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동원 민원사주→"몰랐다" 거짓말 드러나자
국감에서 "가족이 방송심의 관심 많아서" 변명
김건희 명품백 보도 차단 시도 정황도 확인
'구글 책상 쾅' 유튜브 협조 약속도 거짓 드러나
"KBS '기미가요 방송' 7~8초라 일반인 모를 것"
YTN 시절 수십차례나 '가족 홍보 방송'으로 비난
꼼수·거짓말·궤변·법 위반…정권 보위에만 매진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KBS에 입사했다가 YTN으로 이직한 방송기자 출신이다. KBS 기자 시절엔 이른바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 보도 등으로 특종기자상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YTN에서는 부끄러운 이름으로 더 많이 기억된다. YTN 간부로 재직 당시 자신의 부인과 누나가 운영하는 사업 홍보에 방송을 이용하다 들켜 사내에서 호된 비난을 샀다. 당시 YTN 노조는 류희림 씨가 부인이 운영하는 종교단체 관련 비인가 학교와 누나의 곱창집 식당을 수십 차례나 소개하고 홍보했다며 “YTN이 류희림의 홍보 매체 전락했다”는 내용의 노보를 낸 적이 있다.
류희림 씨의 ‘공적 마인드’ 결여는 이때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것일까? 그가 공공기관인 방심위 위원장을 맡은 뒤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과연 그가 공적 자산인 방송의 심의를 다룰 자격과 양심이 있는지 의문이다. 방통위법에 따르면 방심위는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통신에서의 건전한 문화를 창달하며 정보통신의 올바른 이용환경 조성을 위하여 독립적으로 사무를 수행하는’ 기구다. 그러나 그가 방심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방송의 공공성·공정성은 물론이고 법이 명시한 독립성도 무너졌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민원 사주’ 사건으로 일약 유명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무마 의혹 보도(이른바 ‘신학림-김만배 인터뷰 보도’)를 심의하라는 민원을 넣도록 자신의 가족, 친지, 지인들을 사주했다는 사건이다. 정부 비판 언론을 탄압하기 위해 전무후무하고 기상천외한 꼼수를 쓴 것이다. 이 사건이 아니라면 도대체 일반인들이 방심위라는 이름이나 들어봤겠는가? 방심위 설립 이래 특정 방송에 압력을 넣기 위해 이렇게 위원장이 가족·친척까지 동원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류희림 민원사주 사건의 졸렬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가족과 친척이 민원을 제기한 사실을 알고도 심의에 참석해 해당 보도에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인 것이다. 야당과 일부 언론이 위법임을 지적하자 가족·친척이 제기한 민원임을 몰랐다고 했는데 거짓말한 것이 나중에 직원들의 증언으로 드러났다. 방심위 직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민원을 사주한 사실이 들통나자 이 사실을 국민권익위에 신고한 방심위 직원을 개인정보유출 혐의를 씌워 고발도 했다. 방심위 노조는 “도둑이야라고 외쳤더니 외친 사람을 고발하고 잡아가라고 한 것”이라고 비유했다. 적반하장이 딱 맞는 말이다. 가족·친척을 동원해 민원을 사주한 것, 그것을 몰랐다고 거짓말한 것, 이해충돌방지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위반하고 심의에 참여한 것, 이를 신고한 직원을 거꾸로 고발한 것 등 처음부터 끝까지 공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부끄러운 일들이다.
지난 4월 총선 전 류희림 방심위에서는 극우 언론인단체가 심의 민원을 넣고 그 민원을 같은 단체 출신 방심위원이 심의한 사례도 여러 차례 있었다. 류희림 위원장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임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했다. 공직자로서 이해충돌 금지에 대해 그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게 됐다. 자신이 이해충돌금지법을 위반했으니 남들한테 뭐라 하겠는가?
류희림 위원장이 취임 후 정권 비판적 보도에 심의·징계로 재갈을 물린 사례는 30건에 달한다. 법정제재나 과징금 부과 등 중징계 횟수는 2008년 방심위가 출범한 이래 가장 많았다고 한다. ‘바이든-날리면 보도’처럼 정권 비판적인 보도가 그 대상이 됐다. 기상예보의 ‘파란색 숫자 1’을 편향보도라며 중징계하는 황당한 케이스도 있다. 방심위를 언론에게 입을 틀어막고 자신을 위원장으로 위촉해 준 대통령을 지켜주는 정권 보위 기구로 전락시킨 것이다. YTN 간부 시절에 방송을 자신의 가족 홍보매체로 사용(私用)한 적이 있으니, 방심위를 정권 홍보 기구로 활용하는 데에도 별로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류 위원장은 자신의 보궐 임기(5기)가 끝난 뒤에도 다시 방심위원(6기)으로 위촉된 뒤 어처구니없는 절차를 거쳐 위원장직을 이어가고 있다. 6기 위원장 호선 당시 회의실 문을 잠가놓고 대통령 추천 6기 위원 3인과 임기 종료를 며칠 앞둔 여당 추천 5기 위원 2인을 모아 회의를 열고 위원장직에 오른 것이다. 야당 추천 위원은 아예 배제시킨 데다, 6기 방통위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5기 방통위원까지 불러 정족수를 채우는 꼼수를 또 쓴 것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그의 또다른 꼼수와 거짓말이 속속 드러났다. 류 위원장이 김건희 씨 명품백 유튜브 방송을 차단하려고 시도한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서울의 소리가 지난해 11월 김건희 씨 명품백 방송 예고편을 유튜브에서 방송하자 본방송이 나가지 못하도록 직원에게 심야에 카톡문자를 보내 긴급심의 안건 상정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직원이 이번 경우에 ‘긴급심의 안건 상정은 법적 하자가 있다’고 반대하자 ‘경호법 적용’이라는 꼼수를 또 개발해냈다.
류 위원장이 지난해 5월 미국 출장 중에 구글 임원을 만나 유튜브 불법·유해 콘텐츠 신속 삭제·차단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이른바 ‘구글 책상 쾅’ 보도자료도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민원사주 사건 관련 야당 국회의원 질의에 “가족들이 방송 심의에 관심을 가져 민원을 제기한 것”이라는 황당한 변명을 하고, 국민을 경악케 한 KBS의 올해 광복절 새벽 ‘기미가요’ 방송에 대해서는 “방송 시간이 7~8초로 짧아 일반 국민들은 거의 모르는 정도”라는 궤변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를 지키기 위한 일념에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방심위 직원들 앞에서도, 국민들 앞에서도 부끄러움을 잊었다.
류 위원장이 작년 9월 취임한 이래 1년여 간 방심위가 내린 심의·징계는 법원에서 모조리 집행정지 처분을 받았다. 거의 모든 심의·징계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를 지키기 위한 황당하고 무리한 심의였다. 정권 보위를 위해 민원사주라는 꼼수와 황당한 잣대로 심의·징계를 쏟아내고 이를 이용해 비판 언론을 겁박한 게 그의 업적이다. 그 과정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법을 위반했다. 덕분에 공공기관인 방심위의 공공성·공정성·독립성은 이제 뼈만 남은 상태가 됐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국정감사에서 이 모든 것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과 궤변을 연발했다. 웬만큼 두꺼운 얼굴이 아니고서야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상식과 양심을 갖고 살아가는 평범한 국민은 가질 수 없는 얼굴 두께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