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이사 5인, 후임이사 임명 중지·취소소송 제기
"MBC 방문진처럼 '2인 방통위' 졸속 심사 추천"
인용될 경우 "방통위 위법· 방송장악" 비난 커질 것
연말 박민 사장 연임 여부에 영향 미칠 수도
KBS 현 이사들이 방송통신위원회와 대통령실의 차기 이사진 추천·임명의 효력을 정지· 취소시켜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들이 제기한 같은 내용의 소송에서 법원이 ‘2인 방통위’의 위법성과 선임 절차의 부실을 인정해 후임 이사 6명의 임명효력을 중단시킨 바 있다. 이달 초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KBS 이사 7명은 MBC 방문진 이사들과 똑같이 ‘2인 방통위’의 졸속 심사를 통해 선정된 인사들이어서 이번에도 법원이 같은 결정을 내릴지 결과가 주목된다.
KBS 이사 11인 가운데 야권 성향 이사인 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조숙현 등 이사 5명은 지난 27일 방통위와 대통령을 상대로 차기 이사진 7명 추천과 임명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고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방통위가 합의제 행정기구인데도 2명의 방통위원만이 새 이사를 추천한 것은 법적 정당성이 없는 원천무효 행위이며, 특히 공모 방식의 이사 추천에서 필수 요소인 심의를 전혀 거치지 않는 등 졸속과 날림으로 새 이사를 추천해 위법성이 가중된다”고 주장했다. ‘2인 방통위’와 ‘졸속 날림 추천’으로 이사진 임명이 위법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취임 첫날 김태규 부위원장과 단 둘이 전체회의를 열어 KBS와 MBC 방문진 이사 지원자 83명 가운데 여당 추천 몫인 KBS 이사 7명, 방문진 이사 6명을 결정했다. 결정 방식은 약 1시간30분 동안 두 명이 7~8차례 투표를 통해 이뤄졌으며 그 과정에서 지원자들이 제출한 지원서류 검토조차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공영방송 이사진 공모에서 일반적으로 실시되었던 면접도 없었다. 공영방송 경영을 관리하고 사장을 뽑는 중요한 자리인 이사진을 선정한 과정이 방통위원장, 부위원장 두명이 모여 앉아 기본적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채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은 MBC 현 이사진이 제기한 것과 같은 사유와 내용이어서 법원이 KBS 이사들이 낸 소송에서도 이사 임명처분 효력중지 처분을 똑같이 내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KBS 현 이사들의 임기는 이달 말로 종료되고 ‘2인 방통위’가 추천한 여당 몫의 후임 이사 7명이 다음 달 초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다. ‘2인 방통위’는 야당 몫의 후임 이사 4명에 대해서는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야권 성향의 이사 4인은 다음 달에도 이사직을 계속 수행하게 된다.
11명으로 구성된 KBS 이사회는 지난해 방통위가 야권 추천 이사를 잇따라 강제해임시킨 뒤 보궐 이사에 여권 인사를 임명한 탓에 지금도 여-야 성향 이사 비율이 6:5로 여당 우위에 있다. 따라서 이번 소송에서 법원이 차기 이사 임명효력 정지 처분을 내린다고 해도 여권 성향의 현 이사 6명이 남게돼 MBC 방문진의 경우처럼 KBS 이사진의 여-야 비율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법원이 이번 소송을 인용한다면 윤석열 정부 방통위가 위법적인 ‘2인 체제’를 고수하면서 이를 통해 공영방송 장악을 강행해 왔다는 비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그동안 ‘2인 체제’가 위법적이라는 법원의 수차례 지적과 야당·언론계·언론학계·시민사회의 반발을 무시하고 YTN사영화,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등을 밀어붙였다. 본안 판결에서도 위법 사실이 인정돼 이사 임명 무효(취소) 결정이 내려질 경우 이를 추진한 방통위원장, 부위원장에 대한 위법 행위에 대한 법적 제재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또, 올해 12월 초 임기가 끝나는 박민 사장 후임 선정에 현재 이사진들이 그대로 참여하게 되면 박민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29일자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여권으로 분류되는 이석래 현 이사가 지난해 박민 사장 선임에 반대하다가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여-야 성향 이사 비율에 상관없이 박민 사장 반대 분위기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KBS 현 이사 5인의 임명효력 중지·취소 처분 직후 재판부 기피신청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번 MBC 방문진 소송 결과와 똑같은 '임명처분 효력 정지' 처분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에 대해 법원이 기피신청을 받아들이면서 MBC 방문진 소송의 경우처럼 KBS 후임 이사들의 임기 시작을 가처분 재판 당일까지 일시적으로 중지시킬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언론노조 KBS 본부는 ‘KBS 이사 선임도 원점에서 이뤄져야...법원의 일관된 판단을 기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법원이 KBS 차기 이사 추천·선임에 대해서도 MBC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 정지 결정과 같은 일관된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법원이 방통위는 정치적 다양성이 반영되어야 하는 합의제 기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를 무시한 이진숙-김태규 ‘2인체제’ 방통위의 심의·의결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면서 “사실상 법원이 2인체제 방통위 의결이 위법적이었음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어 ‘2인 체제 방통위’가 KBS 이사를 추천한 것 또한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또 ‘2인 방통위’가 KBS 이사진으로 정원 11명 중 7명만 추천한 것에 대해서도 “방송법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은 여당 몫을 인정해 7명의 차기 이사만 선정한 것 또한 공영방송 내 정치적 후견주의를 공식화하고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진숙 위원장의 ‘2인 방통위’가 졸속 심사로 추천한 KBS 이사는 권순범 KBS 이사,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서기석 KBS 이사장, 이건 여성신문사 부사장, 이인철 이인철법률사무소 변호사,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심위 5기 상임위원 등 7명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추천 직후 임명을 재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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