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초 제기 의혹, 경찰 조사서 공식 확인

방첩사 정성우, 검찰 편에서 사실관계 부인

정성우, 검찰에만 협조하며 경찰 수사는 ‘보이콧’

‘하루 전 통보’ 핑계로 불응, 검찰엔 당일에도 출석

검찰의 내란관여 의혹 열쇠 여인형, 검찰이 독점

경찰 수사 불응 넘어설 돌파구, ‘준장 진급 예정자’

공수처, 적극적 법 적용으로 존재 의의 증명해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12.3 내란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서버들을 정보사령부와 방첩사령부 요원들이 확보한 이후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맡을 예정이었다는 앞서의 폭로가 경찰 국수본 수사에서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서 복수의 방첩사 관계자로부터 이런 진술이 확보됐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JTBC는 지난 15일 저녁 계엄 선포 당시 방첩사 현장 지휘관들을 취재한 결과, 방첩사령부 1처장 정성우가 방첩사령관 여인형의 지시를 군사보안실장과 사이버보안실장, 과학수사실장 등에게 전달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는 14일 민주당 ‘윤석열내란 진상조사단’ 단장인 추미애 의원의 폭로에 뒤따른 것이다. 24일 경찰의 방첩사 진술 확보로 추 의원의 폭로와 JTBC 보도가 공식적인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지난 15일 JTBC는 단독 보도로 선관위 작전에 검찰이 개입됐다는 사실을 현장 지휘관들을 취재해 전했다. (JTBC 뉴스 캡처)
지난 15일 JTBC는 단독 보도로 선관위 작전에 검찰이 개입됐다는 사실을 현장 지휘관들을 취재해 전했다. (JTBC 뉴스 캡처)

민주당 최초 제기 의혹, 경찰 조사서 공식 확인

추 의원은 지난 14일 관련 제보를 받았다면서,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1처장 정성우를 통해 ‘계엄 선포 직후 검찰과 국정원에서 올 것이다. 중요 임무는 검찰과 국정원이 할 것이니 그들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어 추 의원은 검찰을 향해 ‘검찰이 불법 계엄에 개입한 증거가 드러난 만큼 검찰총장은 검찰 어느 조직이 파견되었는지 조속히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바로 다음날인 15일, JTBC는 방첩사 현장 지휘관들을 취재한 후 추 의원의 폭로가 사실이었음을 단독 보도했다. “선관위에 검찰과 국정원이 올 것", "중요한 임무는 검찰 등에 맡기고 이후에 지원하면 된다” 등 추 의원이 폭로한 내용은 물론, 이런 지시를 받은 방첩사 현장 지휘관들이 “데이터 용량이 너무 방대해 구글이 와서 털어도 불가능하다고 얘기했다”는 부정적 의견을 제기했다는 사실도 추가 확인하여 보도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즉각 부인에 나섰다. 검찰의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여인형 사령관과 정성우 1처장 등 다수 방첩사 관계자 진술과 관계자 수첩 기재 내용 등에 의하면, 방첩사는 검찰에 계엄과 관련한 어떠한 요청도 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4일 추 의원의 첫 폭로 직후에도 대검찰청 명의로 “검찰은 방첩사 등 어느 기관으로부터도 계엄과 관련한 파견 요청을 받거나 파견한 사실이 없음을 밝힌다”며 계엄 관련성을 부인한 바 있다.

방첩사 정성우, 검찰 편에서 사실관계 부인

내란 사태 개입 여부로 조직의 명운이 달렸을 검찰이 경찰의 발표를 부인한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문제는 현장 출동 요원들에 의해 여인형의 지시를 전달했다고 지목된 정성우 방첩사 1처장이 자신의 부하들이 내놓은 진술을 부인한 것이다.

정성우는 24일 경찰 발 검찰 내란 관여 보도에 대해 “관련 내용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경찰 국수본의 조사를 받은 자체가 없다”고도 했다.

 

정성우 방첩사령부 1처장이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대비 문건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2.10 연합뉴스
정성우 방첩사령부 1처장이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대비 문건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2.10 연합뉴스

24일 오후 KBS 보도에 따르면, 정성우의 법률대리인 최창호 변호사는 KBS 기자에게 "경찰 조사를 받은 사람 중 검찰을 언급한 사람이 있다면 잘못 들었거나, '수사 기관'이라고 하면 '검찰'을 떠올리니 그렇게 진술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5일 오후 한국일보에도 “'검찰'에 관한 언급은 없었고 국정원이나 국방부 등 수사기관이 올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오해한 게 아닐까 싶다”라고 했다.

