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지원·지역균형 발전 등 문체부 업무계획

장기 비전이나 방향성 없이 수립된 문화정책

정권 입맛 말고 통합적인 국가 문화정책 수립 필요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

지난 1월 10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2025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부처의 업무계획은 해당 연도에 추진하는 정책 사업들을 정리한 내용으로, 이를 통해 그 해에 부처가 주력하는 정책 사업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나아가 이전 년도부터 현재까지, 정부 문화정책의 지속성과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다. “모두를 위한 문화, 세계를 잇는 문화강국”이라는 비전 아래, ‘민생경제 지원’, ‘지역균형 발전’, ‘콘텐츠·관광·스포츠산업 육성’, ‘미래 대응’, ‘글로벌 문화교류 확대’ 등을 중점 과제로 선정한 문체부 2025년 업무계획의 시사점과 문제점을 살펴보자.

외형상 빠진 것 없이 골고루 챙긴 5대 핵심 추진과제

먼저, 문체부는 민생경제 회복 차원에서 문화·스포츠·관광 소비 확대를 첫 번째 추진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소상공인과 관광업계를 위한 금융지원과 저소득층 문화이용권 지원금 인상 및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숙박 할인권과 여행상품 할인 캠페인 등을 시행한다. 두 번째 추진과제로는 우리 사회 주요 쟁점인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지역 예술단체를 지원하고 13개 ‘문화도시’ 조성을 본격화하며, 권역별 문화시설 거점 확충 등 지역 문화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들을 계획 중이다.

 

세 번째로는 한류, K-콘텐츠로 상징되는 한국의 문화산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다. 콘텐츠산업, 웹툰, 게임, 애니메이션, 뷰티, 패션 등과 같이 핵심 분야 육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해외 마케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네 번째는 AI와 같은 기술 발전에 대응하기 위한 콘텐츠산업 전략 추진과 저출생,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어린이, 가족 친화 프로그램과 문화예술 치유 사업 확대를 통해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문화적 과제를 담고 있다. 마지막은 태권도 콘텐츠, 한류 행사 등을 통해 한국 문화를 세계에 확산시키면서 글로벌 문화교류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정권 취향에만 맞춘 채 문화 생태계 기본 토양에는 무관심

현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준비와 관심이 이전 정부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2023년, 아무런 설명 없이 문체부의 전체 예산이 15년 만에 삭감된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특히 정권이 관심 갖는 사업 예산(청와대 복합문화공간화 사업, 관광 및 콘텐츠 사업 등)은 늘어나는 동안, 생활예술 및 문화예술교육 등과 같이 시민들이 일상에서 더 가깝게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고 주체가 되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의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문화정책의 장기적 비전과 전략, 방향성은 사라지고 80~90년대식 단순 문화복지 사업과 정부 주도의 공급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가시적인 흥행과 성과 중심 개발정책에 가까운 관광 및 콘텐츠 정책, 민생경제 회복이라는 보여주기식 금융지원으로, 현장과 산업에 내재한 근본적 문제는 등한시하고 있다. 균형을 위한 도시전략(지역문화 정책)은 부재한 상태로 시설 건립이나 관광자원화에만 열중하고 있는 지역균형 발전 정책. 문화예술 생태계 전반의 기본 토양에는 무관심하고 시민들이 문화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창구도 무시하고 있는 윤 정권 문체부의 문화정책은 오로지 정권 취향에 맞춘 기능적 조정 및 감독에 그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개인과 공동체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문화정책 다시 짜야

기후위기, 불평등, 인구 및 지역소멸, AI를 비롯한 기술 발전, 젠더 및 세대 갈등과 혐오, 미디어 환경 변화 등과 같이 변화하고 있는 혹은 앞으로 마주하게 될 우리 사회에 대한 문화적 관점과 다양한 사회 문제를 제도적 측면에서 해결하거나 해소할 수 있도록 (문화)정책적 접근이 시급하다. 현재의 사회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 사회에서도 문화는 개인과 사회의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며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대중화된 문화, 다양한 문화의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시대 흐름에 따라 ‘새로운 문화정책’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요구된다.

 

2025년 문체부 주요 업무 추진계획 추진방향(문체부)
2025년 문체부 주요 업무 추진계획 추진방향(문체부)

이에, 정권 홍보 대행사로 전락한 문체부의 정체성을 본질적으로 재논의하면서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며 국가 문화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시민들의 주체적 참여를 보장하는 문화민주주의의 회복을 시작으로 한국 사회에서 문화의 관점, 문화의 가치, 문화적 권리 등이 지금보다 더 많이 보장되고 개인과 공동체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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