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방한 취소…땅에 떨어진 신뢰

"미군 주둔에도 계엄 의도 포착 못해"

"한미동맹은 특정 대통령·정부 초월"

한국 대통령 교체 가능성도 염두에?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고무돼"

내주로 예상됐던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의 방한이 무산됐다.

이번에는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찾을 계획을 포기하고 일본만 방문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오스틴 장관이 7일 캘리포니아주에서 개최되는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일본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국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4. 10. 31 [로이터=연합뉴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국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4. 10. 31 [로이터=연합뉴스]

오스틴, 방한 취소…땅에 떨어진 신뢰

내주 일본만 방문해 방위상과 회담

라이더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의 13번째 인도·태평양 방문인 이 일정은 역내에서 미국의 동맹·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평화, 안보, 번영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진전시키기 위한 국방부의 역사적 노력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겉으로만 보면 오스틴 장관이 방한 계획을 접은 건 불가피했다. 한국 측 카운터파트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불법 계엄 사태를 주도했던 김용현 국방장관이 5일 교체됐기 때문이다.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가 후임 국방장관에 내정됐지만, 정식 부임하려면 앞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무산 과정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스틴의 일본, 한국 순방 뉴스는 일본의 교토 통신이 지난 3일 보도했다. 당시 교도 통신은 오스틴이 "내주에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찾아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 김용현 한국 국방장관과 회담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김용현 국방장관이 1일 서울 광화문 광장 관람석에서 제76회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지켜보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무언가 설명을 하고 있다. 2024.10.1. 연합뉴스 
김용현 국방장관이 1일 서울 광화문 광장 관람석에서 제76회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지켜보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무언가 설명을 하고 있다. 2024.10.1. 연합뉴스 

김용현, 오스틴 미 국방장관 '농락'

'서울회담' 약속하고 뒤론 군 동원

그리고는 한국시간으로 6일 새벽 로이터 통신이 오스틴 장관 방한 무산 소식을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익명의 미 정부 당국자는 오스틴이 가까운 시기에 방한할 계획을 추진 중이었으나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란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몇 시간 후에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이 일본 방문과 함께 한국 방문 무산을 공식으로 확인해준 것이다.

충격적인 건 미 국방장관의 방한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 일정이 '사실상 확정'돼 있던 3일 저녁 10시 23분에 불법 계엄령이 선포된 대목이다. 오스틴이 도쿄와 서울을 순방한다는 교도 통신의 3일 자 보도는 한국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기 직전에 나왔다.

당시 국방장관이던 김용현이 한편으로 오스틴 장관과 '내주 서울회담' 일정을 잡아 놓고 다른 한편으론 계엄을 추진한 셈이다. 군 병력을 불법 동원해 ‘친위 쿠데타’를 감행하면서 미 국방부와 주한미군 쪽에 어떤 사전 통보나 힌트도 주지 않았다. '70년 혈맹'이라면서 미국을 제대로 농락한 셈이다.

4∼5일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TTX)도 무산됐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4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한국에 2만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데도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 의도를 포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 특별공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싱어송라이터 돈 매클린의 친필 서명이 담긴 기타를 선물받고 있다. 2023.4.28 [공동취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 특별공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싱어송라이터 돈 매클린의 친필 서명이 담긴 기타를 선물받고 있다. 2023.4.28 [공동취재] 연합뉴스

"한미동맹은 특정 대통령·정부 초월"

윤 대통령 교체 가능성 염두에 뒸나?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대통령이 '교체'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내놓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불법 계엄령 선포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보고된 것과 관련해 "이 동맹, 우리가 한국과 맺고 있는 파트너십은 태평양 양쪽(한미) 특정 대통령이나 정부를 초월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공화당, 민주당 등 여러 다른 행정부를 초월해온 동맹이자 파트너십이며 한국에서도 계속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은 "특정 대통령이나 정부를 초월한다"는 말은 너무 당연하지만, 현 시점에선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그러잖아도 백악관과 국무부 수뇌부 인사들이 계엄령 선포를 '불법적이고 비민주적'이라고 연일 질타해 윤석열에 대한 '손절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5일 국회사무처가 지난 3일 밤 계엄령 선포 후 국회의사당에 진입한 계엄군의 작전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계엄군이 국회 2층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모습. 2024.12.5 [국회사무처 제공] 연합뉴스
5일 국회사무처가 지난 3일 밤 계엄령 선포 후 국회의사당에 진입한 계엄군의 작전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계엄군이 국회 2층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모습. 2024.12.5 [국회사무처 제공] 연합뉴스

"계엄령 선포 결정에 많은 질문 있다"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고무돼"

파텔 부대변인은 "이 전개(계엄령 선포)를 둘러싼 결정과 관련해 답변이 이루어져야 할 많은 질문이 있다"고 말했다. 군을 동원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했던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민주주의 성공 모델'인 한국에서 어떻게 가능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얘기인 셈이다.

파텔은 "계엄령의 발동과 그러한 조치가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확실히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며 "국회 표결에 따라 계엄령이 철회된 것은 불확실한 시기에 한국의 민주적 회복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 시련과 불확실성의 시기에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대해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7일로 예정된 국회의 탄핵소추안 처리에 대해 파텔은 "탄핵 절차는 한국 내부의 절차로서 한국 헌법에 따라 다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한국의 민주적 시스템과 민주적 절차가 승리할 것을 우리는 계속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의 근간은 "법치와 민주주의"라고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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