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재판관 임명 선고' 2시간 전 돌연 연기

최상목 변론 재개 요청에 국힘 흔들기 먹힌 듯

내란 세력 집요한 저항 속 선고 기일 기약 없어

미완의 8인 체제로 윤석열 탄핵심판 끝날 수도

'절차적 흠결' 빌미 안 주려 신중? 더 기세등등

최상목, 위헌 결정 나와도 불복할 듯…국헌문란

민주 "비상한 결단" 경고…탄핵보다 고발 무게

박근혜 미르재단 설립 개입 '아킬레스건' 부각

헌법재판소 '9인 체제' 완성시 구성. 윗줄 왼쪽부터 김복형, 정계선, 마은혁, 조한창, 김형두, 아랫줄 왼쪽부터 문형배, 이미선, 정형식, 정정미 헌법재판관.
헌법재판소 '9인 체제' 완성시 구성. 윗줄 왼쪽부터 김복형, 정계선, 마은혁, 조한창, 김형두, 아랫줄 왼쪽부터 문형배, 이미선, 정형식, 정정미 헌법재판관.

헌법재판소 '9인 체제' 출범이 기약 없이 미뤄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 지연 작전과 여당의 헌재 흔들기가 기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위한 '완전체' 구성이 계속 표류하는 가운데 내란 세력의 조직적 저항은 갈수록 포악해지고 있어 국민들이 근심을 내려놓을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3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이 위헌인지에 관한 권한쟁의·헌법소원 심판의 선고를 연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낸 권한쟁의심판의 경우 변론을 재개해 오는 10일 오후 2시에 변론을 열기로 했으며,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가 낸 헌법소원 심판의 선고는 기일을 따로 지정하지 않고 무기한 연기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2월 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가 끝까지 미완의 8인 체제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선고 연기 발표는 당초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두 사건 선고를 불과 2시간 앞둔 시점에 나왔다. 해당 권한쟁의와 헌법소원은 사실상 같은 사건이다. 재판관들은 이날 오전 평의를 열어 선고 여부에 관해 논의한 뒤 이처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 측은 선고 연기 사유를 따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최 대행 측의 집요한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관측된다. 친여권 보수 성향 재판관들이 논의를 주도했을 수도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수출기업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3 [기획재정부 제공] 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수출기업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3 [기획재정부 제공] 연합뉴스

앞서 최 대행 측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재판을 다시 열어달라며 지난달 31일 오후 헌재에 변론 재개 신청서를 제출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재판관 추천 공문과 관련해 당시 원내대표들을 증인으로 부르거나 진술을 받는 등 추가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해당 공문은 양당 박찬대‧추경호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9일 우 의장에게 발송한 것으로 민주당이 정계선·마은혁 후보자를, 국민의힘이 조한창 후보자를 각각 추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 의장 측은 지난달 22일 공개 변론에서 이 공문을 근거로 양당이 재판관 추천을 합의한 사실이 명확히 확인되는 만큼 마은혁 후보자를 최 대행이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최 대행 측은 공문만으로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고 양당이 재판관 추천 몫을 논의하다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최 대행 측은 양당이 공문을 보낸 경위를 설명하겠다며 당시 여야 원내대표를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하고 변론 재개를 신청했으나, 헌재는 신청을 기각하고 그대로 변론을 종결했다.

그런데 헌재는 선고를 사흘 앞둔 31일 오후 1시쯤 돌연 최 대행 측에 연락해 '해당 공문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정리해 이날 중으로 가급적 빨리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헌재는 이날 오전 11시 재판관 평의를 열었는데 사실관계를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 대행 측은 긴박한 요청에 응하기 어렵다며 재차 변론 재개를 신청했다.

