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주의 청산으로 제2의 윤석열을 막아야

내란수괴 윤석열의 합법적 체포를 방해하면서 극심한 혼란을 야기했던 경호처의 실세는 단지 김건희에게 아부를 야무지게 잘 수행했다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그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언제나 권력에 맞춤형으로 처세의 달인이었던 권력바라기 경찰 간부는 마침내 경찰의 가장 꼭대기 자리에 올랐다. 음흉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노상원은 정보사령부의 가장 윗자리에 올라갔다.

내란수괴 윤석열이야말로 가장 '나쁜 놈'이 꼭대기에 올라가는 관료집단 사회의 전형이다. 그는 최상위 권력기관 검찰의 가장 나쁘고 악질적인 특성들을 모조리 발휘하여 검찰 조직의 최상위직을 거쳐 이 나라 권력의 최고 정점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군사정권이 물러나고 ‘법’과 ‘규정’이 일상적으로 지배하게 된 이른바 ’87 체제 이후 ‘법치주의’의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서 관료집단의 지배력이 갈수록 강고해졌다. 그 중에서도 검찰의 초특권 권력기관화는 두드러졌다. 내란수괴 윤석열은 검찰로 대표되는 관료주의 조직의 병폐가 가장 극적으로 표현된 인물이다.

 

지난해 1월3일 윤석열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부총리·장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월3일 윤석열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부총리·장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료제(Bureaucracy)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관료제 지배하에서는 특권적 엘리트 관료가 대중의 정치참여를 막으면서 권위주의와 비밀주의 그리고 형식주의가 만연하는 권력화 현상이 수반된다.

관료제라는 용어의 어원은 18세기 프랑스의 중농주의자 구르네(J. Gournay)가 사무 책상을 의미하는 ‘뷰로(bureau)’에 지배라는 뜻을 가진 ‘크러시(cracy)’를 붙인 조어를 만든 데서 비롯되었다. 이는 관료제를 관청 혹은 관리에 의한 지배로 표현하여 군주제나 민주제와 같은 범주의 고전적 정치형태의 하나로서 규정한 용어였다. 구르네는 당시 프랑스의 관료들이 정부의 이름으로 각종 규제를 강화하는 현상을 비판하면서, 관료들에게 권력이 장악되는 통치구조에 대해 일종의 경멸적인 표현으로 이 용어를 사용했다. 이후 유럽 각국의 절대왕정에서 관료제를 주요한 통치수단으로 채택하면서 이 용어는 점점 일반적 개념으로 확대되었다. 영국의 정치학자 라스키(H. J. Laski)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관료제를 관료들이 정치적 통제력을 장악하여 일반 시민의 자유를 위협할 우려가 있는 통치 형태라고 갈파하였다.

이 나라 관료 조직은 대체로 자신들의 조직 불리기와 승진에 혈안이 되어 매달린다. 이른바 ‘공직 사회’에서 승진이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이며, 그리하여 항상 “인사 적체가 심각하다”라는 탐욕에 가득한 아우성뿐이다. 그리하여 줄서기와 아부 풍조 그리고 패거리 문화만이 넘쳐나게 된다. 유능하고 똑똑한 젊은이들도 이러한 관료 조직에서 3, 4년만 근무하게 되면 모두 초록은 동색으로 “자기를 위하여 우물은 존재한다”는 의식으로 자연스럽게 무장하게 된다. 나이는 어리지만  일거수 일투족은 연로(年老)하다. 만약 극소수의 양심적인 '초짜'는 조직원 전체로부터 왕따가 되어 스스로 그만 두거나 섞이지 못한 채 한직을 떠돌아야 한다.

관료집단에서는 ‘업무 수행 능력’이 중시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간 관계와 순응성’이 중시되는 ‘가족주의적’ 풍토가 지배적이다. “저승사자라도 필요하면 네트워크를 갖는다”는 것이 관료집단이다. 흔히 중국을 일컬어 ‘꽌시(關係)’의 나라라고 하지만, 네트워크 잘 만들기로는 우리나라 관료집단이 한술 더 뜬다. 고시 기수를 비롯하여 출신 지역(본인의 출신 지역으로 모자라면 부모 고향까지 끌어온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문, 직장 동아리, 종교모임, 점심 저녁 식사모임, 술 모임 등등 가능한 모든 네트워크가 동원된다.

우리는 공무원들을 “우물 안 개구리”라고 빗대는 말을 흔히 듣는다. 항상 대우 받고 명령만 내리면서 바깥 사회 물정은 거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이 있다. 바로 공무원들은 그 우물이 자신들을 위하여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물이 자기 때문에 만들어졌고 나아가 이 사회와 이 세상은 당연히 자기를 위하여 존재해야 하며, 자신에게는 당연히 그러한 권한이 있다는 망상이다.

