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직후 윤석열 옹호자들 패널로 초대

국회 탄핵 앞두고 찬반집회 '5대5 균형(?)'보도

사장은 부정선거 윤석열 '망상' 팩트체크 지시

YTN '내부의 윤석열' 탄핵해야 신뢰 얻을 것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보도전문채널 YTN이 윤석열 내란범죄 직후 보여준 몇 가지 장면은 적잖이 우려스럽다. 24시간 종일 뉴스를 방영하는 채널로서, 뉴스 특보나 저녁 시간 메인 뉴스 중심의 지상파나 종편보다 생생하게 현장 모습을 전달하고 깊이 있게 이슈를 분석해왔는지 의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YTN이 이번 충격적인 12.3 내란을 다루는 태도와 관점이다. 과연 내란 수괴 윤석열에 대한 탄핵을 요구하는 다수 국민들의 바람과 눈높이에 제대로 부응했는지 하는 점이다. 혹시 윤석열 내란 범죄의 본질과 심각성을 축소하거나 호도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계엄군이 국회를 침탈했던 12월 3~4일 밤사이 국민들은 분노와 충격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TV와 유튜브 방송을 보며 국회 현장을 지켜봤다. 국회가 비상계엄을 중단시키고 새벽에야 윤석열 내란범도 이를 철회한 뒤 도대체 밤사이에 벌어진 이 천인공노할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불안한 국민들은 여전히 방송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12월4일 YTN에 출연해 해설하고 있는 김형준 정치평론가(위, YTN 화면 갈무리), 지난해 말 조선일보 유튜브 '정치펀지'에 출연해 민주당의 '윤석열 계엄선포설'을 조롱하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아래, 유튜브 화면 갈무리).

그런데 YTN의 4일 낮 방송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YTN이 내란 사태를 해설하고 분석하기 위해 부른 패널은 그동안 윤석열을 입이 닳도록 미화하고 옹호했던 인물들이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잘 알려진 대로 중도를 가장한 수구적 주장을 펼쳐온 정치평론가다. 지난해 말 조선일보 유튜브 방송 ‘정치펀치’에 나와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함께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에 검찰독재 프레임을 씌우고 예산을 멋대로 증액하는 횡포를 일삼는다‘ ’이재명이 대한민국을 아수라판으로 만들 것‘이라는 내용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이 방송에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탄핵과 계엄에 중독됐다’, ‘국민의힘에 군부독재의 피가 흐른다는 말은 역사에 대한 무지’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민주당의 '윤석열 계엄선포설'을 조롱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지난해부터 제기한 ‘윤석열 계엄 선포 가능성’을 ‘망상’ ‘괴담’이라고 했던 조선일보 주장에 맞장구쳤던 정치평론가를, 실제로 계엄이 선포된 다음 날 패널로 불러 1시간 넘게 들을 수 있는 말은 무엇이었을까? 김형준 평론가는 윤석열 탄핵 이후에도 YTN에 정치 패널로 계속 출연했다.

4일 낮 YTN 방송에 김형준 평론가에 이어 중앙일보 기자 출신 김진 씨가 얼굴을 내민 것도 놀라운 일이다. 김진 씨가 예전부터 이승만을 찬양하고 진보진영에 좌파몰이를 해왔으며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찬양해 온 사실은 그의 개인 유튜브에 가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그는 유튜브 방송에서 “윤석열이 문재인, 한동훈, 이재명보다 훨씬 나은 인간성과 품격을 가졌다” “윤석열 김건희가 억울하게 돌을 맞고 있다”는 등의 말을 쏟아냈다. 그랬던 김진 씨를 윤석열이 비상계엄으로 나라를 폭망의 위기에 빠드린 직후 패널로 불러낸 것이 정상인가?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12월 4일 낮 YTN에 출연한 김진 전 중앙일보 기자(위, YTN화면 갈무리), 유튜브 '김진TV'에 나와 극우 성향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아래,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12월 4일 낮 YTN에 출연한 김진 전 중앙일보 기자(위, YTN화면 갈무리), 유튜브 '김진TV'에 나와 극우 성향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아래, 유튜브 화면 갈무리)