요컨대 방첩사 요원들이 어떤 이유로든 잘못 들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추미애 의원의 제보자, JTBC가 취재한 ‘현장 지휘관들’, 경찰이 진술을 확보한 ‘방첩사 관계자들’은 단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인 것이 확실하다. 즉 정성우 측의 주장은 현장 투입 지휘관들과 요원들 여럿이 ‘모두’ 잘못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다. 특히 이들은 군인으로서 당연한 임무인 전선에서 적군을 상대하는 것이 아닌 후방에서, 헌법기관인 선관위 현장에 투입되어 지시에 따라 강제력을 행사할 예정이었다. 이런 심각한 지시를, 방첩사 관계자들 중 어느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럿이 집단적으로 잘못 들었다는 주장을 그대로 믿기는 매우 어렵다.

‘합수부와 검찰 관계상 검찰 개입 가능성 없다’?

또 정성우 측 최 변호사는 "(계엄 상황에서) 합동수사본부가 설치돼도 검찰은 합수부 지휘를 받지 않기 때문에 여 사령관의 명령 중 '검찰'은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는데, 이런 주장은 검찰을 위한 대리 변명 목적이 의심될 뿐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여인형이 방첩사 소속 인원에 대한 지휘권만 있는 것은 사실이고 또 그가 12.3 내란의 주역들 중 하나이지만, 그는 내란의 단독 주범도 아니고 우두머리는 더욱 아니다. 그가 받들었던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은 불과 얼마 전까지 검찰 조직 전체를 지휘하던 검찰총장이었고, 윤석열이 상급자 법무부장관들과 맞설 당시 전례 없이 거의 모든 검사가 똘똘 뭉쳐 윤석열을 지지했다.

따라서 여인형이 선관위 관련 검찰 개입 지시를 했느냐의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합수부에 검찰이 포함되는지 여부는 참고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 식의 ‘실드’가 통한다면 경찰의 정보사 수사에서 드러난 합수부 외 ‘수사2단’ 역시 존재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검찰이 내란에 개입했을 가능성의 관점에서 따져보자면, 내란 수뇌부 중 검찰 전문성을 가진 유일한 인물이자 검찰 지휘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윤석열 자신이 검찰을 직접 움직이려 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내란 세력이 계엄 합수부와 별도로 ‘수사2단’을 차리려 했던 것처럼, 윤석열이 직접 지휘할 검찰도 합수부와 동급의 자리를 차지할 여지도 충분하다. 따라서 합수부와 검찰의 공식적 관계를 따져서 검찰이 관여했을 리가 없다는 정성우의 주장은 완전히 뜬금없는 것이다.

상식적으로도 명실상부 ‘검사 대통령’인 윤석열이 ‘부정선거 수사’를 지시하면서 합수부와 ‘수사2단’에만 수사를 맡기고 검찰만은 쏙 빼놨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정성우, 검찰에만 협조하며 경찰 수사는 ‘보이콧’

그런데 정성우는 현재까지 경찰의 수사에는 철저하게 불응하고 있다. 경찰이 24일 정성우를 입건하고 소환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지했지만, 외견상 경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면서도 실제로는 정반대로 경찰 수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24일 늦은 오후 KBS의 추가 보도에 따르면, 정성우의 법률대리인 최 변호사는 경찰이 23일을 출석일로 지정해 사전 출석 통보를 했음에도 출석하는 대신 다음과 같은 문자만 보냈다고 밝혔다.

“특별수사본부의 참고인 조사를 4회에 걸쳐 강도 높게 받으면서 실체적 진실을 충분히 소명하였다.”

”검찰 3회, 군검찰 1회 출석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도 임의제출해 진실을 밝히는 데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

“특수본 참고인 조사까지 최대한 협조하고 있음에도, 경찰의 지속적인 출석 요구는 참고인에게 가혹한 요구로 생각된다.”

“향후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있어서 공수처, 특수본, 경찰 등의 요청에 대해 최대한 협조 예정임을 말씀드린다.”

보다시피 정성우가 실제로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것은 검찰 수사뿐이고, 경찰의 수사에는 ‘가혹한 요구’라며 아예 조사조차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또 ‘경찰의 지속적인 출석 요구’라는 데서 보다시피 경찰이 정성우에게 출석 통보를 한 것이 23일 한 차례가 아닌 여러 차례였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여러 차례 출석 통보를 모조리 거부해온 것이다.