공직 사회의 이러한 전일적 조직 문화에서 국가와 국민에 대한 봉사와 헌신이라는 본연의 임무는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는 그레셤의 법칙이 정확하게 적용된다. 결국 관료 집단에서는 “가장 나쁜 놈이 꼭대기에 올라가게 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공무원이란 영어로 ‘public servant’로서 문자 그대로 국민을 위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며, 한자어로는 ‘국민의 종’이라는 뜻의 ‘공복(公僕)’이다. 우리 헌법 제7조에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나라 공복(公僕)들은 국민에 대해 봉사하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는가? 그들은 그러한 ‘공적 가치’를 위해 복무하고 있을까?

국민이 정부 조직을 감독하는 것은 기본적인 권리이다. 국민의 감독 의식이야말로 권력 기제를 견제하는 정신적 보장이며, 국가권력이 국민의 감독을 받는 것은 국민주권주의 원칙의 핵심이다. 공직자들의 과오와 부패는 없는지, 그리고 이 나라 공직 시스템은 효율적인지 등의 문제에 대하여 면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한다. 이는 공무원들을 자신의 세금으로써 고용한 고용인이자 주인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며 임무이다. 그리하여 그들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거나 무능하거나 혹은 부패할 경우, 대중들은 당연히 그들을 곧바로 파면할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헌법 제29조 제1항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간 우리 사회는 이 공복(公僕)들에 대한 관리 감독이라는 문제를 너무 소홀하게 대응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감독의 부재’로 말미암아 ‘공복’ 조직은 ‘주인’을 섬기는 본래의 임무로부터 ‘이탈’하여 거꾸로 ‘주인’ 위에 군림하는 본말전도의 조직으로 변모하였다. 당연히 이러한 조직은 필연적으로 무능해질 수밖에 없으며 부패할 수밖에 없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역사학 교수였던 액튼 경(Lord Acton)은 “권력은 부패하기 쉽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하였다.

‘사회적 흉기’로 된 국가권력기구

내란수괴 윤석열 일당의 계엄 난동을 통하여 우리는 이 나라 군(軍)과 검찰 집단 그리고 경호처, 방통위, 인권위 등 등 왜곡된 국가권력기구들이 얼마나 치명적인 ‘사회적 흉기’로 돌변할 수 있는지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이들 기관들은 그 존재 이유인 공적 가치를 위한 복무가 아니라 거꾸로 그로부터 철저하게 이탈하여 우리 사회에 강고한 반근착절(盤根錯節)로 똬리를 틀고서 오직 자신들의 무한대적 권력 추구와 행사로써 우리 사회 전체의 안위를 결정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국회의 탄핵 가결 이후 이미 임명된 공공기관의 기관장만 무려 14명이다. 이것도 감사나 사외이사 등은 제외한 숫자다. 최상목은 사실상 어느 대통령보다도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권한대행의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2월에 6명을 임명했고, 그 이후로 8명을 임명했다.

경찰 인사에 대해서도 내란수괴 윤석열 라인을 그대로 임명하고 있는 중이다. 최상목은 인사권만이 아니라 역대 정부도 차마 하지 않았던 엄청난 규모의 그린벨트를 해제조치하였다. 이런 식으로 이 나라 관료 집단들은 자신들은 아무런 위법적인 행위도 하지 않았으며, 다만 자기가 당연히 가져야 할 ‘몫’을 당연히 차지하는 것일 뿐이라는 ‘관행’ 의식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제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그리고 국민의 피고용자로서의 공직 사회 구성원의 능력에 대한 검증과 평가 시스템이 정비되어야 하고, 그 업무에 대한 감독 시스템이 공정하면서도 정교하게 작동되어야 한다. 특히 국가권력기구의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한 감사 시스템이 치밀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국가권력기구의 불법 행위에 대한 적발과 제보의 권리는 국민들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고, 이는 법률이 다루지 못하는 허점을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특권을 견제하고 사회 불공정을 개선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공직 사회에 대한 이러한 관리 감독 시스템의 정비는 국민들이 위임한 국가 시스템의 기본이며 또한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관료주의 청산은 차기 민주정부의 중요한 과제

1760년대의 이탈리아의 계몽사상가 베카리아는 사람들이 분석적 탐구보다는 진부한 인상에 좌우되기 때문에 “생명과 자유에 가장 필수적인 문제에서도 수많은 오판을 겪고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에 지쳐 인내의 한도에 이른 이후에야 비로소 자신을 괴롭혀온 폐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들의 눈은 가장 자명한 진리를 향해 열린다”고 설파했다. 우리는 이제 진리를 향해 눈을 떠야 할 때다.

가장 나쁜 놈이 가장 윗자리에 올라가는 이 나라의 왜곡된, 그리하여 급기야 ‘사회적 흉기’가 되어버린 관료주의 병폐는 바로잡아야 한다. 관료주의를 철저하게 그리고 정교하게 청산해내지 못한다면, 제2의 윤석열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공직 사회는 국민을 위한 진정한 봉사자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하여 이 사회 전체의 공적 가치를 위한 복무자로서 정상화되어야 한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길은 시작된다. 내란 수괴 윤석열 일당의 내란을 종식시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제 우리 민주주의의 길은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 공직 사회를 어떻게 국민을 위한 봉사자라는 본연의 위상으로 되돌릴 것인가는 내란 종식 후 탄생될 차기 정부의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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