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이사들이 사장 선출하면 그것도 위법

법원 판결로 KBS 이사 선임도 무효 가능성 커져

MBC처럼 2인 방통위 선임한 이사 활동 중단해야

사장 후보 3인, 하나같이 어용·위법 의혹 연루자

노조는 23일 총파업 예고…KBS 추락 막아내길

법원이 2인 방통위 ‘위법’ 판정을 내렸음에도 위법하게 선임된 KBS 이사들이 차기 사장 선출을 강행할 움직임이다. 불법적인 절차로 지위를 얻은 무자격 임원들이 모여 앉아 공영방송 사장을 뽑겠다는 것으로, 이것 역시 위법적이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져 벌어지고 있는 연속적인 파행 사태다.

22일 KBS 측에 따르면, KBS 이사회는 여당 추천 이사 7명이 참여한 가운데 3명의 사장 후보를 압축해 23일 면접을 통해 차기 사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면접 대상에 오른 후보는 박민 현 사장, 박장범 앵커, 김성진 뉴스주간이다.

그러나 현재 차기 사장 선출에 참여하고 있는 이사들이 과연 사장 선출을 진행할 자격이 있는 임원들인지 부터 따져봐야 한다. 여당 추천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 7월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부위원장과 둘이 만나 53명의 지원자 가운데 단 1시간 동안 몇 차례 투표만으로 선임된 자들이다. 이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거쳤던 면접이나 토론 절차도 생략됐다. 지원자의 능력, 전문성 등은 무시하고 정치적 성향이나 정권에 대한 충성심만 보고 뽑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언론노조KBS본부 SNS 화면 갈무리.
언론노조KBS본부 SNS 화면 갈무리.

무엇보다 방통위원 2인만의 참여로 이뤄진 KBS 이사 선임 자체가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상태다. 지난 17일 서울행정법원은 MBC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제재 취소 본안소송에서 ‘2인 방통위 체제가 위법하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MBC의 손을 들어줬다. 이 소송 이외에도 MBC는 방통위의 제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18건에서 모두 승소했다.

더욱이 MBC의 경우 당시 이사진이 제기한 2인 방통위의 신임 이사선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도 승소한 바 있다. 이진숙 씨의 2인 방통위가 KBS 이사들과 함께 선임한 MBC 이사들에게 ‘2인 방통위 위법성’을 들어 직무를 정지시킨 것이다. 당시 법원은 신임 이사들의 직무를 정지시키면서, 위법적 절차로 선임된 이사진이 계속 직무를 수행할 경우 이후 발생할 혼란을 방지할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법원이 ‘2인 방통위는 위법’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만큼 이사선임 취소 본안 소송에서도 MBC가 승소해 직무정지가 아니라 아예 선임 자체가 무효화할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보면 2인 방통위가 선임한 KBS 이사들은 MBC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직무를 중단시키는 것이 합당하다. 법원이 MBC 신임이사 직무 정지 결정을 내린 이후 KBS 야권 추천 이사들도 같은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방통위가 재판부 기피신청을 제기하면서 재판이 지연되고 있으나 MBC와 같은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사장 선출을 추진하고 있는 여권 성향 이사들 역시 직무 정지를 거쳐 임명무효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KBS 직원들의 '단체협약 쟁취, 공영방송 사수 결의대회'. 언론노조 KBS본부 SNS 화면 갈무리. 
18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KBS 직원들의 '단체협약 쟁취, 공영방송 사수 결의대회'. 언론노조 KBS본부 SNS 화면 갈무리.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힘내라 공영방송, 구하자 KBS' 시민문화제의 한 장면. 언론노조KBS본부 SNS 화면 갈무리.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힘내라 공영방송, 구하자 KBS' 시민문화제의 한 장면. 언론노조KBS본부 SNS 화면 갈무리. 

사장 선출을 결정한 이사들의 무자격 문제만이 아니다. 후보 가운데 박민 씨는 경영계획서 대리 작성 의혹,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의혹 등이 제기돼 불공정 경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이사들이 사장 선출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현재 KBS는 지난해 박민 사장 취임 이후 불공정 보도, 친일·친정부 편향 보도로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반발과 외면을 사고 있다. 여기에 차기 사장 후보로 나온 박민 사장의 불공정 경쟁 문제, 사장 후보들의 어용 보도 문제, 무엇보다 이사진의 무자격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장 선출을 강행하려는 것은 공영방송 KBS를 계속 ‘정권의 방송’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무자격 이사들이 또 어용 인사, 부적격 후보를 사장으로 선출해 공영방송이 나락으로 떨어지든 말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KBS 구성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사장 선임 절차 중단을 요구하며 23일 하루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한다. 박민 사장 취임 이후 벌어진 KBS의 배신과 추락 과정에서 KBS 구성원들이 거세게 저항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이제라도 공영방송의 역할을 지켜내기 위한 싸움에 불이 붙은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KBS 구성원들이 맨 앞에서 KBS를 지키면 시민들이 뒤를 밀어줄 것이다. 2인 방통위 위법성이 확인된 만큼, 위법하게 자리에 앉은 무자격 이사들이 계속 공영방송을 망치게 둬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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