이쯤 되면 ‘경찰 등의 수사에 최대한 협조할 예정’이라는 마지막 문구는 아예 말장난 수준이다. 정성우가 검찰 수사에만 협조하고 경찰 수사는 무시하기로 작심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검찰에 여러 번 출석했으니 경찰 출석은 못하겠다’는 주장은 아예 어불성설이다. 명목상 ‘내란 수사’라는 비슷한 명분을 걸고 있지만 검찰 수사와 경찰 수사는 수사의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당장 검찰은 계엄군의 선관위 작전에 대해서는 전면적으로 모르쇠해 왔고 최근에 선관위 수사에 일부 관심을 보이는 부분도 오직 ‘체포조’ 문제에만 국한되어 있다. 반면 경찰은 선관위 관련 수사를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고, 검찰의 내란 개입 의혹도 그 일환이다.

경찰 ‘하루 전 통보’ 문제삼아 불응, 검찰엔 당일 통보에도 출석

더 나아가서, 정성우 측은 검찰 조사에서 ‘참고인’ 신분임을 세 차례나 강조했는데, 이에 반해 경찰은 24일 정성우를 입건함으로써 공식 피의자로 전환했다.

따라서 검찰 조사 받고 있으니 경찰 조사 못받겠다는 정성우 측의 주장을 제대로 다시 정리하자면,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으니 경찰의 피의자 조사는 못받겠다’는 의미가 된다. 그야말로 억지스럽다.

최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경찰이 24일에 출석요구서를 보내면서 하루 뒤인 ‘25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고 했다면서, 이를 핑계 삼아 경찰 조사에 또다시 불응할 의사를 내비쳤다.

 

최창호 변호사 페이스북.
최창호 변호사 페이스북.

하지만 정성우는 검찰에 대해서는 완전히 상반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지난 11일 검찰의 소환 통보에 대해서는 당일 저녁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고도 고분고분 출석해 조사를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체포 상태가 아닌 소환조사는 강제수사가 아닌 임의수사이기 때문에 사전에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당연한데, 따라서 당일 저녁에 출석하라는 통보는 매우 무리한 것이다. 게다가 오후도 아닌 저녁에 조사를 시작했으니 심야까지 조사가 이어졌을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정성우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기 직전 SBS 기자에게 "오늘 저녁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통보 당일 저녁에 출석하라는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기자에게 아무런 불만도 표시하지 않았다. 무리한 소환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기에 가장 좋은 기회였음에도 말이다.

이는 하루의 여유를 준 경찰의 소환 통보에 정성우 측이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과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다. 이런 앞뒤 전혀 안 맞는 주장으로 보자면 정성우 측이 고의적으로 검찰 수사에만 협조하고 경찰 조사에는 회피하고 있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

(참고로 최창호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2020년 1월에 검찰을 퇴직하고 개업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심판에서 이진숙 측 대리인으로서 심리 정족수 7명 조항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을 받아낸 사람이기도 하다. 당시엔 당연히 의뢰인 이진숙을 도우려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해당 가처분결정에 따라 윤석열 탄핵심판도 정지 없이 진행될 수 있게 되는 역설적 공을 세웠다.)

경찰 수사 불응하는 정성우, 배경은 ‘대령 계급’

정성우 측이 경찰 수사에 완전히 불응하고 있는 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검찰이 정성우를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무시하고 아닌 검찰에만 붙어있으면 기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이다. 물론 검찰이 정성우를 기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흘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이 정성우를 수사한 결과 그에게서 내란 관여 혐의가 발견되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것이고, 그러면 검찰도 정성우를 ‘선처’하기가 어렵게 된다. 특히 정성우의 ‘내란 모의 사전에 몰랐다’ 진술은 그대로 사실로 믿기 힘들기 때문에, 내란 관여 혐의가 성립될 여지도 상당하다. 경찰 수사 불응의 목적이 ‘처벌 회피’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또 정성우의 ‘계급’ 문제로 경찰과 공수처가 체포 등 강제수사에 나설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앞서 검찰은 16일 문상호 정보사령관에 대한 경찰의 긴급체포를 불승인함으로써 경찰이 주요 피의자를 풀어줄 수밖에 없도록 만든 바 있다. 이런 검찰의 수사방해를 넘어서기 위해 이틀만에 경찰과 공조 중인 공수처가 나서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문상호를 다시 체포했다. 공수처가 ‘장성급 장교’에 대해서는 명시적 수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수처에 영장이 발부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성우의 계급은 대령이다. 따라서 공수처도 명시적인 강제 수사권은 없다. 경찰이 체포해서 조사를 하려 해도 검찰이 다시 문상호처럼 불승인 조치를 할 것이 뻔하고, 이러니 경찰이 정성우를 체포해 와서 강제 조사를 할 방법이 완전히 차단된 것이다. 결국 경찰은 임의수사로서 ‘나와주십사’ 하는 요청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정성우의 경찰 수사 무시에 검찰이 무관할 리는 당연히 없다.