김형준 평론가와 김진 전 중앙일보 기자는 이날 비상계엄 직후인데도 “조기 대선을 하게 되면 이재명에게 정권이 넘어갈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 한동훈 대표가 대선 후보로 나서면 가능성이 높다”는 등 황당한 정치 해설을 늘어놓고 갔다. 이들에게는 윤석열의 비상계엄 내란범죄와 그로 인한 대한민국 민주주의 파괴, 헌정질서의 혼란, 경제와 국격 추락보다는 누가 다음 정권을 잡느냐는 얄팍한 정치공학과 수구기득권 집단의 권력 유지만이 관심이고 걱정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사실상 윤석열이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중단하고 군대를 동원한 비상계엄이라는 내란범죄에 이르도록 도운 인물들이다. 윤석열이 계엄선포문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이유로 든 ‘야당의 검사·장관 등에 대한 탄핵 남발’ ‘예산 횡포’ ‘범죄소굴인 국회’ ‘종북 반국가세력 처단·척결’ 등은 이들의 평소 주장과 다르지 않다. YTN은 이렇게 윤석열 내란 수괴와 비슷한 생각으로 그를 도운 인물들을 비상계엄이 실패한 뒤 특별방송에서도 패널로 초대한 것이다.

YTN은 국회의 2차 탄핵 표결이 있었던 지난 12월 14일에도 이해하기 힘든 방송을 내보냈다. 이날 오후 국회 앞에는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국힘당에게 표결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윤석열을 탄핵하고 처벌해야한다는 여론은 80%에 달했다.

국회권한 침탈을 시도한 12.3 비상계엄이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내란범죄라는 점은 국내 대부분의 법학자와 언론이 인정하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YTN은 이날 광화문에서 벌어진 윤석열 지지자들의 ‘탄핵 반대’ 집회를 국회 앞 ‘탄핵 촉구’ 집회와 나란히 영상에 담아 보도하는 기괴한 방송을 내보냈다. 이것이 중립 보도인가?

 

국회 2차 탄핵표결이 진행된 지난 12월14일 오후 YTN 뉴스화면. 탄핵 찬성 여의도 집회와 탄핵반대 광화문 집회를 화면에 나란히 보도하고 있다. 박진수 기자 SNS 사진 인용.
국회 2차 탄핵표결이 진행된 지난 12월14일 오후 YTN 뉴스화면. 탄핵 찬성 여의도 집회와 탄핵반대 광화문 집회를 화면에 나란히 보도하고 있다. 박진수 기자 SNS 사진 인용.

YTN 전 노조위원장을 지낸 박진수 기자는 자기 SNS에 이렇게 썼다. “부끄럽지만 기록으로 남긴다. 기계적 균형이라고 포장하는 왜곡보도...이런 사안 조차 기계적 균형을 내세우며 5대5 화면 분할의 의미는 비겁한 왜곡이다. 계엄선포 당시 보도는 오죽했겠는가. 일제가 우리나라를 다시 침탈해도 5대5로 화면 분할해서 한국측, 일본측 주장을 보여줄 텐가”

이날 두 곳의 집회를 ‘5대5’로 나란히 생방송한 곳은 YTN과 TV조선이었다.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은 이른바 ‘태극기 부대’ ‘극우 개신교도들’이다. 윤석열 비상계엄을 지지하는 비정상·비상식적 사고에 빠져 있는 집단이다. YTN이 두 곳의 집회 모습을 ‘균형있게’ 화면에 보도하는 것은 극우 집단의 주장도 한번 귀담아 듣고 따져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기 때문인가?

내란범들이 한명씩 구속되고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윤석열 내란 수괴의 구속이 임박해 오자 이번에는 YTN 사장이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 비상계엄을 내린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를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이 이슈가 정치권에서 대형 이슈로 제기된 만큼 언론이 시시비비를 가려줄 의무가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윤석열이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을 믿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줄곧 주장하고 있는 부정선거 ‘망상’을 YTN이 팩트체크로 입증해내라는 지시를 한 것이다. 

 

YTN 김백 사장이 지난해 취임 직후 친여 진영을 비판하는 보도를 한 데 대해 사과하고 있는 모습. YTN 화면 갈무리. 
YTN 김백 사장이 지난해 취임 직후 친여 진영을 비판하는 보도를 한 데 대해 사과하고 있는 모습. YTN 화면 갈무리. 

이에 대해 YTN노조가 대꾸한 것처럼, 부정선거 주장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극우 유튜버들 밖에 없다. 윤석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던 국민의힘도 그런 주장을 하지는 않는다.

김백 사장의 말은 그 자신이 윤석열과 똑같은 망상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장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YTN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상적인 방송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은 국회에서,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이미 탄핵당했다. YTN '내부에 있는 윤석열'도 하루빨리 탄핵되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윤석열 괴물'이 아직도 언론계 곳곳에 숨어있으면 민주주의와 헌정을 더럽히는 쿠데타와 내란 세력은 또 고개를 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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