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에 유죄 선고 압박‧협박하는 요란한 선동

선거법 벌금 100만 원 이상 나오면 의원직 상실

대선 비용 434억 반환도…차기 대선 출마 불가능

국힘 유죄 확신 배경 의구심…법원 상부와 교감?

유죄 선고 기정사실로 보수층 자극, 재판부 위축

국민 알 권리? 특검법 브리핑 조항도 거부해 모순

박근혜‧이명박 생중계 선례? '국정농단' 비교 황당

극히 이례적으로 역사적 중대성 띤 1심 사안 국한

'김문기·백현동 의혹' 관련 허위 발언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9.20. 연합뉴스
'김문기·백현동 의혹' 관련 허위 발언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9.20.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연일 법원을 향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TV로 생중계해줄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어차피 선고 직후 언론에 곧바로 보도될 내용인데도 법정에 카메라를 들이대겠다고 요란하게 여론전을 펼치는 것은 사실상 재판부에 유죄 선고를 강하게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는 오는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에서,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는 그 열흘 뒤인 25일 같은 법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권의 정치검찰이 정적 죽이기를 위해 '객관 의무' 위반은 물론 증거 조작, 짜깁기, 방어권 침해, 공소장 변경 등을 통해 억지 기소를 했다는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선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두 혐의 다 대법원 양형 기준상 최대치를 적용함으로써 이재명 대표가 엮인 사건들 중 그나마 가볍다는 데도 벌써 징역 5년을 구형한 것이다.

만약 공직선거법 1심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이 선고되고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된다. 민주당은 대선 때 선거 비용으로 보전받은 434억 원도 반환해야 한다. 위증교사 재판에서도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게 된다. 국민의힘 측은 우선 15일 선고 때 벌금 100만 원만 나오면 이 대표와 민주당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정국을 급반전시킬 수 있다고 학수고대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을 TV 생중계 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요청서를 들고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2024.11.4.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을 TV 생중계 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요청서를 들고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2024.11.4. 연합뉴스

집권여당이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이 대표의 선고 공판을 생중계해야 한다고 떠들썩하게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그만큼 이 대표의 유죄를 확신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처럼 정권이 법원 상층부와 어떤 교감이 있거나 담당 재판부 성향을 파악한 결과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둘째는 유죄 선고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보수층을 자극하고 재판부를 압박하려는 선동술 차원이다. 이 대표에게 무죄 또는 대선 출마에 영향이 없는 가벼운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재판부를 위축시키려는 의도인데, 이는 협박과 다를 바 없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나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생중계의 근거로 국민의 알 권리, 그리고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때 선례가 있다는 점을 들어 "이 대표가 생중계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재판부가 결단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주 의원은 심지어 서울중앙지법 민원실에 직접 찾아가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대법원 규칙'에 따르면 재판장은 피고인의 신청이 있을 때, 또는 피고인이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공공의 이익이 크다고 인정될 경우 중계방송을 허가할 수 있긴 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국민의 알 권리를 이유로 생중계를 요구하는 건 자가당착이다. 그동안 김건희 특검법과 채 해병 특검법 등을 거부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언론 브리핑 조항(대국민 보고)이 '독소조항'이라는 주장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수사 과정을 브리핑하는 것조차 그토록 결사반대했던 국민의힘이 이번엔 국민의 알 권리를 앞세워 재판 생중계를 외치고 있는 건 모순이다. '드루킹 특검법(12조)' '최순실 특검법(12조)'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12조)' 등 역대 특검법에는 언론 브리핑 조항이 보편적으로 담겨 있었으니 국민의힘은 뜬금없이 1심 재판 생중계를 우길 게 아니라 김건희 특검법부터 수용하는 게 순리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2017년 8월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속행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왼쪽).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같은 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59차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2017년 8월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속행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왼쪽).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같은 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59차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무엇보다 현직 야당 대표 1심 선고를 전직 대통령들 1심 선고와 비교하는 건 터무니없는 침소봉대에 해당한다. 1심 선고 첫 생중계 사례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선고였는데 그때 박 전 대통령이 징역 24년형을 받았던 혐의는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모금과 삼성전자 승마 지원 등과 관련한 뇌물 및 강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운용, 노태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등 문체부 공무원 4명의 사직을 강요한 직권남용, 하나은행 임직원에 대한 인사 개입 혐의 등이었다. 정치검찰이 억지로 창작하다시피 해서 기소한 이재명 대표 혐의와는 나란히 비교가 불가능한 '국정농단' 사안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박 전 대통령은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선고일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8년 10월 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도 생중계 됐지만 이 전 대통령 역시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징역 15년을 받은 1심 혐의는 다스에서 조성된 비자금과 법인카드 사용 등 총 246억 원 횡령, 삼성그룹에 다스 관련 미국 소송 비용을 대납하도록 해 61억 원 뇌물 수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에게서 23억 원 뇌물 수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4억 원을 챙긴 국고 손실 혐의 등이었다. 이 또한 이재명 대표와 같은 반열에 두고 비교한다는 게 어불성설인 심대한 국정농단 사안이었다.

국민의 관심이 컸지만 생중계가 허용되지 않은 경우는 다반사였다. 2017년 8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 때 생중계를 원하는 일반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공익보다 피고인들이 입게 될 손해가 더 크다며 불허했다. 2018년 2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1심 선고 때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재판 촬영이나 중계에 동의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생중계하지 않았다. 극히 이례적으로 역사적 중대성을 띤 사안에 국한해서 1심 선고 TV 생중계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김건희 여사 특검법 관철을 위한 국회의원 비상행동 선포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5.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김건희 여사 특검법 관철을 위한 국회의원 비상행동 선포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5.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6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국민들의 이재명 대표 무죄 탄원을 사법부 협박이라고 주장하던데, 오히려 사법부의 판결을 생중계하라고 요구하는 행위야말로 진짜 사법부 협박 아닌가?"라며 "생중계 요구가 제1야당 대표를 낙인찍고 재판부까지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겠다는 불순한 의도라는 것을 초등학생도 뻔히 안다"고 지적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제1야당 대표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워서 정적 죽이기를 시전하고, 정치검찰 동원도 모자라서 이제는 사법부에게까지 권력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건가? 그렇게 집권여당 힘 자랑을 하고 싶은 건가?"라며 "아무리 윤석열, 국힘 정권이 권력을 총동원해서 정적 죽이기에 나서도 이재명 대표의 무죄는 진실이다. 검찰 독재의 시간이 가고, 사필귀정 사법 정의의 시간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의 일그러진 검찰권 행사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위증교사 사건"이라며 이 사건 혐의가 왜 말이 안 되는지 조목조목 짚었다. 이어 "최근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사건에서 검찰의 조작 정황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연어회 술파티' 및 '허위진술 세미나'의 존재를 짐작하게 한 쌍방울 법인카드 결제 내역,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무죄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준 구글 타임라인 감정 결과까지"라면서 "법원의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기대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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