소환조사라는 것이 임의수사이기는 하지만 지속적 불응을 문제 삼아 체포가 되는 경우 뒤이어 구속이 될 여지가 상당하다. 이런 이유로 수사기관의 소환에 불응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체포 단계부터 차단할 수만 있다면 소환조사에 완전히 자유롭게 불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를 거꾸로 말하자면, 검찰이 자신에 대한 체포를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지금 정성우가 하고 있는, 철저한 경찰 조사 불응과 같은 행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경찰이 강제로 체포하려 하면 우리가 불승인으로 막아줄 수 있다고 약속해줄 수 있는 것은 검찰뿐이다.

이런 이유로, 경찰로서는 정성우를 입건하고도 소환 통보만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검찰의 내란 관여 의혹의 열쇠 여인형, 검찰이 독점

‘검찰이 선관위 서버를 맡을 것’이라는 검찰의 내란 관여 의혹에는 현재 세 주체가 관여되어 있다. ①최초 지시자라는 여인형 방첩사령관, ②그 지시를 요원들에게 전달했다는 정성우 방첩사 1차장, 그리고 ③최종 지시를 받았다는 현장 출동 병력들이다. 이중 경찰이 진술을 확보한 것은 앞서 추미애 의원, JTBC와 마찬가지로 현장 출동 병력들이다.

경찰이 12.3 내란에 검찰이 개입된 정황을 파고들려면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이중 여인형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현장 출동 병력들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여인형이 아닌 그보다 윗선, 특히 윤석열이 여인형에게 검찰 관련 지시나 언질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 상식적이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2024.12.7 연합뉴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2024.12.7 연합뉴스

게다가 경찰이 현장 출동 병력들로부터 확보한 진술은 정성우를 통한 ‘전언’이기 때문에 이미 검찰이 쥐고 있는 여인형에 대한 수사를 강행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 수사상 전언 진술의 한계는 당장 정성우 측이 ‘부하들이 잘못 들었을 것’이라고 받아친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경찰이 검찰의 내란 관여 의혹을 수사하려면 여인형에 대한 직접 조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여인형은 검찰이 독점한 채로 경찰의 수사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

여인형이 12월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후 경찰은 검찰보다 앞선 9일에 여인형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당시 경찰은 여인형과 날짜를 조율 중이라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인 10일, 갑자기 검찰이 여인형을 소환해 조사했다. ‘새치기’를 한 셈이다. 특히 이날은 여인형이 국회 국방위에 출석하기로 되어 있던 날이었음에도 국회에 출석하는 대신 검찰에 출석했다.

다시 다음날인 12일은 경찰이 여인형을 조사하기로 예정된 날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의 조사 일정을 무시하고 또다시 여인형을 소환했고 여인형도 경찰이 아닌 검찰에만 출석했다. ‘새치기’를 넘어 ‘가로채기’를 한 것이다.

그리고 검찰은 이 조사 바로 다음날인 13일 여인형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14일에 영장을 발부 받아 구속시켰다. (파견된 군검사를 통해 군사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았다.)

보다시피 경찰이 검찰보다 빠르게 움직였음에도 검찰은 매번 여인형에 대한 경찰의 수사를 차단했다. 경찰은 검찰의 내란 관여 의혹을 털어야 하는 여인형을 조사하기는커녕 한 번 얼굴도 보지 못한 것이다.

결국 경찰로서는 여인형에 대한 수사 이전의 단계로서 정성우에 대한 직접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인형의 최측근인 정성우에게서 ‘여인형이 검찰 개입 지시를 했다’는 진술 혹은 관련 정황을 확보하면 경찰이 검찰이 확보하고 있는 여인형에 대한 수사를 강행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길 수 있다.

