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다인종 국가 한국, 종합적 이민전략이 없다

‘이민자’는 외면하고 ‘해외 근로자’ 일색인 토론회

목표도 없고 컨트롤 타워도 없이 관리만 해서야

벨랴코프 일리야 수원대 교수
벨랴코프 일리야 수원대 교수

코로나가 끝나고 외국인들이 다시 대거 입국하기 시작하면서 이민 정책이나 외국인 관리에 대한 이슈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유학생도 계속 많아지고 해외 근로자 숫자도 쉼없이 올라간다. 유엔(UN, 국제연합) 기준에 따르면 외국 출신 인구가 국가 총 인구의 5%를 넘으면 ‘다문화 / 다인종’ 국가로 인정된다. 한국은 2024년 기준으로 등록된 외국인 인구로 볼 때 이제 ‘다문화 / 다인종’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많이 미흡하다는 것을 나를 포함해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많이 느낀다.

나는 이민과 관련된 뉴스 보도, 포럼, 세미나, 정책토론 등에 관심이 많고 관련 행사에 자주 참석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행사에 모인 수많은 전문가들이 말은 많이 하는데 알맹이가 잘 안 보여서다. 얼마 전에 참석하게 된 외국인 정책 포럼에서 무대에 올라온 오세훈 서울시장은 “우리가 사는 글로벌화된 세상에…” “포용적인 이민 정책 수립 필요…” “고령화 사회의 트랜드를 바꾸려면…”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벤치마킹을 열심히 해야…” 등등 막연하고 별 의미 없는 말만 많이 했다. 얼핏 그렇듯 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내용은 없는 그런 표현들이 이런 행사들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26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신 출입국·이민정책 추진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4.9.26. 연합뉴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26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신 출입국·이민정책 추진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4.9.26. 연합뉴스

‘이민자’는 외면하고 ‘해외 근로자’ 일색인 토론회

외국인 관련 뉴스를 듣거나 관련 행사에 참여하면서 느끼는 것은 그런 뉴스들이나 토론의 대상은 외국인 전체도 아닌 임시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국한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쿼터제, 한국어 교육 제공 여부, 근로환경 개선 등과 같은 문제들이다. 물론 그런 주제들도 그 자체로 중요한 것이지만 외국인 이민 정책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문제들이다. ‘해외 근로자’는 ‘이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민자’는 본국을 떠나서 법적 절차를 통해 (즉, 영주권 취득이나 귀화) 다른 나라에 영구적으로 정착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반면에 ‘해외 근로자’는 말 그대로 돈을 벌러 임시로 해외에 나가 다른 나라에 잠시 체류하면서 일을 하는 사람이지, 영원히 정착해서 살 사람들은 아니다. 방문취업 비자로 한국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현재의 법률 구조상 영주권이나 귀화로 가는 길이 막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서 아이를 낳아도 그 아이에게 영주권이나 국적을 주지도 않는다. 즉, 한국 사회가 고민하고 있는 고령화나 생산인구 감소 등의 문제와 딱히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이민자’로 부를 수 있는가.

이런 문제가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가 차원에서 이민에 대한 종합 전략이 없다는 것이라고 본다. 언론 보도를 보거나 전문가와 이야기를 해 보면 우리 사회의 이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고 개인적으로 느끼곤 한다. 쉽게 말하면, 이민자를 왜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심각해서 이민자를 많이 받아야 한다면 외국인에게 영주권이나 국적을 주고 아이를 낳으라고 격려하는 정책을 펼쳐야 논리적이다. 하지만 해외 근로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영원히 한국에 남을 길이 거의 없고 아이도 안 낳는다.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이다.

정부가 정확한 목표가 없으니 산하 기관들이 제대로 움직일 리 없다. ‘글로벌화’가 그 자체로 이민정책이 될 수 없고, 고위직 공무원들이 나와서 ‘좋은 사람들이 많이 오면 좋지’가 이민정책의 전략적 목표가 될 수도 없다. 정확한 니즈를 파악하고 정확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좋은 사례로 들고 싶은 정책은 캐나다의 ‘주정부 이민 프로그램(Provincial Nominee Program)’이다. 주 단위로 그 지역에 꼭 필요한 해외 인력을 선발해서 연방정부에 추천하면 연방정부가 거주권을 제공하는 형식이다. 참고할 만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IBK 기업은행은 지난 6일 경기도 안산시 선부광장에서 다문화사회 통합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 'IBK 모두다 파크콘서트 2024'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9일 밝혔다. 사진은 'IBK 모두다 파크콘서트 2024' 현장. 2024.9.9. 연합뉴스
IBK 기업은행은 지난 6일 경기도 안산시 선부광장에서 다문화사회 통합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 'IBK 모두다 파크콘서트 2024'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9일 밝혔다. 사진은 'IBK 모두다 파크콘서트 2024' 현장. 2024.9.9. 연합뉴스

목표도 없고 컨트롤 타워도 없이 관리만 해서야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한국 비자체계의 비효율성을 불만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사람을 왜, 어떻게, 얼마나 많이, 어느 분야로 받아야 할지 산출해서 계획한 것이 없으니 시스템이 복잡해지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들어오는 외국인의 ‘관리’에 집중을 하지, ‘유지’ 정책이 거의 없다. 그리고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도 법무부 장관 시절에 이야기한 적 있듯, 전략적인 이민 정책 플랜을 만들면 시행을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한 대표의 다른 정책들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 동의하기 어렵지만 이 생각만큼은 매우 동감한다. 지금은 외국인 근로자를 노동부, 결혼 이민자를 여성가족부, 유학생을 법무부와 교육부, 해외 동포를 외교부가 관리한다. 이런 식으로는 부서별 경쟁도 존재하고 이해관계가 달라서 이민정책이 제대로 운영될 수가 없다. 외국인과 관련된 업무를 한 부서에 부여하고 제대로 관리를 맡길 필요가 시급해 보인다. 해외 사례를 봐도 이민을 많이 받는 국가에서는 이민과 관련된 업무를 관리하는 부서가 항상 별도로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이 부분부터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본다.

앞으로도 많은 외국인들이 국내로 계속 들어와서 정착할 거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많은 행사나 토론회를 개최하거나 지원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앞장서서 체계화된 정책을 세우고 정확한 시행절차를 앞당겨 실천에 옮기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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