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조정관 "한 세대가 트라우마"

많은 가자 소녀들 '성폭력'에 노출

"가자 아이도 희망 누릴 자격 있다"

유엔, 이스라엘의 서안 공격 우려

"아이들이 살해되고, 굶어 죽거나 얼어 죽었다. 그들은 불구가 되고 고아가 됐거나 이산가족이 됐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톰 플레처 긴급구호 조정관은 23일 이렇게 말하고 현재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는 '가족 없는 아이'가 1만70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또한 훨씬 더 많은 아이가 부상하고 영양실조와 극심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고통받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톰 플레처 긴급구호 조정관(스크린 내)이 23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겪은 끔찍한 참상과 가자의 열악한 인도주의 상황에 관해 보고했다. 2025. 01. 23. [유엔 공보국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톰 플레처 긴급구호 조정관(스크린 내)이 23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겪은 끔찍한 참상과 가자의 열악한 인도주의 상황에 관해 보고했다. 2025. 01. 23. [유엔 공보국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가족 없는 아이' 1만7000명 넘어

유엔 "한 세대가 트라우마로 고통"

유엔에 따르면, 플레처 조정관은 이날 뉴욕 본부에서 진행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하마스의 10·7 기습 공격과 이스라엘군의 보복 살육 작전 이후 지난 15개월여 동안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겪은 끔찍한 참상과 가자의 열악한 인도주의 상황에 관해 보고했다. 플레처 조정관은 이스라엘의 폭력을 비난하면서 "한 세대가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자 아이들은 죽거나 다친 것은 물론이고 극심한 '정신적 상처'로 고통받고 있다. 플레처는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를 인용해 100만 명의 가자 아이가 우울, 불안,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다고 소개한 뒤, 이들을 위한 정신 치료와 심리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 역시 극심하게 타격을 받았다. 가자 전역의 학교들이 대부분 파괴된 데 따른 것이다.

플레처는 "많은 아이가 성폭력을 마주했다"라면서 "생리 관리를 못하게 되면서 더 큰 수모를 겪은 소녀들은 (성폭력에) 노출되고 취약한 채로 남겨졌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합의가 발효된 가운데 22일 가자 북부의 자발리아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모닥불  주위에 모여 있다. 2025. 01. 22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합의가 발효된 가운데 22일 가자 북부의 자발리아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모닥불  주위에 모여 있다. 2025. 01. 22 [로이터=연합뉴스]

많은 가자 소녀들 '성폭력'에 노출

"가자 아이도 희망 누릴 자격 있다"

임산부들의 상황도 끔찍하기는 마찬가지다. 임산부 15만 명이 절박하게 의료 서비스를 기다리고 있다. 플레처 조정관은 "일부는 첫 숨을 쉬기도 전에 죽었다"고 개탄했다.

플레처는 "가자 아이들은 부수적 피해가 아니다. 그들은 다른 모든 곳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안전과 교육, 희망을 누릴 자격이 있다"며 "우리는 지금 그들을 위해 거기에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플레처에 따르면 6주에 걸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1단계 휴전이 19일 발효되면서 가자 전역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재개되는 긍정적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양측의 계속된 적대행위로 인도적 지원 작업이 차단됐지만, 이번 휴전을 계기로 재개됐다는 얘기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15일 이집트, 카타르, 미국의 중재로 42일(6주) 동안 교전을 멈추고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하면서 영구 휴전, 가자 재건을 논의하는 3단계 휴전안에 합의했다. 1단계의 핵심은 △ 일정한 수의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 △ 가자에서 이스라엘군의 부분 철수 △ 인도주의적 지원 제공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1단계 휴전 합의가 발효된 이튿날인 20일 피란갔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 남부의 라파로 돌아오고 있다.  2025. 01. 20 [A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1단계 휴전 합의가 발효된 이튿날인 20일 피란갔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 남부의 라파로 돌아오고 있다.  2025. 01. 20 [AP=연합뉴스]

유엔 "당사자들, 합의 존중하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플레처는 "적대행위가 없어지고 범죄적 약탈도 거의 완전히 사라지면서 안전하고 방해받지 않은 인도주의적 접근이 가능해지고 우리의 작업 능력이 상당히 개선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가자 전역의 지정된 비상 보호소와 배급 센터들에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일 휴전 발효 이후 첫 사흘간 2400대가 넘는 구호 트럭이 가자 지구로 진입했다. 기근의 위험에 처한 가자 북부를 중심으로 식량, 물, 의료품 등의 물자를 공급하고 있다.

플레처는 이런 작업들을 유지하려면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만 명이 넘은 가자 주민 모두가 우리의 인도주의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유엔 회원국들과 민간 부문에서 정기적으로 구호 물품을 보충해줄 것을 호소했다.

플레처는 "비록 가자의 인도주의적 필요는 재앙적이지만, 오늘은 우리가 긍정적 (상황) 전개를 강조할 수 있는 드문 시기 중 하나다"라면서 "우리는 모든 당사자가 합의를 계속해서 존중한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플레처 조정관은 △ 휴전 지속 보장 △ 팔레스타인 점령지 전역에 대한 국제법 준수 △ 인도주의 활동을 위한 재원 보장 등 3가지 긴급 호소를 제기했다. 그는 "가자와 서안에 있는 300만 명의 필요를 충족하려면 40억 700만 달러(5조 7000억 원)가 필요하다"면서 "그 중 약 90%는 가자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 병력과 차량들이 22일 점령지 서안 인근 이스라엘 마을인 무퀘이빌라에서 서안 투입을 대기 중이다. 2025. 01. 22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군 병력과 차량들이 22일 점령지 서안 인근 이스라엘 마을인 무퀘이빌라에서 서안 투입을 대기 중이다. 2025. 01. 22 [AFP=연합뉴스]

유엔, 이스라엘군의 서안 공격 우려

"유대 정착민, 팔 주택 재산 불 질러"

플레처 조정관은 휴전 합의가 적용되는 가자와는 달리, 그렇지 않은 요르단강 서안에서 자행되는 이스라엘군의 '학살 작전'을 크게 우려했다. 그는 "2023년 10·7 사태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의 희생자와 강제 추방, 이동 제한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팔레스타인 마을들을 공격하고, 주택과 재산에 불을 질렀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안의 팔 주민에게 폭력을 행사한 유대 정착민들에 가했던 제재를 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지자 북부의 제닌을 포함한 서안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을 벌이고 있다. 현재 서안과 동예루살렘에는 팔레스타인인 270만 명과 이스라엘인 70만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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