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녹취록엔 '위증교사' 혐의 뒤엎는 정황 수두룩

2002년 김병량 측-KBS '이면 협의' 인식하며 대화

이재명 "양측 이해관계 일치, 나한테 덮어씌우려"

김진성 "그때 사실 굉장히 그렇게 가는 분위기였다"

"당시 분위기를 변론요지서에 잘 쓰셨더라"고까지

이재명 "기억 안 나는 걸 말할 필요 없다" 누차 당부

검찰·국힘·TV조선은 해당 대목 생략한 채 몰아가기

30분 분량 녹취록, 오히려 이재명에 유리한 증거

2018년 12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진성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가 전화 통화로 나눈 대화의 녹취록. 뉴탐사 화면 갈무리
2018년 12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진성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가 전화 통화로 나눈 대화의 녹취록. 뉴탐사 화면 갈무리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 공개했던 '이재명 위증교사 의혹 녹취록'을 <리포액트>가 재분석한 결과, 대화 당사자인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김진성 씨가 이른바 '검사 사칭 사건'의 처리 문제를 놓고 2002년 김병량 성남시장 쪽과 KBS 간부들 사이에 이면 협의가 있었던 사실을 공통적으로 인식한 채 대화를 나눈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김 씨가 "변론요지서에 맞춰서 말하겠다"고 하자 이재명 지사가 "안 본 걸 말할 필요 없다"고 만류하는 내용도 재확인됐다.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강요하는 것이 위증교사이기 때문에, 이 지사와 김 씨가 '이면 협의' 정황을 함께 인식하고 이 지사가 "안 본 걸 말할 필요 없다"고 언급한 내용이 담긴 전체 30분 분량의이 녹취록은 되레 이 대표에게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이재명 "성남시-KBS 이해관계 일치해 나한테 덮어씌우면 도움"

김진성 "그때 사실 굉장히 그렇게 가는 분위기였다" 맞장구

박정훈 의원과 <TV조선> 등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가 2018년 12월 대화한 녹취록을 지난 6월 공개한 바 있다. ▲김진성 씨가 "너무 오래 돼서 뭐 기억도 사실 (중략) 그때는 제가 (성남시) 밖에 먼저 나와서 선거를 위해서 먼저 나왔거든요. 내부에서 사실 누가 KBS랑 연결됐을지는 모르는데"라고 말하자 이 지사가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고 설득했다는 부분 ▲김 씨가 "(변론요지서를) 보내주시면 제가 거기에 맞춰서"라고 말하는 부분 등을 강조해 이 지사의 위증교사와 김 씨의 위증 범죄 증거라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박 의원 등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대화 초기부터 '검사 사칭 사건' 처리와 관련해 성남시와 KBS 간부들 사이에 이면 협의가 있었던 사실을 이재명 지사와 김 씨가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대화한 내용이 나온다. 이 지사가 통화 초반 "이재명이가 이렇게 (KBS PD의 검찰 사칭 취재를) 사주해가지고 하라고 그래서 했다, 이렇게 모으니까 자기(KBS) 책임을 싹 가린 거지. 모두가 그렇게 이해관계가 일치했던 거예요. (중략) 김병량 시장은 거의 강요당한 사건이잖아. (중략) 검찰도 나를 좀 (손)봐야 되고 또 성남시도 그렇고 KBS도 그렇고 전부 다 이해관계가 일치되는 나한테 덮어씌우면 도움이 되는 사건이었던 거예요"라고 말하자, 김진성 씨는 "그때 분위기는 사실은 굉장히 그렇게 가는 분위기였기 때문에"라고 맞장구쳤다.

'KBS PD의 검찰 사칭 취재 사건' 처리 과정에서 KBS와 성남시 사이에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걸 설명하는 이 지사의 설명에 김 씨가 "그때 실제로 그런 분위기였다"고 동조한 부분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판단에 있어 중요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김 씨가 그런 맞장구를 치지 않았는데 이 지사가 계속 '기억을 되살려보라'고 했다면 기억에 반하는 위증을 강요하는 것이 되지만, 김 씨가 2002년 사건에 대해 이 지사와 비슷한 기억을 스스로 언급했다면 이 지사가 김 씨에게 '기억을 되살려서 증언을 해달라'고 단순 설득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의원 등은 녹취록을 설명할 때 김 씨의 "그때 실제로 그런 분위기였다"는 표현을 줄곧 생략해 왔다.

김 씨가 당시 상황에 대해 떠올리자 이 지사는 "그러니까"라고 말한 뒤 "그런 얘기들을 좀 기억을 되살려서 (중략) 그래도 어쨌든 우리 (김병량) 시장님 모시고 있던 입장에서 그래도 이렇게 좀 전체적으로 한번 얘기를 해주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중략) 변론요지서를 하나 보내드릴게요"라고 부연했다. 즉, 이 지사가 기억에 반하는 증언을 김 씨에게 강요하려고 변론요지서를 보낸 게 아니라, 떠오른 기억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변론요지서를 보낸 것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2018년 12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진성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가 전화 통화로 나눈 대화의 녹취록. 뉴탐사 화면 갈무리
2018년 12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진성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가 전화 통화로 나눈 대화의 녹취록. 뉴탐사 화면 갈무리
2018년 12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진성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가 전화 통화로 나눈 대화의 녹취록. 뉴탐사 화면 갈무리
2018년 12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진성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가 전화 통화로 나눈 대화의 녹취록. 뉴탐사 화면 갈무리

김진성 "너무 오래 돼서 기억도 안 난다" 발언 의미?