경찰 수사 불응 넘어설 돌파구, ‘준장 진급예정자’

결과적으로, 검찰이 여인형과 정성우에 대한 경찰 조사를 차단함으로써 검찰의 내란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를 검찰이 막아서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물론 ‘내란 특검’이다. 특검이 출범되면 검찰, 경찰, 공수처가 진행하고 있는 관련 사건 수사를 모두 넘겨받고 정성우와 여인형을 직접 조사할 수 있다.

그런데 내란 특검은 24일 한덕수 총리가 사실상 거부한데다, 일이 급진전 되어서 특검이 발족한다고 가정해도 실제 수사팀 구성을 완료하고 검찰과 경찰 등으로부터 사건을 완전히 인계받기까지는 현실적으로 추가로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검찰의 내란 개입 의혹을 수사하려는 경찰로서는 정성우에 대한 강제 조사를 할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찰이 공수처의 도움을 받더라도 정성우를 강제수사할 수 없는 데에는, 앞서 쓴 대로 정성우가 공수처법에 수사대상으로 적시된 ‘장성급 장교’가 아닌 ‘대령’ 계급이기 때문일 것이 유력하다.

이를 거꾸로 말하자면, 정성우가 준장 계급이기만 했어도 문상호 정보사령관의 전례처럼 공수처를 통해 정성우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는 것이다. 검찰은 정성우를 참고인으로만 취급하고 구속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급 문제만 없다면 공수처가 정성우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해 받아낼 수 있다.

그런데, 방첩사 1처장 정성우의 계급은 정확하게는 그냥 ‘대령’이 아니다. 정성우는 지난 11월 25일부 국방부의 ‘2024년 후반기 장성급 장교 인사’에서 준장 진급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현재 정성우의 공식적인 계급 표기는 ‘대령(준장 진급 예정자)’ 혹은 ‘준장(진)’이다.

특히 정성우는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비서실장이었다가 최근에 ‘1처장’ 보직으로 임명됐는데, 방첩사 1처장 보직은 준장 계급자를 보직하는 직위다. 즉 진급예정인 준장 보직 직책으로 미리 임명된 것이다. 군에서는 이렇게 진급이 확정될 경우 실제 진급 전에 진급예정 계급의 보직으로 임명하는 경우가 흔하다.

더욱이 지난 7월 국방부가 ‘군인복제령’을 개정함으로써, 준장 계급에도 ‘직책 계급장’ 제도가 적용됨으로써 준장 보직에 임명된 ‘대령(준장 진급예정자)’는 준장 계급장을 달 수 있게 됐다. (이에 비춰보면 정성우가 준장 진급예정자이면서 준장 보직자임에도 국회 국방위에 출석하면서 대령 계급장을 달고 나온 것이 이상한 일이다. 참고로 정성우가 국회에 출석하며 장교 군복에 달고 나온 견장 계급장은 탈부착이 매우 쉽다.)

 

지난 7월 개정된 군인복제령 제17조의2. 준장 진급예정자가 준장 계급장을 달 수 있도록 했다. 이 개정 이전에는 이 조항 없이 이 법령에 첨부된 ‘별도4’ 표에서 영관급 이하 계급들에 대해서만 같은 내용을 규정함으로써 소장과 준장 진급예정자는 해당 계급장을 달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국가법령센터 홈페이지 캡처)
지난 7월 개정된 군인복제령 제17조의2. 준장 진급예정자가 준장 계급장을 달 수 있도록 했다. 이 개정 이전에는 이 조항 없이 이 법령에 첨부된 ‘별도4’ 표에서 영관급 이하 계급들에 대해서만 같은 내용을 규정함으로써 소장과 준장 진급예정자는 해당 계급장을 달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국가법령센터 홈페이지 캡처)

따라서 정성우는 ‘대령(준장 진급 예정자)’일 뿐만 아니라 이미 준장에 해당하는 보직에 임명됐고, 그에 따라 준장 계급장을 부착하는 등 군내 대우도 준장에 맞게 적용됐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국방부도 정성우를 ‘장성급 장교’라고 공식 지칭한 바 있다. 지난 8일 국방부는 방첩사 1처장 정성우와 수사단장 김대우를 함께 ‘장성급 장교’라고 지칭하며 이들을 직무정지했다고 기자들에게 공지한 바 있다.

“국방부는 현 상황 관련 관계자인 방첩사 1처장 육군 준장(진) 정성우, 방첩사 수사단장 해군 준장 김대우 등 2명의 직무정지를 위한 분리파견을 이날부로 추가 단행했다.”

