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는 공습에 폭풍우까지 '목불인견'

이스라엘군, 새해 첫날부터 가자 폭격

불에 타 죽고, 추위에 얼어 죽고 '참혹'

15개월간 가자에서 4만 6376명 학살

네타냐후, 미국 뒷배 믿고 살육 강행

'타결 임박' 휴전 협상 물 건너간 듯

"이스라엘은 우리를 파괴했습니다. 날마다 우리는 죽기만 바랄 뿐입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9명의 자녀와 함께 사는 무사 알리 무하마드 알-마그리비(52)의 '소원'이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다른 가자 주민과 마찬가지로 그의 아이들도 모두 병이 났지만 치료약을 얻을 수 없고, 가족의 생존에 필요한 식량이나 식수로 턱없이 부족한 참혹한 상황에 놓여 있다.

 

1일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사상자를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가 와 있다. 2025. 01. 01 [타스=연합뉴스]
1일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사상자를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가 와 있다. 2025. 01. 01 [타스=연합뉴스]

이스라엘군, 새해 첫날부터 폭격

50대 가자 주민 "죽기만 바랄 뿐"

새해를 맞이했고 휴전 협상 얘기도 들려오지만, 가자 주민에게 지옥 같은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새해 첫날부터 이스라엘군의 무자비한 공격은 이어졌고,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추운 겨울 날씨에 폭풍우가 몰아치면서 이상고열 사망자에 동사자도 나오는 처참한 실정이다.

AP, 로이터와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새해 첫날인 1일 가자의 북부, 중부, 남부 등 세 곳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화염에 휩싸였다. 가자 보건부는 작년 마지막 48시간 동안 가자에서 12명이 사망한 데 이어, 1일에도 최소 12명이 숨졌고 대부분 여성과 아이였다.

북부 가자 자발리야의 한 가정이 폭격당해 여성과 어린이 등 7명이 죽었고, 중부 가자의 부레이지 난민 캠프에 대한 야간 폭격으로 여성과 어린이 2명이 숨졌다. 또한 남부 칸 유니스에서도 3명이 사망했다. 2일 새벽에는 '인도주의 구역'인 남부 알마와시의 난민 캠프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있었다. 텐트 속에 있던 여성과 어린이 등 7명이 죽고 다수가 부상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일자,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전투원들을 "제거했다"라고 강변하고 있다.

 

31일 이스라엘 병사들이 남북 이스라엘의 가자 근경 근처에서 투입을 기다리고 있다. 2024. 12. 31 [AP=연합뉴스]
31일 이스라엘 병사들이 남북 이스라엘의 가자 근경 근처에서 투입을 기다리고 있다. 2024. 12. 31 [AP=연합뉴스]

15개월간 가자에서 4만6376명 사망

네타냐후, 미국 뒷배 믿고 살육 강행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군사 공격이 개시된 이후 지난 15개월간 가자 지구에서 모두 4만 6376명이 사망했다. 전기, 통신, 상수도 등 인프라와 주택, 병원, 학교, 교회, 모스크를 포함해 가자 전역이 초토화됐다. 당시 230만 명이었던 가자 주민의 약 90%가 난민이 됐다. 이들 중 대부분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계속 쫓겨 다니고 있다.

10·7 하마스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약 1200명이 살해됐고, 납치된 약 250명 중 현재 100명 정도가 억류돼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의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은 1일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조속히 나머지 인질을 석방하고 이스라엘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면 "오랫동안 가자에서 보지 못했던 대규모 공격을 겪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가자에서 대량 살육전을 진두지휘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1월 '전쟁 범죄'와 '반인도주의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됨으로써 '국제 전범' 신세로 전락했지만, 바이든과 오는 20일 미국 대통령에 복귀할 도널드 트럼프의 뒷배를 믿고 살육전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는 가자시티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이동 텐트촌의 모습. 2024. 12. 31 [AFP=연합뉴스]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는 가자시티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이동 텐트촌의 모습. 2024. 12. 31 [AFP=연합뉴스]

쉼 없는 공습에 겨울 폭풍우 '목불인견'

화염에 죽고, 추위에 얼어 죽고 '참혹'

