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에서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고성 항의

"헌재 재판관 왜 멋대로 임명?" 이게 할말인가

비상계엄 전조 '방송장악‧언론탄압' 앞장서 추진

계엄 직후엔 언론자유 금지 포고령 이행 의혹도

국회에서 비상계엄 입장 질문에도 답변 회피

정부 곳곳 내란 잔불 탓에 정치‧경제 회복 지연

내란 수괴 윤석열에게 임명장을 받은 각 부처 수장들과 고위 공직자들이 작년 12월 31일 국무회의에서 보여준 황당한 행태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에도 내란 잔당들이 정부에 남아 윤석열의 헌재 파면(탄핵)을 지연‧저지하고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방해하고 있다. 3일 윤석열에 대한 공수처 체포가 무산된 배후에도 이들의 방해 공작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들은 여전히, 그리고 끈질기게 2차 내란의 잔불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한 일부 국무위원과 배석 위원들이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왜 상의도 없이 헌재 재판관을 임명했냐”고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 터져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내란 수괴가 직무정지 당해 자리에 없는 동안 그 내란에 가담하거나 동조한 자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2차 내란을 꿈꾸며 막장 내부 싸움을 벌인 것이다. 

 

한덕수 전 권한대행은 여야가 합의해 결정한 헌재 재판관에 대한 임명을 거부하다 국회에서 탄핵됐다. 한 전 권한대행이 헌재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은 헌재의 윤석열 내란수괴 파면을 지연시키거나 무산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윤석열이 살아 돌아오길 바라며 2차 내란을 획책한 것이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헌재 후보 3명 중 2명만 임명하는 꼼수를 부리고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도 거부했다.

국무회의 참석자들은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헌재 재판관 후보 3명 모두의 임명을 거부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항의했다. 총리 한덕수도 거부한 것을 부총리이자 장관급인 최상목이 왜 멋대로 임명했냐는 뜻도 있다. 국정운영의 주요 정책들을 보고하고 심의하는 국무회의 자리에서 국무위원들이 의장에게 고성을 질러가며 항의하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여전히 내란의 ‘잔불’로 남아 2차 내란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내란 ‘잔불’ 중에 김태규 방통위 직무대행도 있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고성을 지르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항의한 것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는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헌재 재판관 임명을 이유로 ‘대행직을 사직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그 말을 들은 최상목 권한대행은 그 자리에서 울먹였다고 한다.

그런데 방통위원장은 정부조직법에 의하면 국무회의 참석 자격이 있는 국무위원이 아니다. 정부 정책과 법안을 제안하거나 심의·의결할 권한이 없다. 방통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면 보통 국무회의 의장(대통령이나 총리)의 지시에 따라 필요한 정책 사안을 보고하고 건의하는 정도를 하는 자리다.

게다가 김태규 직무대행은 지금 방통위원장도 아닌 ‘직무대행’일 뿐이다. 직무대행은 위원장에게 주어진 법적 권한과 의무의 최소한만을 대행하면 된다. 그런 자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고성을 지르며 “헌재 재판관 임명을 왜 협의하지 않고 당신 멋대로 했느냐”며 항의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에서 물러나라고 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정부의 국무회의가 맞는가?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지난해 10월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 전체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본인의 욕설 및 막말 논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의원과의 논쟁 도중 고함을 치고 있다. 세계일보 사진.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지난해 10월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 전체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본인의 욕설 및 막말 논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의원과의 논쟁 도중 고함을 치고 있다. 세계일보 사진.

김태규 직무대행의 이런 태도보다 더 큰 문제는, 그가 사실상 윤석열 내란범죄의 동조자로 의심받고 있는 데에 있다. 그는 방통위원으로서 윤 정권의 방송장악과 비판언론 탄압에 신념을 갖고 적극 부역해왔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전까지 그가 관여했던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과 비판언론 탄압은 윤석열의 계엄 포고령에 담긴 언론과 표현의 자유 금지 조치의 전초전이나 다름 없었다.

그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날 밤 방심위로 하여금 긴급통신심의위를 소집해 ‘윤석열 탄핵촉구 문자’를 삭제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의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 금지’ 조항을 받들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금지시키려 했다는 얘기다.

또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방통위에 ‘유언비어 대응반’을 꾸려 가동하려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비상계엄이 3시간여 만에 해제되었기 때문에 이 모든 일들이 실행되지 않았을 뿐이다. 만약 비상계엄 상태가 조기에 해제되지 않고 계속됐을 경우 그는 방통위원 시절 해왔던 방송장악과 비판언론 탄압을 더 강력하게 밀어붙였을 것이다. 그가 방통위 부위원장과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있는 동안 해왔던 언행을 보면 예상되고도 남을 일이다.

그는 비상계엄이 해제된 뒤 열린 국회 과방위에서 야당 의원들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끝끝내 “답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입장 표명을 회피했다. 비상계엄 선포로 나라를 하루아침에 후진국으로 만들어놓은 정권에서 장관급 방통위원장 직무를 대행해 놓고도 사과는커녕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이며 답을 피했다.

형법 제87조의 내란 처벌 조항에 따르면 내란 우두머리(수괴)는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에 처하고,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도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일정한 주장 없이 다른 사람의 주장에 부화해 따라 행동한 ‘부화수행(附和隨行)’의 경우에도 5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받는다.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가 벌어진 지 한달여가 지났다. 내란 수괴는 아직 체포되지 않은 채 선동과 지령을 발신하고 있고, 중요임무 종사자들과 부화수행한 내란 잔당들이 정부에 여전히 남아 2차 내란을 벌이고 있다.

애초 비상계엄이 해제된 뒤 내란에 가담하거나 동조한 국무위원과 고위 공직자들은 즉시 자리에서 물러났어야 했다.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내란이 국민과 국회에 의해 진압되었는데도 내란 가담자와 동조자들이 여전히 국정운영을 맡고 있으니 지금 경제와 외교안보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국정을 운영하는 척하면서 나라가 망하든 말든 제 살길을 찾으려 2차 내란을 획책하고 있는 것 아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김문수 노동부 장관 등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고성을 지르며 헌재 재판관 임명에 대해 항의했고 최 권한대행이 울먹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김문수 노동부 장관 등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고성을 지르며 헌재 재판관 임명에 대해 항의했고 최 권한대행이 울먹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2차 내란 동조자로 의심받고 있는 김태규 직무대행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내란 부화수행의 역할을 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낼 필요가 있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왜 헌재 재판관 임명을 멋대로 하느냐”고 기세등등하게 고함치는 방통위 직무대행이라면, 윤석열 내란 수괴의 귀환을 도모하는 2차 내란의 ‘잔불’일 가능성이 높다. 과거 방통위원 시절 그가 해온 일과 국회에서의 언동을 보면 더 그렇다.

윤석열 체포가 지연되고 헌재 탄핵결정도 시간이 필요해지면서 내란 진압은 장기전으로 가는 모양새다. 장기전에서 문제는 여론이다. 그가 지금까지 방통위원과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으로 한 일과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고성을 질러가며 한 말을 보면, 그는 내란 잔당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여론을 왜곡‧조작하고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막아서는 데에 가장 먼저 앞장설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으로 계속 남아 있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으로 꼽히는 영국 공영방송 BBC가 “실권을 잃은 윤석열 체포는 왜 그토록 힘든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정부 곳곳에 남아있는 이런 내란 잔당들이 내란의 잔불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빨리 내란 잔불을 밟아 끄지 않으면 국민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나라가 다시 화염에 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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