"누가 협의 실무자였는지까지는 기억 안 난다"는 뜻

그렇다면 김진성 씨가 "너무 오래 돼서 기억도 사실 (안 난다)"고 말하자 이 지사가 "들었다고 하면 되지"라고 답한 부분은 어떤 맥락으로 봐야 할까. 전체 대화를 모두 들어보면 김 씨의 해당 대화는 '이면 협의'에 대한 기억 자체를 말하는 게 아니라 '성남시 내부에서 누가 협의 실무자였는지까지는 기억이 안 난다'는 설명을 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왜냐하면 해당 대화 직후 김진성 씨가 '오OO 성남시청 직원이 실무 협의 과정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이 지사에게 언급하자 이 지사가 다소 흥분한 어조로 "그러면 오OO이한테 물어봐야겠네"라고 답하는 대화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해당 부분 녹취록을 보면, 이 지사가 김 씨에게 "근데 실제로 KBS하고 전화한 사람은 누구예요? 누군가가 했을 거 아니야. 시장님이 직접 하지는 않았을 거고"라고 하자 김 씨가 "누군가가 연결이 됐을 것 같은데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고요"라고 답한다. 이어 이 지사가 "(김진성 씨가) KBS하고 (김병량) 시장님 측이 어쨌든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이 상의했고 가능하면 교감이 있었다는 얘기를 해주면 제일 좋죠. 실제로 그때 비서였으니까 알 수 있는 상황이었잖아요"라고 말하자 김 씨는 "네. (중략) 애매한 게 그때는 이제 제가 (성남시청) 밖에 먼저 나와서 선거를 위해서 그러니까 내부에서 사실 이제 누가 KBS 연결될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게 아마 애매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답했다.

이때 이 지사가 문제의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고 말한 부분이 나온다. 이 부분이 석연찮은 대목이긴 하다. 다만, 김 씨는 이 발언 직후 "오OO이한테 번호를 알려줬다고 돼 있더라고요"라고 설명하고 이 지사는 "오OO한테 물어봐야겠구나"라고 다시 말한 것에 비추어, 이 지사와 김 씨의 대화는 위증을 논의하는 게 아니라 당시 상황을 더 알만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보태다가 이 지사가 '이면 협의 상황에 대해 전해 들은 내용이라도 증언해달라'는 취지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

 

2018년 12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진성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가 전화 통화로 나눈 대화의 녹취록. 뉴탐사 화면 갈무리
2018년 12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진성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가 전화 통화로 나눈 대화의 녹취록. 뉴탐사 화면 갈무리
2018년 12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진성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가 전화 통화로 나눈 대화의 녹취록. 뉴탐사 화면 갈무리
2018년 12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진성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가 전화 통화로 나눈 대화의 녹취록. 뉴탐사 화면 갈무리

이재명 "있는 그대로" "기억 안 나는 걸 말할 필요 없다" 수차례 반복

김진성 씨가 "(변론요지서에) 한번 맞춰서"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박 의원 등은 '위증 증거'라고 강조했지만, 김 씨의 발언 직후 이 지사가 "기억에 안 나는 걸 말할 필요 없다"고 당부하는 내용이 녹취록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박 의원과 <TV조선> 등은 이 대목을 생략해 버렸다.

녹취록을 보면, 김 씨가 "그렇게 (변론요지서) 보고 인지한 상태에서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는지" 라고 말하자 이 지사는 "우리 김 비서관이 안 본 거 그런 얘기할 필요는 없는 거고 그쪽 시장님 쪽이 어떤 입장이었는지 그런 거나 좀 한번 상기해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김 씨는 변론요지서를 검토한 뒤 다시 이 지사와의 통화에서 "그 (당시) 분위기를 (변론요지서에) 잘 쓰셨더라고요"라고까지 말했다. 김 씨의 기억에 반하는 내용이 변론요지서에 담겼다면 김 씨가 할 수 없는 발언이다.

이 외에도 이 지사는 김 씨와의 대화 과정에서 기억과 다른 증언을 설득하기는커녕 김 씨에게 십여 차례 "기억을 되살려보라"는 취지로 발언한 내용이 확인된다. 이 지사는 "KBS 측하고 성남시청 쪽이 일종의 협의를 한 거 그 부분을 좀 기억을 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KBS 측은 자기들 책임을 좀 줄여야 하고 혹시 그거 기억해요?" "그런 얘기들을 기억을 되살려서 혹시 기회 되면 그때도 그런 뉘앙스 그런 분위기 때문에" "한번 얘기를 해주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생각을 되살려봐 주시고" "내가 변론요지서를 하나 보내드릴게요. 우리의 주장이었으니까 한번 기억도 되살려보시고" "당시 그래서 제가 그때 들은 얘기로는 최철호 피디한테는 고소 취하해준다고 약속을 미리 했었다는 거고 그거 기억하세요?" 등의 언급을 했다.

물론 김진성 씨가 현재 '2019년과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때 한 증언은 위증'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은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요소이다. 그러나 판례를 보면, 법원은 위증죄를 설사 처벌하더라도 위증교사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입증 관계를 따져 판단을 달리하곤 한다. 김 씨는 "이재명 지사가 이렇게 증언해주길 바라는구나라고 생각했고 중압감을 느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위증교사 혐의 재판은 9월 30일 결심공판을 연 뒤 다음 달 최종 선고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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