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매판매 -2.2%…3년째 감소폭 확대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도 물가안정도 소용없어
반도체 회복으로 산업생산은 1.7% 늘었어도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로 경제심리 큰 타격
지난해 연간 산업생산은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내수 부진으로 소매판매는 신용카드 대란이 났던 2003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12월 월간 실적도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재화 소비는 부진이 이어졌다. 두 번 연속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소비자물가도 1%대의 안정세를 보인 상황에서도 국내 수요가 얼어붙은 것은 정치적 소요가 주범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와 통상환경 악화 등이 겹쳐 실효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내란 사태 처리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치권의 극한 대립과 행정부의 방임이 지속될 경우 이미 큰 타격을 입은 내수는 더욱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어 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생산 지수는 113.6(2020년=100)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돼 전년(1.0%)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4분기 전산업생산은 0.4% 증가했다. 한국은행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0.5%)보다는 조금 낮지만, 지난달 발표된 전분기 대비 성장률(0.1%·속보치)보다는 크게 높았다. 한은의 분기별 GDP 성장률 속보치에는 마지막 달 생산 지표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발표될 잠정치는 조금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별로 보면 광공업 생산이 4.1% 증가하면서 전체 산업생산 호조세를 견인했다. 전기장비·1차금속 등에서 줄었지만 반도체·의약품 등에서 늘었다. 광공업 출하는 수출이 4.0% 늘어난 반면, 내수는 2.0%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4.4% 늘었다. 2023년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2.6% 감소에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문제는 소비다. 서비스 소비가 반영된 서비스 생산은 작년 1.4% 증가했다. 전년(3.2%)에 비해 증가 폭이 절반 이하로 줄어, 코로나19 팬데믹이 몰아쳤던 2020년(-2.0%) 이후 4년 만에 가장 작은 증가다. 산업별로는 도소매 등은 줄고 운수·창고, 금융·보험 등은 증가했다.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은 2.2% 줄었다.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3.2%)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소매판매액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줄어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긴 기간 감소를 기록했다. 감소 폭도 2022년 -0.3%, 2023년 –1.5%, 2024년 –2.2% 등으로 커지고 있다.
소비재별로 보면 승용차 등 내구재(-3.1%),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4%), 의복 등 준내구재(-3.7%)에서 모두 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내란 사태 이후 계속되는 정치 불안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과도한 관세 전쟁 등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는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2.9%)와 운송장비(7.8%) 등에서 모두 늘어 4.1% 늘었다. 건설기성(불변)은 토목(1.8%)에서 늘었지만 건축(-6.9%)에서 공사실적이 줄어 4.9% 감소했다. 2021년(-6.7%) 이후 최대 폭 감소다. 지난해 건설업 불황이 실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월간 실적도 12·3 비상계엄 사태, 제주항공 참사 등 영향으로 재화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 판매는 부진을 이어갔다.
12월 산업생산(계절조정지수)은 전달보다 2.3% 증가했다. 작년 9월부터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다가 넉 달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산업별로는 광공업 생산이 반도체(5.6%), 자동차(10.7%) 등에서 늘며 4.6% 증가했다. 자동차 부품사 파업 종료로 생산 차질이 해소되고, 12월 반도체 생산 지수가 역대 최대(185.8)를 기록한 데 힘입은 결과다.
서비스업 생산은 1.7% 늘었다. 금융·보험(5.3%), 도소매(2.8%) 등이 증가세를 견인했다. 하지만 숙박·음식점(-3.1%),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6.9%) 등 대면 중심의 업종에서는 감소했다. 특히 숙박·음식점 생산은 2022년 2월(-6.0%)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소매판매는 내구재(-4.1%)·준내구재(-0.6%) 등에서 줄어 0.6% 감소했다. 내수 부진 장기화로 작년 9월 이후 넉 달째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비내구재(1.0%)는 소폭 증가했다.
정부는 12월 소매판매 부진은 11월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0월과 11월 연이어 기준금리가 인하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도 1%대로 안정세를 보였다. 이런 조건에서 소매판매가 줄어든 것은 내수 부진 장기화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내수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는 전혀 가능하지 않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변동이 없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작년 3월 이후 전달 대비 하락·보합 등을 반복하며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2p 하락했다. 선행지수 하락은 12월 비상계엄 사태, 여객기 사고 등 악재에 따른 경기 심리 위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제심리지수는 전달보다 3.5 하락하면서 선행종합지수를 끌어내렸다. 소비심리 위축 등 영향으로 향후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는 "18조원의 경기 보강 패키지, 재정 신속집행 등 주요 정책과제를 속도감있게 추진하고 추가적인 민생 지원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통상환경 불확실성에 대응을 강화하고 수출 지원에도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