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방통위 내년 예산 조정에 여당 반발

위법적 2인 방통위·편향적 방심위 운영에 제동

재난관리·유해정보·불법스팸 대응에는 증액

중소방송 지원 등 방송생태계 복원도 증액

꼼꼼히 안 따지고 받아쓰기하는 언론도 문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내년 방통위·방심위 사업과 운영 예산 가운데 이른바 방송장악 혹은 언론탄압과 관련된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했다. 야당이 위법적인 2인 체제 방통위에 ‘불필요한’ 예산이 ‘과다’ 책정돼 있고 방심위도 ‘비상식적인’ 심의·제재로 인해 발생한 소송에 비용이 ‘남발’된 점을 고려해 삭감키로 했다고 한다.

국회가 방통위와 방심위가 내년에 쓸 예산을 삭감하기로 한 것은 합당한 결정이다. 그동안 방통위는 대통령이 야당 추천 위원을 임명하지 않아 친여 성향 위원 2인만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파행을 저질러왔는데, 법원이 이를 위법이라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또 방심위는 정부 비판적 언론보도에 대해 유례없이 잦은 심의와 무리한 제재를 가했다. 이 때문에 방통위는 방심위 제재에 불복한 방송사들과 수십 건의 불필요한 소송을 벌여왔다.

 

지난 10월 24일 오전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왼쪽)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태규 방통위 직무대행. 연합뉴스
지난 10월 24일 오전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왼쪽)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태규 방통위 직무대행. 연합뉴스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공공기관인 방통위·방심위가 정권의 방송장악과 언론탄압을 돕기 위해 벌인 파행과 위법, 헌법이 명시한 언론자유를 짓밟고 비판언론을 탄압하다가 벌어진 소송에 쓰이는 비용까지 국민이 낸 세금으로 부담할 이유가 없다. 예산 삭감은 국회가 매년 예산안 심의을 통해 잘못된 정부 정책과 재정 집행을 견제하는 당연한 의정 활동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여당과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여당 추천 방심위원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국민에게 말할 수 없는 불편이 초래되고 국익에도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고, 여당 추천 방심위원 3인은 “방심위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방심위 기능을 무력화시킨 것”이라고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밝혔다. 얼굴이 보통 두꺼운 사람이 아니면 이런 말을 할 수가 없다. 지금 방통위가 누구 때문에 국민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지, 방심위는 왜 난장판이 되었는지 정말 모르나?

야당이 삭감하기로 한 내년 예산에는 방통위의 언론 대상 소송 비용이 포함됐다. 방통위는 올해 소송 비용만 4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가족을 동원해 심의를 사주하고, ‘파란색 1번' 기상예보가 민주당 편향적이라는 등 방심위의 황당하고 무리한 심의·제재로 인해 발생한 소송에 돈을 마구 쓴 것이다. 내년에는 이런 불필요한 곳에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예산을 삭감한 것이다.

민주당은 “극우 성향 방통위원장 임명, 불법적 2인 체제 의결 등 방통위가 정부의 방송장악을 위한 기구로 전락했고, 위원장이 부재한 상황에도 비서실 운영비, 위원장 유관기관 업무 협의, 직원 간담회 등 불필요한 예산을 과다 책정해 감액이 필요하다”고 방통위 운영지원과·기획조정관 기본경비 예산 삭감 이유를 밝혔다. 방송 허가심사 지원 예산 감액도 방통위가 위법적인 2인 체제에서 방송 재허가 조건을 삭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산 과다 책정과 불법 행정을 벌이는 데에 세금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다.

 

MBC뉴스가  올해 2월 보도한 기상예보의 한 장면. 방심위는 '파란색 1자'가 민주당에 편향적이라면서 심의하고 제재를 결정했다. MBC 뉴스화면 갈무리. 
MBC뉴스가  올해 2월 보도한 기상예보의 한 장면. 방심위는 '파란색 1자'가 민주당에 편향적이라면서 심의하고 제재를 결정했다. 이 화면의 '파란색'은 환경부에서 낮은 미세먼지 농도를 나타낼 대 사용하는 색상이며 '숫자 1'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를 나타낸 것이다.  MBC 뉴스화면 갈무리. 

방심위 경상비와 방송심의 활동 예산을 감액한 이유는 방심위의 편파·황당 심의와 무리한 제재, 류희림 위원장 날치기 연임, 극우 성향 선방심의위 임명과 활동 등이다. 또 국악방송과 아리랑국제방송 등 방송사 지원 예산을 전액 감액했는데, 이는 두 방송사가 방통위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리받고 있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를 “이번에 교통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다시 묻는다. 이것이 여당과 김태규 직무대행, 여당 추천 방심위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민에게 말할 수 없는 불편을 초래하고 국익에 큰 손실을 발생시키는’ 예산 삭감인가? 윤석열 정권과 김건희 씨, 여당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전례 없는 마구잡이 심의·제재를 가하는 방심위의 활동을 막는 것이 ‘방심위 기능 무력화’인가? 오히려 지금 국민들은 위법을 행하는 2인 방통위와 비판언론 때려잡기식 심의·제재를 가해온 방심위가 과연 필요한 기구인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야당의 예산 조정에서 삭감만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방송분야 재난관리 지원, 불법유해 정보 차단기반 마련, 불법스팸 대응체계 구축 등의 분야에는 수십억원의 예산이 증액됐다. 모두 ‘국민들의 편익과 국익’을 확대하고 보장하는 분야다. 국악방송·아리랑방송 지원을 문체부로 넘긴 대신 지역 중소방송 지원, EBS 제작 지원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공동체라디오 경쟁력 강화와 TBSeFM 제작 및 운영지원 예산은 정부가 한푼도 책정하지 않았던 것을 야당이 증액 또는 신설한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공동체라디오 방송을 활성화하고 시민들에게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TBS를 지원하는 예산이야말로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 것이다.

 

야당의 방통위 내년 예산 삭감을 다룬 주류 언론의 기사들. 구글 검색화면 갈무리. 
야당의 방통위 내년 예산 삭감을 다룬 주류 언론의 기사들. 구글 검색화면 갈무리. 

일부 언론이 이런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야당의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여당의 주장을 단순 전달하는 것도 한심한 일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방통위·방심위 예산 삭감을 ‘거야(巨野)의 횡포’ ‘보복 삭감’이라고 맹비난했다. ‘공산주의적 발상’이라는 시대착오적이고 자극적인 표현까지 썼다. 여당이 이렇게 주장하면 언론은 그저 이를 받아적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왜 삭감키로 했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쪽이 주장을 따옴표로 받아쓰는 것이 언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인가?

국회 과방위가 결정한 방통위·방심위 내년 예산은 총액으로 보면 오히려 올해보다 늘었다. ‘무조건 삭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분야 예산이 삭감되고 증액되었는지, 왜 삭감되고 증액되었는지 구분해서 보도해야 한다. 여야의 생각과 판단이 다르다면 따져보고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런데 언론은 한쪽의 자극적 주장만을 보도하거나, 이를 ‘여야 정쟁’으로 몰아 국민의 정치 무관심 혹은 정치혐오만을 부추키는 것이다. 정치는 ‘정쟁’을 벌일 수도 있으나 이를 국민의 정치 무관심이나 정치혐오로 만들어내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바로 언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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