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준비될 때까지 시행 2년 미뤄야”

금투세 이어 내년 시행 앞두고 또 뒤집기

주식과 달리 비트코인 활황…명분 약해

주요국 자본 이득으로 보고 이미 과세

조세 원칙과 정의·세수 기반 다 무너져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그 과세는 공정하고 준비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의) 2년 유예를 관철하겠다.”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9만7천달러 선에 육박하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점 현황판에 비트코인 실시간 거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2024.11.21. 연합뉴스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9만7천달러 선에 육박하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점 현황판에 비트코인 실시간 거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2024.11.21. 연합뉴스

정부·국민의힘 “가상자산 소득 과세도 2년 유예”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를 거듭 공언했다. 그는 과세를 미뤄야 하는 이유로 아직 준비가 안 됐고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를 꼽았다. 가상자산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기에는 지금의 시스템이 미비한데다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등이 과세 대상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면서 가상자산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는 코인 투자자와 가상화폐 업계의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가상자산 과세 법안을 만든 취지와 과정,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주요국에서 이미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세금을 물리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욱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며 가상화폐 시장이 활황이라는 측면에서도 과세를 유예할 이유가 없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금투세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하며 국내 증시가 활기를 잃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이는 증시 사정이 좋았다면 예정대로 금투세를 시행했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뤄야 할 이런저런 이유 제시하고 있지만…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소득세법을 개정하며 근거를 마련했다. 세법 개정안은 과세 시행 일자를 2022년 1월 1일로 정했다. 하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투자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시행이 3년 연기됐다. 이 정도 유예기간이면 과세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충분한 시간이다. 시행을 코앞에 두고 준비가 안 됐다는 건 정부와 여당이 직무를 유기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과 다름없다.

금투세를 폐지하기로 해놓고 가상자산에만 과세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금투세 폐지 자체가 조세 원칙을 깬 것이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 지금은 국내 증시가 활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 정치 논리로 폐지될 운명이지만 금투세는 언젠가는 반드시 시행해야 할 제도다. 미국과 유럽 등 자본시장 선진국 중에 주식 금융투자 상품 양도 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금투세 폐지가 잠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21.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21. 연합뉴스

비트코인 연일 최고가…과세할 절호의 기회

트럼프 재선 이후 가상화폐 시장은 활황세다.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증시 주요 지수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달러 강세와 한국 기업들의 실적 부진 등이 겹친 결과다.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한 이유는 이런 증시 사정 때문이다. 반면 가상자산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소득에 과세할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개정된 소득세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투자소득 세율은 기타소득과 같은 20%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22%다. 기본공제는 250만 원이며 분리 과세한다. 만약 비트코인 투자로 550만 원을 벌었다면 250만 원을 뺀 300만 원의 22%인 66만 원을 세금으로 내는 것이다.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한지, 가상화폐 투자자가 800만 명에 달하고 투자액도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250만 원의 공제 한도가 너무 적은 것은 아닌지는 생각해 볼 사안이다.

가상자산까지 묶어 모든 금융소득 과세가 바람직

기타소득은 복권당첨금 등 일시적 소득에 과세하는 세금이다. 가상자산 투자로 번 수익은 기타소득보다는 금융투자소득에 가깝다. 가상화폐는 변동이 매우 큰 편이다. 이익을 볼 수 있으나 손실을 볼 확률도 높다. 손실을 본 결손금에 대한 이월 공제가 필수적이다. 금투세도 이월 공제 조항이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은 가상자산을 금융투자 상품으로 보고 소득이 발생하면 자본이득세로 과세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도 금투세를 폐지할 게 아니라 가상자산까지 묶어 모든 금융소득에 과세하는 게 조세 원칙에 맞고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에는 동의했으나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유예는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당내에서는 세법을 개정해 250만 원의 공제 한도를 금투세와 같이 5000만 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가상자산 공제 한도를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민주당이 금투세처럼 당론을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과세 유예에 반대하면 공제 한도 등 일부 내용을 손질한 뒤 내년 시행이 확정될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 추이. 연합뉴스
 비트코인 가격 추이. 연합뉴스

2년 뒤에 또 과세 유예될 가능성 높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주장대로 금투세 폐지와 함께 가상화폐 과세까지 2년 유예하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한다. 국회에서 정한 법안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으면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떨어진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물린다는 조세 원칙과 조세 정의도 깨진다. 무엇보다 마구잡이 감세로 무너진 세수 기반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정치가 자본시장을 후퇴시키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 규모를 보면 과세는 당연하다. 이미 시행했어야 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좀 더 준비하고 2년 뒤 시행하자고 하지만 그때 가면 또 말이 바뀔 수 있다. 금투세나 가상자산 과세 모두 한 차례 유예해놓고 또 미루자고 했다. 2년 뒤에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 더욱이 2년 후에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이다. 정치적 논리가 개입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이번에 또 유예하면 언제 시행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된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런 식으로 틈만 나면 감세를 남발하면서 재정 건전성과 재정 준칙 도입을 외치고 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도 재정 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제 알 만한 국민은 다 안다. 나라곳간을 지켜야 한다면서 진짜 나라곳간을 터는 자가 누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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