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카카오만 심사하는 규제 허점 탓
실질적 경영자인데도 심사 대상서 제외
보험업 등 다른 금융 업종은 모두 포함
“제4인터넷은행 허가 전에 법 보완 필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다고 해도 카카오뱅크(카뱅) 최대 주주 자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법과 보험업법, 상호저축은행법, 금융사지배구조법 등 다른 금융업종과 달리 실제 인터넷은행을 경영하면서도 직접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최대 주주 적격 심사 대상서 제외하는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의 허점 때문이다.
김범수 위원장은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자 그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카카오 자회사인 카뱅 최대 주주도 바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최대 주주가 최근 5년간 자본시장법을 비롯한 금융 관계 법령과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및 사익편취 금지규정, 조세법 처벌법과 특정경제범죄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으면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카뱅 최대 주주인 카카오의 지배주주다. 김 위원장은 카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런 만큼 김 위원장이 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처벌받으면 법에 따라 카카오도 카뱅 최대 주주 자격을 잃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카카오 법인이 이 사건으로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지 않으면 김 위원장이 최종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카뱅 대주주는 바뀌지 않는다.
경제개혁연대는 30일 ‘카카오 김범수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심사 관련 문제점에 대한 논평’을 통해 그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김 위원장과 그의 가족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 지분을 23.66% 보유 중이다. 카카오는 카뱅 최대 주주로 지분 27.16%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상 비금융주력업체가 최대 주주가 되면 반기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카카오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시행된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라 비금융주력 기업도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되면서 카뱅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때 문제가 있었다. 당시 김 위원장이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현황공시 위반으로 재판받고 있어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보류됐다.
금융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법제처는 법인인 카카오에 대해선 최대 주주 자격심사 근거가 있으나 카카오를 사실상 지배하는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심사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 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카카오의 카뱅 대주주 자격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카카오 법인이 양벌 규정에 따라 벌금형 이상의 유죄를 선고받았을 때는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생긴다.
이런 인터넷전문은행법과 달리 산업자본이 지배하는 보험업과 금융투자업 등에 적용되는 금융사지배구조법에서는 대주주 변경 심사 대상에 최대 주주와 그의 특수관계인인 주주를 포함한다. 최대 주주가 법인이면 그 법인의 중요 경영사항에 대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도 적격성 심사 대상이다.
이 법에 따라 규제되는 카카오페이손해보험과 카카오페이증권은 김 위원장이 해당 회사의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는데도 주기적 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이 카카오를 지배하고, 카카오가 카카오페이를, 카카오페이가 카카오페이손해보험과 카카오페이증권의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상호저축은행법도 대주주 변경 심사와 주기적 심사에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등 주요 주주뿐 아니라 이들이 법인일 때 그 법인의 최대 주주 또는 최다출자자, 대표자를 심사 대상에 포함한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서 비금융주력업체에 대해 최대 34%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비금융주력업체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주주가 될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주기적 적격성 심사와 관련해 최대 주주만 심사 대상으로 하고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해당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규제에 구멍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제처도 대주주 변경 심사에 대한 유권해석을 하면서 “비금융주력업체에 대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식 보유 승인과 관련해 법인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까지 포함해 승인 요건을 심사할 필요가 있다면 승인 요건 심사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배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는데도 다른 금융업종보다 더 허술한 대주주 자격 심사 규정을 둔 누더기 법으로 방치된 상황”이라며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제4인터넷전문은행 선정 절차 전에 최대 주주 변경 심사와 주기적 적격성 심사 대상에 해당 인터넷전문은행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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