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전쟁범죄로 기록될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

전 세계가 반대하는 트럼프의 가자 인종청소 망언

이스라엘 보이콧, 경제 제재, 투자 중단의 중요성

팔레스타인 연대의 대중적 공감대가 성장하는 중

이스라엘 대사 만나 협력 다짐한 국힘 지자체장들

광주시장은 5월정신 돌아보며 태도를 분명히 해야

전지윤 사회운동가·'연속성과 교차성' 저자 
전지윤 사회운동가·'연속성과 교차성' 저자 

이스라엘이 지난 15개월 동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자행한 인종청소와 집단 학살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극악하고 부끄러운 전쟁범죄 중의 하나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모든 기준에서 대재앙이었다. 사실상 가자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 직간접적으로 사망했고, 건물의 4분의 3이 파괴됐다.

그런데 가까스로 맺어진 휴전협정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스라엘은 밥 먹듯이 휴전협정을 어기고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 대한 공격과 살해를 계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핵심 동맹국인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취임한 트럼프는 '가자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미국이 가자를 장악하고 소유하겠다'라며 가자지구 인종청소를 선포해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왜 그들이 가자로 돌아가고 싶어 하겠습니까? 그곳은 지옥이잖아요." 지난 2월 4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이런 망언을 할 때, 가장 끔찍한 것은 바로 가자를 지옥으로 만든 네타냐후가 그 말을 듣고 옆에서 웃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것은 마치 '악마의 미소'와 같았고, 두 사람의 기자회견은 '악마들의 합창’처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2.4.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2.4. AP 연합뉴스

가자는 이런 악랄한 인간들의 거래 상품이 아니고,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향이고 집이다. 가자 주민들이 이것을 받아들일 리가 없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의 민족해방 투사들은 트럼프를 향해 "그는 15개월 동안 8만 톤의 미국 무기로 가차 없이 폭격을 퍼부어도 주민들을 이주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가자 점령 발언과 구상은 전통적인 친미 국가를 포함한 중동의 모든 국가와 정부들을 넘어서 전 세계에서 어떤 국가나 지도자들의 지지도 얻지 못하며 거센 비판과 반발만 일으키고 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바이든 정부의 이스라엘 학살 전쟁 지원에 엉거주춤 따라가던 주요 서방 강대국 정부들마저도 비판하며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의 노골적인 인종청소 선동은 기막히지만, 이스라엘과 그 동맹 세력의 입지가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축소되고 있는지 보여 주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한국의 대표적인 친이스라엘 언론이던 <조선일보>조차 이 문제에서 이스라엘 비판 기사를 계속 실었다. 이미 이스라엘은 지난 15개월 동안 국제사회에서 거듭 고립돼 왔다.

유엔은 물론 국제형사재판소, 국제사법재판소까지 이스라엘의 반대편에 섰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은 불법으로 판정됐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범죄자로 규정돼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이 모든 것은 그동안 진보적 운동단체들만 관심을 보이던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 경제 제재, 투자 중단 운동'(BDS 운동)이 더 폭넓고 강력하게 벌어질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뮤자컬 배우 마이클 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이스라엘 지지 메시지 
뮤자컬 배우 마이클 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이스라엘 지지 메시지 

최근 국제아동 권리 비정부비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 한국지부가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의 홍보대사 직위를 계약 종료한 사건도 그것을 보여 줬다. 분쟁 지역의 아동들을 지원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진행해 왔던 세이브더칠드런은 한 달 전에 유명한 뮤지컬 배우인 마이클 리를 홍보대사로 위촉한 바 있다.

하지만 곧바로 SNS 등을 중심으로 자발적이고 강력한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마이클 리 배우는 2023년 10월 7일 이후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략과 폭격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나는 이스라엘을 지지한다'(I STAND WITH ISRAEL)'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했었기 때문이다.

마이클 리 배우는 이것에 대해서 지금까지 분명한 해명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이런 사람은 분쟁 지역 아동을 돕는 사업을 대표할 수는 없다'라는 반발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분출했고 세이브더칠드런은 며칠 만에 "논란과 오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마이클 리의 홍보대사 활동을 종료시키고 후원자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한 마음"이라는 편지를 보냈다.