따라서 정성우를 공수처법 제2조 제1항에서 규정한 ‘장성급 장교’로 볼 수 있다. 물론 소극적으로 ‘현재 계급’으로만 따진다면 ‘대령’이 맞지만, 준장 진급 발령, 준장 보직, 준장 계급장 등 실질적인 계급 대우는 ‘준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지난 12월 8일 국방부는 방첩사령부 정성우와 김대우를 직무정지하면서 기자들에게 알린 공지 문자메시지에서 이들을 ‘장성급 장교’라고 지칭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언론들도 ‘장성급 장교’라며 그대로 썼다. (KBS 뉴스 영상 캡처)
지난 12월 8일 국방부는 방첩사령부 정성우와 김대우를 직무정지하면서 기자들에게 알린 공지 문자메시지에서 이들을 ‘장성급 장교’라고 지칭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언론들도 ‘장성급 장교’라며 그대로 썼다. (KBS 뉴스 영상 캡처)

공수처, 적극적 법 적용으로 존재 의의 증명해야

‘장성급 장교’를 공수처법 상 고위공직자로 본다는 공수처법 제2조의 내용은 지난 18일 문상호 정보사령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발부 받으면서 처음으로 적용됐다. 군사법원이 장성급 장교를 공수처의 수사 대상으로 인정하는 최초의 전례를 만든 것이다. (공수처가 수사를 하더라도 군인에 대한 영장은 군사법원에 청구하고 받아야 한다.)

당시 공수처로서는 명문화된 법 조문에도 불구하고 해당 영장 청구가 과연 받아들여질까 하는 우려도 어느 정도 있었을 만하다. 공수처가 군인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사상 첫 시도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군검사가 아닌 기관에서 군인에 대한 영장을 청구한 것은 매우 희귀한 사례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는 정성우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수처는 사실상 이번 내란 사건 수사에서 공수처의 길을 개척하면서 나아가고 있다. 무엇을 하든 웬만하면 다 처음이다. 물론 경찰과의 공조 수사도 최초의 사례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정성우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적극적으로 군사법원을 설득해야 한다. 정성우가 대령 계급이긴 하지만 공식적인 ‘준장 진급예정자’로서 이미 준장 보직인 ‘방첩사 1처장’ 직위에 임명된 상태이고 계급장 등 군에서의 계급 대우도 대령이 아닌 준장으로 인정하고 있는만큼 군사법원이 ‘장성급 장교’로 인정해 영장을 발부해 달라고 말이다. 국방부 역시도 정성우를 ‘육군 준장(진) 정성우’로서 ‘장성급 장교’라고 공식 지칭했다는 점도 덧붙일 수 있다.

이런 주장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고 군사법원의 영장 발부가 가능하다고 보인다. 진급예정자에 대한 대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군사법원이라면 일반 지방법원보다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일단 정성우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데 성공하면, 그로써 군사법원으로부터 정성우에 대한 공수처의 공식적인 수사권을 인정받은 것이다. 따라서 이후엔 정성우에 대해 구속영장도 쉽게 청구하고 받을 수 있다. 이런 강제수사로 검찰 뒤에 숨어 ‘나는 피의자 아닌 참고인’이라며 경찰 수사에 불응하는 정성우를 강하게 몰아붙일 수 있다.

물론,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는 해도 정성우의 주장대로 그의 부하인 현장 출동 병력들 여럿이 일제히 ‘검찰’로 잘못 들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실 여부는 검찰만 믿고 버티는 정성우를 그냥 방치하고서는 확인할 수 없다. 결국 정성우를 강제수사해야만 검찰의 내란 개입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 전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 검찰 내란 개입 의혹 역시 공수처의 적극적인 수사 의지 실행이 필요한 국면이다. 공수처는 존재 의의 입증이 이런 문제들에 달린 만큼, 조직의 명운을 걸고 과감하게 성큼성큼 나아가야 한다.

물론 이와 별개로 정성우 본인도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힌다. 정성우의 입장에서는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방법을 거론하는 기사를 쓴 필자가 원망스러울 수 있겠지만, 중대한 의혹을 품고 있는 당사자이면서 고의로 경찰 수사를 거부하고 버팀으로써 강제수사의 돌파구를 찾게 만든 것은 바로 정성우 본인이다.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두렵다면 하루 전에 통보 받아서 경찰 조사에 출석 못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적극적으로 경찰에 출석해 사실관계를 진술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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