최 대행 측은 선고 예정일 바로 전날에도 "국회의장이 국회 의결도 없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건 위법"이라는 취지의 참고 서면을 헌재에 제출했다. 우 의장이 '국회' 명의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서 여야 의원들의 의사를 묻는 의결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있으니 헌재가 아예 각하해야 한다는 새로운 주장을 들고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우 의장 측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헌법과 국회법, 헌법재판소법, 헌재 결정례 등을 들어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국회 의결은 불필요하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관련 권한쟁의·헌법소원 심판 선고를 연기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2025.2.3.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관련 권한쟁의·헌법소원 심판 선고를 연기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2025.2.3. 연합뉴스

그러나 헌재는 결국 최 대행 측 요구를 수용해 선고를 미루고 변론을 재개했다. 국민의힘이 헌재 결정이 나와도 절차적 흠결을 이유로 불복하며 지지층을 선동하고, 아울러 최 대행은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마냥 보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최대한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고심 어린 선택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반영하듯 헌재는 선고 연기 결정을 공지하기 약 한 시간 전인 오전 11시 정례브리핑에서 천재현 공보관을 통해 "권한쟁의나 헌법소원이 만약 인용됐는데 최상목 권한대행이 그 결정 취지에 따르지 않으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다만 정부‧여당의 몽니에 헌재가 흔들려 신속하게 매듭지으려던 완전체 구성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여서 향후 내란 세력의 외압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국민의힘은 헌재의 선고 연기에 공세 수위를 높이며 기세등등한 모습이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갑작스러운 선고 연기는 사실상 헌재 스스로 절차적 흠결을 자인한 것"이라고 규정했고,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국회의장이 독단적으로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를 참칭한 권한쟁의심판은 당연히 각하시켜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최상목 권한대행이다. 최 대행은 마은혁 후보자 임명 보류에 대해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더라도 법무부와 법제처 등 관계부처와 '법적인 추가 논의'를 거쳐 임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헌재의 권한쟁의심판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을 기속함에도 사실상 불복하며 어떻게든 시간을 끌겠다는 얘기다. 국회가 의결한 내란 특검법에 자의적으로 '위헌적 요소'가 있다면서 두 번이나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더니, 정작 헌재의 '위헌 결정'은 무시한다는 것은 국헌문란 행위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자 국무위원으로서 탄핵 될 사유가 차고 넘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50여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억지로 출연하게 한 혐의로 구속 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2.13.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50여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억지로 출연하게 한 혐의로 구속 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2.13. 연합뉴스

민주당은 최 대행이 끝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비상한 결단'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상목 대행은 헌법과 법률을 지속해서 어기고 있다. 헌법상 의무인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선택적으로 거부했고, 법률상 의무인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하지 않았다"며 "이 행위만으로도 탄핵 사유다. 만일 최상목 대행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마은혁 재판관을 즉시 임명하지 않는다면 이는 '내란 공범'이라는 결정적 확증"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최 대행이 박근혜 정부 시절 미르재단 설립 작업 등에 깊숙이 관여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 사건 관련 공소시효가 여전히 남아있으니 내란죄 고발은 물론 여차하면 뇌물 수수 혐의로도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최 대행은 지난 2015년 10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밑에서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재직하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관계자 등이 참석한 회의를 매일 열고 미르재단 설립을 압박한 정황이 검찰 수사 및 국정 농단 사건 재판 기록 등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합병으로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 규모를 적게 판단해 달라는 삼성의 요구를 공정위 부위원장에게 전했다는 증언도 제시됐다. 하지만 최 대행은 묘하게도 기소가 되지 않고 빠져나가 형사 처벌을 면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최상목 대행이 과거 박근혜 국정농단 당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잊지 않고 있다. 최상목 대행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수백 억대의 출연금 납입을 강요한 혐의를 받았으나 박영수 특검 및 윤석열 수사팀장의 자의적 기소권 행사로 기소당하지 않았다"면서 "공범인 안종범이 처벌받았고 뇌물수수 혐의로 박근혜가 처벌받은 점을 고려하면 특검의 불기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처벌받아야 할 사람을 처벌하지 않고 대통령실 경제수석과 경제부총리로 임명한 것은 최상목 대행과 내란수괴 윤석열이 긴밀한 유착 관계이자 공범이라는 강력한 증거"라며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면 더 큰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국민과 민주당의 인내를 더 이상 시험하지 말라"고 거듭 경고했다.

민주당은 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에는 현실적으로 여러 난점이 있어 우선 최 대행의 '아킬레스건'인 미르재단 사건 혐의를 포함한 형사고발 조치에 중점을 두고 압박을 강화하는 전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민수 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나 "박 원내대표 발언에서 탄핵이라는 단어가 나오긴 했지만, 비공개회의에서는 탄핵이 거론되지 않았다"며 "최 대행이 헌재 위헌 결정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혹시라도 (최 대행의) 그릇된 결정이 나오면 그 이후 당 대응을 논의해서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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