겨울이 깊어감에 따라 기온은 10도 밑으로 떨어지고 강풍과 폭우가 동반하면서 난민촌의 텐트 생활은 지옥이나 다름없다. 여섯 명의 아들과 2명의 딸을 키우는 샤그누비는 아이들이 추위 속에서 살아남고자 싸우고 있으며, 작은 천막으론 가족들이 쏟아지는 비를 피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내 아이들이 밤에 젖은 침대에서 잔다"라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1천500개 넘는 텐트가 폭우로 침수됐고, 작년 마지막 이틀간 가자 전역에서 접수된 조난 신고는 수백 건에 이르고 있다. 이상고열로 인한 사망자도 늘어나고 있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6명의 아이와 다른 한 명이 이상고열로 숨졌다. 그리고 저체온증으로 인해 지난 며칠간 생후 1개월 이하 갓난아기 적어도 5명이 숨을 거뒀다.

 

가자 남부의 칸 유니스에 있는 팔레스타인 이동 난민 캠프에서 아버지와 두 아이가 폭우를 피하고 있다. 2024. 12. 31 [AFP=연합뉴스]
가자 남부의 칸 유니스에 있는 팔레스타인 이동 난민 캠프에서 아버지와 두 아이가 폭우를 피하고 있다. 2024. 12. 31 [AFP=연합뉴스]

세밑에 가자 병원 폭격, 불 질러

UNRWA 금지되면 상황 더 악화

이렇듯 의료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제대로 가동되는 병원이 거의 없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가자 내에선 34개 병원의 기능이 정지됐고, 80개 보건센터는 완전히 폐쇄됐다. 작년 마지막 며칠 동안 이스라엘군은 이미 폐허가 된 가자 북부의 유일하게 남은 병원을 폭격했다. 그들은 병원 관계자와 환자를 쫓아낸 뒤 병원 시설에 불을 질렀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가 작년 10월 의결했던 이스라엘과 팔 점령지에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활동을 금지하는 조치가 오는 15일 발효될 예정인 점도 가자의 인도주의 상황 악화를 예고하고 있다. UNRWA가 가자 주민의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과 의약품 등을 배포하는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어, 활동이 금지된다면 그 부정적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작년 10월 30일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한 성명에서 "UNRWA의 활동 및 권한을 해체하거나 약화하려는 모든 시도에 강력히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네타냐후에게 서한을 보내 팔 주민들에게 "대단히 파괴적인 결과"가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네타냐후는 요지부동이다.

 

하마스에 의해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의 가족과 친구들이 1일 수도 텔아비브의 라빈 광장에서 인질 석방과 유혈극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25. 01. 01 [AFP=연합뉴스]
하마스에 의해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의 가족과 친구들이 1일 수도 텔아비브의 라빈 광장에서 인질 석방과 유혈극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25. 01. 01 [AFP=연합뉴스]

'타결 임박' 휴전 협상 물 건너간 듯

이스라엘 인구 순유출…'두뇌 유출'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타결 임박설이 나왔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은 또다시 교착된 상태다. 양측은 영구적 종전과 이스라엘군의 가자 지구 철수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고, 휴전 시 이뤄질 인질-수감자 교환에서도 입장 차가 크다. 이스라엘은 '생존 인질'만을 받고, 하마스가 요구한 일부 수감자는 석방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이로써 19일 끝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임기 내 타결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알자지라는 "극한의 고통을 겪는데도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맹공격을 멈출 어떤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네타냐후는 하마스와 휴전 협상이 진행되는 도중인데도 하마스 협상 대표인 이스마일 하니예와 야히야 신와르를 암살함으로써 진지하게 휴전 협상에 임하기보단 휴전 협상을 국제사회의 압박을 완화하는 수단을 활용했다.

한편, 이스라엘 중앙통계청을 인용한 AP 보도에 따르면, 2024년도에 이스라엘에서 8만 2000명 넘게 해외로 이주했다. 반면, 이스라엘로의 이민자는 3만 3000명이고 오랜 외국 생활 후 귀국한 이스라엘인은 2만 3000명이었다. 인구 순유출인 셈이다. AP는 "전쟁을 피하려고 많은 이스라엘인이 해외로 이주하면서 의료, 과학 분야에서 '두뇌 유출'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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