍성규 수석대변인)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기본소득당 대표인 용혜인 의원은 "권한대행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방법은 오로지 탄핵뿐"이라며 "내일이면 3월 1일,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 첫발을 내딛은 날이다. 이 역사적인 날이 지나가기 전에 민주공화국을 지키기 위한 결단을 내리자. 최상목 권한대행 탄핵안, 발의하자"고 제안했다.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최 대행이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규탄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입장문에서 "최상목 권한대행은 이제라도 헌법재판소의 엄중한 결정에 따라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물론, 위헌적인 행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했고, 참여연대도 "최상목 권한대행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사퇴 등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성명을 내고 "최 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계속 거부한다면 헌법 위반에 따른 심각한 법적 책임을 초래할 것이며, 국회와 모든 헌법기관은 물론 국민들도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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