이번 일은 공식적인 BDS 캠페인의 일부로서 벌어진 것이 아니었고, 특정한 단체가 호소하거나 조직적으로 전개한 운동도 아니었다. 이스라엘의 학살에 분노하며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지켜보며 눈물 흘리던 수많은 이들이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그것이 거대한 파도를 일으켜서 변화를 이끌어냈다.

즉, 우리 사회에도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와 억압에 반대하며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려는 대중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증거로 볼 수 있다. 앞으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며 전쟁범죄 국가인 이스라엘과의 모든 인적, 물적, 문화적 교류를 중단하자는 운동을 건설해나갈 수 있는 소중한 토대인 셈이다. 이것은 이스라엘 정권이 원하지 않는 방향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연말에 한국 국회에서도 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주도로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을 규탄하며 "영구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된 상황도 이스라엘에게는 나쁜 소식이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9월에 새로 한국으로 온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매우 적극적으로 지자체장과 국회의원들을 만나고 있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 라파엘 하르파즈와 홍준표 대구시장의 만남/ 출처 - 대구시 
주한 이스라엘 대사 라파엘 하르파즈와 홍준표 대구시장의 만남/ 출처 - 대구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 등을 만났을 뿐 아니라, 특히 지자체장들을 찾아가서 만나는 자리를 이어가며 한국에서 이스라엘의 위상을 회복하고 입지를 강화하려는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하르파즈 대사는 지난해 10월 22일에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서 서로 교류와 협력을 다짐했다.

이 자리에서 홍준표 시장은 "이스라엘은 배울 점이 많은 나라이다"라고 하면서 "이스라엘과 더 많은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얼마 전 2월 3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만났다. 하르파즈 대사를 만난 오세훈 시장은 "첨단 산업, 안보 등 앞으로 협력해 나갈 분야가 많다"라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량 학살과 인종청소를 자행하는 이스라엘에게서 도대체 무엇을 배우고, 무슨 교류와 협력을 하자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지만, 홍준표 시장과 오세훈 시장의 이런 태도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놀랄 것도 없다. 쿠데타와 내란까지 일으킨 국민의힘 출신의 정치인들일 뿐 아니라, 각자가 서울과 대구에서 장애인과 성소수자 등을 괴롭혀온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만남/ 출처 - 서울시  
주한 이스라엘 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만남/ 출처 - 서울시  

외부적으로 군사적 대결을 추구하고 내부적으로 혐오와 폭력을 부추기는 극우적 정치세력이라는 점에서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과 한국의 윤석열 정권은 공통점도 많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28일 하르파즈 대사를 만나 악수하며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해서 많은 이들을 실망시킨 강기정 광주시장이다. 광주시는 나중에 이것을 "통상적 방문 행사"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 15개월 동안 가자에서 진행돼 온 제노사이드를 모두가 지켜본 상황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명이었다. 특히 광주 학살을 기억한다면 대량 학살을 자행하는 나라의 대사에 대한 태도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강기정 시장은 지난해 5월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많은 민간인이 죽어가고 있답니다 … 무고한 시민들이 더는 고통스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빌어봅니다”라고 글을 올렸었다.

지난해 11월 7일에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을 시상하는 자리에서 "광주는 이제 전쟁, 민주화 탄압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손을 잡아야 한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이스라엘 대사를 만나서 협력을 논의하는 것은 이런 말들과 양립하기 어렵다. 최근에도 강기정 시장은 친윤석열 극우세력의 광주 집회를 불허하면서 "극우는 타협 대상이 아니다", "5·18광장에 내란 선전·선동 세력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라며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해 5월에 페이스북에 올린 팔레스타인 연대 메시지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해 5월에 페이스북에 올린 팔레스타인 연대 메시지

이런 태도는 너무나 타당하고 정당한데, 그렇다면 강기정 시장은 대표적인 극우 정권이며 대량 학살의 가해자인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이 과연 교류와 협력의 대상일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결국 강기정 시장은 이제라도 지난번 만남이 잘못이었음을 인정하고 광주 정신과 어긋나는 이스라엘과 교류 협력에 대한 모든 논의를 중단할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지난 15개월간 가자에서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집단 학살이 이어지면서 이미 볼리비아, 콜롬비아, 아일랜드, 남아공, 쿠바, 말레이시아 등 수많은 나라와 정부들이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거나 교류와 협력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도 시민사회를 넘어서 지자체와 국회, 정부 차원에서 이런 움직임이 시작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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