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발행 보유 주식 3.42%(289만 4712주)

미국 인도 중심 ‘지산지소’ 쪽으로 해외전략 수정

유에스 스틸 매수는 미국 대선 이후로 미뤄져

지난 4월 1일 일본 도쿄의 일본제철 본사에 걸려 있는 이 회사 로고 'Nippon Steel'(일본제철).2024.4.1.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4월 1일 일본 도쿄의 일본제철 본사에 걸려 있는 이 회사 로고 'Nippon Steel'(일본제철).2024.4.1.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철강회사 유에스 스틸 매수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제철이 미국과 인도 시장을 중심에 두는 쪽으로 해외전략을 수정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한국 포스코 홀딩스 주식을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고 24일 발표했다. 매각하려는 주식은 24일 종가로 약 1200억 엔(약 1조 800억 원)에 상당한다고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일본제철은 보유 주식 매각 이후에도 포스코와 기술교류 등은 계속해 나가겠지만, 미국 인도 시장을 해외전략의 중심에 놓고 경영자원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제철, 포스코 발행 보유 주식 289만 4712주(3.42%)

일본제철이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홀딩스 발행 주식은 3.42%(289만 4712주)이며, 매각 시기는 시장 동향을 봐가며 판단하기로 했다. 매각은 자산을 압축해서 자본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2025년 3월까지의 실적에 대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지난 8월 전략적 제휴 계약을 3년간 연장하기로 한 일본제철과 포스코는 설비 개수 때의 중간제품 융통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협력은 앞으로도 계속한다. 일본제철 쪽은 “주식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제휴관계는 구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20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방문해 고로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2024.9.20. 연합뉴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20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방문해 고로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2024.9.20. 연합뉴스

일본제철과 포스코의 협력관계는 50여년 전 한국 최초의 일관 제철소 포항제철을 건설할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제철의 전신인 야하타제철 등의 일본기업들이 포철 건설에 협력했으며, 포스코는 한일간 산업협력의 상징이 됐다.

1998년에 포스코가 민영화되자 당시 신일본제철(지금의 일본제철)과 상호출자관계를 맺었고, 2006년에는 잇따른 기업매수로 세계 최대의 철강기업이 된 유럽의 아르셀로 미탈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양쪽은 협력을 강화했다. 2016년에 아르셀로 미탈의 매수 우려가 희박해지자 신일본제철은 포스코에 대한 출자비율을 줄였다. 이번 포스코 주식 매각 결정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포스코는 일본제철 주식을 1.65%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 쪽은 일본제철 주식 매각 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미국 인도를 중심에 둔 ‘지산지소’로 해외전략 수정

이에 앞서 일본제철은 지난 7월 중국 바오우(寶武)강철집단 산하의 바오산(寶山)강철과의 합자회사 주식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바오산강철과의 합작사업도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반세기 전의 기술협력을 토대로 한 사업이었다.

이에는 일본제철의 해외전략 수정이 배경에 깔려 있다. 한국과 중국에서 추진해 온 자본참가와 사업운영은 일본시장이 그 중심에 있었고, 기술협력과 일본산 제품의 수출처 확보라는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일본시장의 축소에 직면한 지금은 인구가 증가하는 미국과 인도에 경영자원을 투하해 일본제철 자체가 고로를 포함한 일관 제철소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현지 생산 현지 소비)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유에스 스틸을 141억 달러(약 18조 7500억 원)에 매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아르셀로 미탈과의 합자회사를 통해 1조 엔(약 9000억 원)을 투자해 고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일본 국내에서는 과잉 생산능력을 해소하기 위해 고로를 줄이는 등의 구조개혁을 추진해 왔다. 일본제철은 유에스 스틸 매수를 위해 2조 엔(약 18조 원)의 매수금액과는 별도로 총 27억 달러가 넘는 추가투자 의사도 표명했다.

일본제철은 해외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성장투자를 펼치기 위해 자본효율을 개선하려 하고 있으며, 포스코 주식 매각도 그 일환이다.

 

유에스 스틸 직원들이 지난 9월 4일 일본제철(Nippon Steel)과의 거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피츠버그 시내의 연합철강 타워(United Steel Tower) 밖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2024.9.4. AP 연합뉴스
유에스 스틸 직원들이 지난 9월 4일 일본제철(Nippon Steel)과의 거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피츠버그 시내의 연합철강 타워(United Steel Tower) 밖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2024.9.4. AP 연합뉴스

유에스 스틸 매수는 미국 대선 이후로 미뤄져

한편 일본제철의 유에스 스틸 매수에 관한 미국 당국의 판단은 대통령선거 뒤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고 닛케이는 24일 전했다.

일본제철은 미국 유에스 스틸 매수계획을 다시 심사해 달라고 대미외국투자위원회(CFIUS)에 신청했다고 관계자들이 23일 밝혔다. 종래의 심사기간은 23일까지였으나 재신청으로 심사기간이 90일간 연장된다. 매수 가부를 둘러싼 판단은 미국 대선 이후가 될 공산이 크다.

CFIUS는 8월에 경제안보상의 우려가 있다는 뜻을 일본제철에 전했다. CFIUS는 매수계획이 미국의 강철생산 능력 약화로 이어지고 관세 인상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제철의 유에스 스틸 매수에 대해 9월 상순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제안보상의 이유로 매수 중지를 명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미국과 유럽 매체들은 보도했다. 그 때문에 매수가 위태로워지면서 미국 일본의 경제계에서 대통령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판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표출됐다. 매수 판단이 오는 11월 5일 대선 뒤로 미뤄진다면, 미국 철강노조(USW)와 공화 민주 양 진영과의 관계가 약화되면서 정치 리스크(위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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